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식(왼쪽) 토탈임팩트 대표 서울대 미술대학·대학원 졸업, SKT, 롯데카드 로카 등 BI 프로젝트 진행, ‘토탈임팩트의 현대카드 디자인 이야기’ 공동 저자 / 박웅현(오른쪽) TBWA코리아 크리에이티브 대표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미국 뉴욕대 석사, ‘책은 도끼다’ ‘여덟 단어’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저자
오영식(왼쪽) 토탈임팩트 대표 서울대 미술대학·대학원 졸업, SKT, 롯데카드 로카 등 BI 프로젝트 진행, ‘토탈임팩트의 현대카드 디자인 이야기’ 공동 저자
박웅현(오른쪽) TBWA코리아 크리에이티브 대표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미국 뉴욕대 석사, ‘책은 도끼다’ ‘여덟 단어’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저자

뉴턴은 떨어지는 사과를 보며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고, 아르키메데스는 목욕탕에서 ‘유레카’를 외쳤다. 문제에만 골몰하고 있다 보니, 일상에서 ‘그분’을 만난 것이다. 일이 떨어지면 앞만 보고 달리는 간절함으로 일상에서 영감을 얻는 이들은 동시대에서도 찾을 수 있다. 바로 ‘생각이 에너지다(SK이노베이션)’ ‘진심이 짓는다(대림산업)’ 등 유명한 카피(광고 문구)를 탄생시킨 박웅현 TBWA코리아 크리에이티브 대표와 SKT, JTBC 등 국내 유수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맡았던 오영식 토탈임팩트 대표가 그 예다.

광고와 디자인은 분야는 다르지만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만드는 창작 활동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두 사람은 30년 넘게 활동해온 선배로서, 경험했던 현장을 후배들과 나누고자 ‘일하는 사람의 생각(민음사)’이라는 대담집을 선보였다. 광고와 디자인, 크리에이티브의 최전선에서 얻은 깨달음은 무엇일까. ‘이코노미조선’이 11월 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두 사람을 만나 ‘일’과 ‘영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창의성이란 무엇일까. 창의적인 일을 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박웅현 “책 ‘생각의 탄생’에서 본 구절인데, 창의성은 모든 사람이 보는 것을 보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은 것을 생각하는 일이다. 남들과 똑같은 나무를 보고도 감탄할 수 있는지, 같은 음악을 들으면서 소름 돋을 수 있는지가 기본이다. 남들이 하지 못하는 생각이나 창의적인 일을 하려면 ‘울림판’이 커야 한다.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말했던 ‘온몸이 촉수인 동물’이 되려고 해야 한다. 인문학적 감수성을 키우고, 많이 울고 웃고 보고 듣고, 하루를 충실히 살아야 한다.”

오영식 “미술사에 남는 작가와 남지 못하는 작가의 차이가 있다. 미술사에 남는 작가는 자기가 어느 시대, 어떤 상황·환경에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안다는 점이다.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시대에 맞춰 준비해야 한다. 살아온 10년과 앞으로의 10년은 다를 수밖에 없다. 체력을 꾸준히 기르면서 촉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능이나 천재성이 중요하진 않은가.

박웅현 “창의적인 일을 하려면 괴팍하거나 ‘또라이끼(똘끼)’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30년 일하면서 느꼈을 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창의성은 성실함과 진지함, 절박함의 결과다. 기본적인 삶의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일부러 엽기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도 있는데, 순간적으로 주목받을지는 몰라도 오래가지 않는다. ‘똘끼’와 창의성은 친하지 않다.”


‘일하는 사람의 생각’이란 책에서 “특별히 잘하는 사람이 있기보다는 누구나 잘하는 상태가 있다”고 했다. 잘하는 상태를 오래 유지할 방법이 있나.

박웅현 “세상엔 천재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천재라고 해도 늘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순 없다. 어느 순간, 누구와 만나느냐에 따라 스파크가 다를 수 있다. 만나면 일이 술술 풀리고 1시간이 1분처럼 느껴지는 사람이 있는 반면, 만나자마자 빨리 헤어지고 싶은 사람도 있다. 일은 혼자 하는 게 아니고 연차별로 요구하는 역량도 다르다. 팀원과 합을 맞추고 생산적인 결과를 내려면 먼저 좋은 사람이 돼야 한다. 긍정적인 힘, 열린 마음이 있어야 한다. ‘나는 천재인데, 쟤는 별로다’라고 평가하지 말고, 상대를 인정하고 장점을 발견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리더가 좋은 리더라고 생각하는가.

박웅현 “때에 따라 필요한 리더의 역량은 다르다. 다만 궁극적인 리더십은 포용이고, 흡수할 수 있는 힘이다. 윗사람이 포용·흡수해줄 때 분위기가 달라지고 후배의 역량이 커진다. 후배의 말을 들어주고, 베스트를 뽑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오영식 “타고난 리더 성향이 있어야 한다.  리더 기질이 없다면 리더가 되더라도 힘들 수밖에 없다. 본인이 리더가 맞지 않는다면, 팔로어를 더 잘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면 된다. 자신을 잘 아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자신도 잘 모르면서 남을 이끌 순 없다.”


젊은 세대가 일할 때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보는가.

박웅현 “일을 할 때 주인 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시스템이 잘 구성돼 있어야 한다. 경영진들은 ‘어떻게 하면 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까’ 하고 기업 문화를 고민해야 한다. 젊은 친구들도 ‘월급 들어오니까, 죽지 못해서 하는 일’을 하지 말고 좋아하는 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오영식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자신의 삶에 대한 고민은 자기가 해야 한다.”


일할 때 최우선으로 삼는 가치는.

박웅현 “더글러스 대프트 코카콜라 회장의 2000년 신년사가 기억에 남는다. 그는 인생을 ‘공중에서 5개의 공(일·가족·건강·친구·영혼)을 돌리는 저글링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일이라는 공은 고무공이어서 떨어뜨리더라도 튀어 오르지만, 다른 4개의 공은 유리로 돼 있어 깨진다고 했다. 일하면서 영혼(나)을 떨어뜨리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해치면서 일하면 안 된다.”

오영식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기 자신이다. 나를 사랑해야지, 남을 사랑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코로나19 팬데믹 등 새로운 패러다임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변화하는 시대에서 크리에이티브란 무엇일까.

박웅현 “크리에이티브는 시대와 상관없이 동일하다. 다만 데이터가 늘어나고, 광고가 개개인을 타깃으로 삼기 시작하면서 업무량이 많아졌다. 과거에는 헤드라인 하나만 써도 됐다면, 지금은 타깃을 세분화해 30개씩 써야 하는 식이다. 이러한 현상이 점점 심화하고 있어서, 어떻게 적응하고 생존할지가 중요하다.”


국내 기업들의 광고·브랜딩 전략에서 아쉬운 점이 있을까.

박웅현 “우리나라 기업들은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두고도, 마케팅을 전혀 모르는 최고경영자(CEO)의 의견을 따르는 일이 많다. CEO의 취향에 따라 갑자기 광고 방향이 바뀌는데, 이런 식이면 해외 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CEO가 ‘나는 이 부분은 잘 모르니까 전문가인 당신이 책임져’라는 태도로 임해야 전문가들이 긴장하고 더욱 노력한다. 애자일(Agile·기민한) 시대에 분권화는 꼭 필요하다.”


10월 ‘일하는 사람의 생각’이라는 대담집을 냈다.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가.

박웅현 “일하는 사람은 모두 힘들다. 하지만 지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 같아서 쑥스럽지만, 후배들이 내면은 단단하게 외면은 부드럽게 지녔으면 좋겠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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