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 트윈타워. 사진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 트윈타워. 사진 연합뉴스

LG그룹이 달라졌다. 스마트폰의 부진으로 ‘2등 이미지’가 강했던 LG그룹이 핵심축인 LG화학과 LG전자 생활가전(H&A) 등의 선전을 앞세워 최근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 전문가들은 “LG그룹이 장기적으로 투자해온 사업들이 최근 결실을 보고 있다”며 “안정적인 사업 구조와 수익성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LG화학은 10월 12일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3분기 매출액은 7조507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8.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9020억원으로 158.7% 증가했다. 잠정 실적이긴 하지만, 금융투자 업계의 예상치를 뛰어넘은 ‘어닝 서프라이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성장성을 담보하는 배터리 사업부 외에 기초소재도 가전 수요 증가로 4분기까지 선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화학이 호실적을 거둔 건 기존 주력 사업인 기초소재 부문의 선전에 지난 2분기부터 흑자를 기록한 전기차 배터리와 소형 전지 부문의 힘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기초소재 부문 영업이익은 7990억원으로 추정된다. 고부가가치합성수지(ABS)의 실적이 돋보였다. LG화학은 배터리 사업 강화를 위해 12월 1일부로 전지사업 부문을 떼 가칭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한다.

앞서 10월 8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LG전자도 16조9197억원의 매출액과 959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매출은 7.8%, 영업이익은 22.7% 늘었는데, 3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다. LG전자는 생활가전 사업본부에서만 6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전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LG생활건강 등의 계열사도 모두 3분기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개 이상 증권사가 전망치를 낸 LG그룹 계열사의 실적 추정치를 집계한 자료를 보면 LG디스플레이는 3분기에 6조6855억원의 매출액과 5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분석됐다. 매출액은 전년 3분기보다 14.8%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LG유플러스는 3조3700억원의 매출액과 225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액은 전년보다 3.9%, 영업이익은 44.9% 증가한 수치다.

실적이 좋아지니 주가도 고공행진이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한 LG화학의 약진이 눈부시다. 최근 배터리 사업을 분할하겠다고 밝히며 주가에 타격을 입긴 했지만, 올해 초부터 10월 13일까지 LG화학 주가는 102.8% 상승했다. 그룹의 간판회사 격인 LG전자 주가도 27% 넘게 올랐다. LG생활건강(22.7%), LG이노텍(16.4%), LG하우시스(25.7%) 모두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9.3%)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그룹주 시가총액은 10월 13일 기준으로 114조9621억원으로 집계돼 지난해 말(87조5970억원)보다 31.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삼성그룹 시가총액 증가율(2.6%)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현대차그룹(8.0%)과 SK그룹(7.6%)도 LG그룹에 미치지 못했다.


LG가 달라진 이유

LG그룹이 ‘신바람’을 내는 건 미래 성장 동력의 청사진이 최근 구체적인 숫자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의 경우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중국의 가파른 경제 성장에 힘입어 수혜를 봤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꺾이면서 사업도 부진에 빠지기 시작했다. 2011년 4월 60만원 가까이 올랐던 주가는 20만원대까지 내렸다. 전통적인 화학 산업에서 벗어나 이차 전지를 회사의 핵심 사업으로 보고 투자를 확대했지만, 투자자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중심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급증하며 회사에 대한 평가도 달라졌다. 변화하는 산업 트렌드를 제대로 짚었다는 호평이 나왔다.

LG화학이 변신에 성공한 사례라면 LG전자는 잘하던 걸 계속 갈고닦은 경우다. 증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3분기 LG전자가 생활가전(H&A) 사업에서 718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했다. 공기청정기, 정수기 등의 건강 가전을 통해 틈새시장을 개척했고, 세탁기와 냉장고 등 잘 만들던 제품은 고급화로 승부하며 수익성을 높인 덕분이다. TV를 만드는 HE 사업본부도 3005억원의 깜짝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스마트폰 경쟁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에 밀리며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생활가전에서 스마트폰의 부진을 만회한 것이다. LG전자는 세계 최대 가전 업체인 미국 월풀의 아성을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룹의 또 다른 축인 LG생활건강은 면세점 판매 부진에도 코로나19에 따른 위생용품 판매 증가 수혜를 봤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프리미엄 제품 판매 증가와 위생용품 수요 증가, 화장품 브랜드 ‘피지오겔’과 ‘뉴에이본’ 인수 효과로 실적 개선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은 애플의 새로운 스마트폰인 ‘아이폰12’ 시리즈 출시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


1.9조원의 현금 가진 LG, “투자형 지주사로”

LG그룹의 성장 전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LG그룹은 자동차에 탑재하는 전자장비와 이차 전지, 인공지능(AI),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플랫폼 사업 등을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부문 분할과 LG화학의 듀폰 솔루블 OLED 재료 기술 인수, LG전자의 산업용 로봇 전문 기업 로보스타 경영권 인수 등 기업 인수가 최근 활발했던 이유다.

그룹의 컨트롤타워이자 핵심 성장 동력에 의사 결정을 하는 지주사 LG가 탄탄한 현금 보유력을 갖췄다는 점도 LG그룹의 적극적인 행보를 예상할 수 있는 요인이다. LG는 서브원 지분(60%) 매각과 LG CNS 지분(35%) 매각을 통해 지난 6월 기준으로 1조90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LG는 1조원 후반대의 현금을 활용해 투자형 지주회사를 지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LG그룹의 신성장 동력에 대해 “LG전자 전장사업의 경우 수익성 측면에선 경험 축적을 통한 사업성 분석 능력 향상과 원가 구조 개선, 이를 통한 수주 금액 현실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한신평은 “LG화학의 자동차용 전지 사업은 테슬라와 공급 계약 체결과 점유율 상승, 전기차 시장의 잠재력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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