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투숙객들이 프라이빗하게 그림을 즐길 수 있도록 객실을 갤러리처럼 꾸몄다. 사진 인터컨티넨탈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투숙객들이 프라이빗하게 그림을 즐길 수 있도록 객실을 갤러리처럼 꾸몄다. 사진 인터컨티넨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일상이 바뀌었다. 불특정 다수와 접촉을 꺼리고, 지인과의 만남도 줄인다. 재택근무와 화상 모임이 일상이 된 시대, 기업은 생존법을 찾아 나섰다. 특히 주요 대면 산업군에 있는 ‘심장(HEART)’ 업종은 소수 고객을 위한 ‘프라이빗 이코노미(Private Economy)’를 내세운다. 심장 업종은 코로나19 타격이 극심한 호텔(Hotel),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항공(Air), 여가 및 음식점(Recreation·Restaurant), 여행(Travel)을 일컫는다.

프라이빗 이코노미를 실현하는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는 영화관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집계한 지난해 관객 수는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이 가동된 2004년 이후 역대 최저 수준(5952만 명)이다. 이 때문에 멀티플렉스 CGV와 메가박스는 지난해 소수 인원에게 상영관을 통째로 대여해주는 ‘통대관’을 진행한 데 이어, 올해는 대관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다양화하고 있다. 가격대도 크게 낮췄다. 코로나19 이전 프러포즈 등 이벤트 목적으로 이뤄지던 통대관의 평균 가격은 150만~200만원 선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1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CGV와 메가박스, 롯데시네마는 올해 초부터 상영관에서 콘솔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대관해주고 있다. CGV 왕십리점은 지난해 12월부터 결혼식을 생중계하는 패키지도 선보였다. 거리 두기 단계에 따라 결혼식 참석 인원을 제한한다는 점을 감안해 웨딩 업체와 손잡았다.

코로나19에 휴관을 지속하던 미술관도 프라이빗 관람 프로그램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서울 삼청동 바라캇은 지난해 3월부터 1년째 관람객을 위해 ‘사전예약제’를 진행 중이다. 관람객 수는 시간당 10명 이내로 제한하며, 코로나19 종식 시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롯데 뮤지엄도 ‘스누피 달 착륙 50주년 기념 한국 특별전’ ‘장 미쉘 바스키아·거리, 영웅, 예술’ 전시에서 프라이빗 관람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오픈 전 아무도 없는 시간에 관람할 수 있다.


호텔·여행 업계도 프라이버시 중시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특급호텔도 프라이빗 상품을 내는 데 열심이다. 외국인 고객 감소로 경영이 어려워지자 내국인 고객의 발길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호텔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호텔 평균 객실점유율은 예년(40~60%)의 절반 이하인 20%대를 기록했다.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신진 팝아티스트 ‘잭슨 심’의 작품을 객실에서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 인더룸 with 잭슨 심’ 패키지를 선보였다. 일반 객실의 약 두 배 이상 크기인 비즈니스 스위트룸에 3000만원 상당의 작품 5점을 걸었다. 객실 창문에는 잭슨 심이 그림을 그려 갤러리 느낌을 더했다. JW메리어트 동대문,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호텔&레지던스 등은 봄철 인기를 끄는 딸기 디저트를 객실에서 먹을 수 있는 패키지를 선보였다.

해외여행 길이 막혀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95% 감소한 하나투어는 소규모 프라이빗 투어를 강화할 예정이다. 하나투어는 2월 24일 모빌리티 스타트업 ‘무브(MOVV)’와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여행 형태가 소그룹화, 프라이빗화하는 경향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집무실은 ‘집 근처 1인 업무에 최적화한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목표 아래 3개 지점을 냈다. 사진 알리콘
집무실은 ‘집 근처 1인 업무에 최적화한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목표 아래 3개 지점을 냈다. 사진 알리콘

공유 경제에도 스며든 프라이빗 이코노미

공유 경제 기업도 코로나19 위기를 넘기 위해 개인화에 나섰다. 비대면 서비스를 활용하거나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차단해 공유 경제의 위축을 막았다. 공유 주차장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타인과 마주치지 않으면서 이용할 수 있고 운동 기구도 시간대별로 겹치지 않게 스마트폰으로 예약할 수 있다.

공유 오피스는 1인용 좌석, 칸막이를 친 공간을 늘리고 있다. 전 세계 8개국에 40개 이상의 지점을 갖춘 저스트코는 ‘스위치(Switch)’라는 1인용 소형 사무실을 선보였다. 한국 지점에서는 하반기에 도입할 계획이다. 공유 오피스 ‘집무실’은 1인석 위주, 집 근처 사무실을 콘셉트로 잡고 성장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1~3호점을 열었다.

유통 업계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프라이빗 이코노미가 각광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프라이빗 이코노미가 관심받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가속화하고 있다”며 “개인 정보, 위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남들의 의견에 따르기보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 세분화한 취미를 즐기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plus point

[Interview] 심준범 CJ CGV 국내사업본부장
“영화관, 게임·여행 등 콘텐츠로 코로나19 보릿고개 넘는다”

심준범 CJ CGV 국내사업본부장 전 CGV 베트남 법인장
심준범
CJ CGV 국내사업본부장 전 CGV 베트남 법인장

극장에서 게임을 즐기는 시대가 왔다. 10만~15만원에 영화관의 거대한 스크린과 풍부한 음향을 경험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게이머들의 천국’이다. CGV가 국내 멀티플렉스 중 처음으로 극장에서 콘솔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상영관을 대여해주는 ‘아지트엑스(AzitX)’를 선보이자,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도 ‘따라하기’에 나섰다. 영화관들이 잇따라 프라이빗 이코노미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코노미조선’은 3월 2일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심준범 CJ CGV 국내사업본부장에게 물었다.


어떤 이유에서 아지트엑스를 기획하게 됐나.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CGV가 가지고 있고 잘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스크린·사운드)이 무엇인지, 고객이 극장에서 경험하길 원하는 서비스는 무엇인지 고민했다. 그러다 영화와 게임이 유사한 점이 많다는 점에서 착안해 실제 서비스로 선보였다. 콘솔 게임을 좋아하는 마니아층에서 반응이 있을 것이라 기대했고, 게임 시장 트렌드도 몰입도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봤다. 1월 13일에 시범 서비스를 운영했는데 고객 반응이 좋아 1월 16일부터 전국 34개 극장으로 확대해 정식 서비스를 선보이게 됐다.”

아지트엑스 이용 고객층은. 고객들의 반응은.
“지금까지 방문한 팀은 200개 팀에 달하는데, 남성(73%)이 많다. 연령대는 30대(50%), 20대(34%), 40대(16%)순이다. 4인 이용객(42%)이 가장 많고, 2인 이용객(37%)이 뒤를 잇는다. 특이하게 1인 고객도 5%를 차지했다. 이용 고객 중 92%가 재방문하고 싶다는 의견을 내놓을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 극장에서 즐기는 웅장한 음향, 대형 스크린과 프라이빗한 공간, 1시간의 추가 이벤트에 대한 호평이 많았다. 고객들이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예매 시스템을 구축하고, 콘솔 게임 외 다른 방식의 서비스도 구현 가능한지 검토 중이다.”

코로나19로 생긴 또 다른 대관 서비스가 있나. 앞으로의 계획은.
“또 다른 독특한 대관 서비스로는 ‘라이브 랜선투어’와 ‘스탠드업 코미디’가 있다. 라이브 랜선투어는 해외에 있는 가이드가 라이브로 여행을 중계하는 콘셉트로, 가이드는 실시간으로 관객의 질문을 받는다. CGV 신촌아트레온은 8관을 스탠드업 코미디 상영관으로 운영하는데, 이곳에서는 개그맨들의 공연과 액티비티가 진행된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시 낭독회, 북토크, e스포츠 생중계, 콘서트 생중계 등 다양한 콘텐츠로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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