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미래OOO 보시면 됩니다.’

6월 24일 오후 7시 39분. 버스를 타고 퇴근 중이던 직장인 최경민(가명·35)씨 앞으로 한 통의 문자 메시지가 날아왔다. 모르는 번호였다. 최씨는 스팸 문자라고 생각하며 휴대전화를 바지 주머니에 도로 넣었다. 다음 날 오전 10시 40분. 같은 번호로부터 메시지가 하나 더 전송됐다.

‘미래OOO 19%. 농담인 줄 알았어요? 같이 해볼까요? 참여하실 거면 답장.’

최씨는 곧장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을 켰다. 코스닥시장에서 미래OOO 주가가 진짜로 20%가량 급등한 상태였다. 주식 투자 4개월 차인 최씨는 순간적으로 이 낯선 점쟁이를 믿고 싶어졌다. 그는 친구들과 대화하는 카카오톡 단체방에 질문을 던졌다. “혹시 주식 찍어주는 문자 받는 사람 있어?” 최씨를 제외한 나머지 6명 중 3명이 받는다고 답했다. 그중 한 명은 유료 회원으로 가입한 경험까지 있다고 했다.

최씨를 솔깃하게 한 노스트라다무스의 정체는 ‘주식 리딩방’이다. 주식 리딩방은 자칭 주식 전문가라는 이들이 특정 종목을 추천해주는 공간이다. 전문가는 유사투자자문업자일 수도 있고, 일반인일 수도 있다. 카카오톡과 텔레그램 등에 주로 개설되는 주식 리딩방 규모는 10여 명에서 수천 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주식 리딩방이 새롭게 등장한 서비스 형태는 아니다. 꽤 오래전부터 있어온 리딩방이 최근 사람들 입에 다시 오르게 된 건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라 불리는 개인의 주식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면서다. 동학개미운동을 일으킨 개미의 상당수가 아직은 투자에 서툰 2030세대이다 보니 이들에게 가이드 역할을 하겠다는 주식 리딩방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최씨도 그중 한 곳의 연락을 받은 것이다.

문제는 주식 리딩방의 전문성을 확인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유사투자자문업자는 금융위원회에 신고만 하면 영업 자격을 얻는다.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는 의미다. 시장 흐름을 읽는 통찰력이나 상담 능력이 업자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물론 투자 자문에 뛰어든 사람 중에는 글로벌 금융회사나 대형 연기금 출신도 있다. 하지만 그 이력이 꼭 자문 능력을 대변한다고 볼 순 없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신고된 유사투자자문사는 1800여 개다.

금융 당국에 신고라도 한 유사투자자문업자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더 큰 문제는 최근 신고조차 하지 않은 불법 리딩방이 성행한다는 사실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익명의 개인이 운영하는 불법 리딩방은 찍어준 종목의 높은 수익률을 미끼로 초짜 개미를 유혹한다. 개미가 걸려들면 “더 짭짤한 정보는 유료 회원에게만 제공한다”며 회비 납부를 유도한다. 회비는 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리딩방마다 다르다. 투자 자금 대출, 자산 위탁 운용 등 이들에게 허락되지 않은 행위를 일삼는 리딩방도 많다. 손실이 나도 손해배상 청구가 어렵다.

최악의 경우에는 이용자가 자신도 모르게 주가 조작 공범이 될 수 있다. 예컨대 리딩방 운영자가 특정 주식을 미리 산 다음 호재가 있는 것처럼 거짓 정보를 흘려 회원들이 매수하도록 할 수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추천받은 주식을 산 것뿐이지만, 검찰 입장에서는 주가 조작에 협조하는 행위다. 주가 조작은 형사 처벌 대상이다.

불법 리딩방은 매매 권유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방을 옮겨 다니는 경우가 많다. 영업 신고를 안 하는데 이사까지 자주 다니면, 이런 식의 리딩방이 얼마나 되는지 집계하는 건 불가능하다. 금융 당국은 주식 리딩방의 절반 이상을 개인이 운영하는 불법 리딩방으로 추정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리딩방에 대해 “신뢰성과 투자자 보호 여부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부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문하는 사례도 종종 나온다”며 “개인 투자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했다.


장외 거래 정보로 추천 꼼수

주식 리딩방에서 특정 종목을 추천하면서 보낸 문자 메시지. 사진 독자 제공
주식 리딩방에서 특정 종목을 추천하면서 보낸 문자 메시지. 사진 독자 제공

여러 위험 요소와 경고에도 최씨 같은 개미는 리딩방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어쨌든 추천 종목의 주가가 눈앞에서 치솟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는 직장인 김지수(가명·32)씨는 “예·적금으로는 아파트는커녕 단칸방도 마련하기 힘든 세상이고 물려받을 재산도 없다. 부동산 투자도 꽉 막힌 상황에서 주식은 자산 증식의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며 “나 같은 투자 초보로선 리딩방을 맹신하진 않더라도 참고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김씨 같은 사람은 리딩방이 급등하는 주식만 기가 막히게 골라낼 수 있는 내막을 알아야 한다. 불법 리딩방이 종종 쓰는 수법 중 하나가 장외 거래가를 보는 것이다. 장 마감(오후 3시 30분) 후 장외 거래에서 크게 오르는 주식을 찾아 ‘내일 오를 종목’으로 추천하는 식이다. 전날 장외 거래에서 급등하면 다음 날 시초가도 상승세일 확률이 높다. 잘 아는 사람이 볼 땐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장외 거래 시장의 존재를 모르는 주식 초보 눈에는 리딩방 운영자가 워런 버핏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최씨에게 미래OOO 추천 문자가 저녁 늦게 온 이유다.

장외 거래의 영향으로 다음 날 장 초반에 급등한 주식이 상승세를 장 막판까지 이어 가는 일은 드물다. 실제 사례를 보자. 빵집을 운영하는 황보라(가명·34)씨는 7월 6일 오후 6시 43분에 ‘삼OOOO’을 추천한다는 리딩방 문자를 받았다. 다음 날인 7일 오전 9시 12분에 같은 리딩방은 ‘삼OOOO 17% 상승 중’이라는 문자를 또 보냈다. 마음이 흔들린 황씨는 곧바로 이 회사 주식을 몇 주 샀다. 그런데 이날 삼OOOO은 전날 종가와 같은 28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에 반짝 오르다가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것이다. 17% 오른 상태에서 산 황씨는 그 수치를 고스란히 손실로 받아들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증할 수 없는 실적과 고급 정보를 미끼로 끊임없이 유료 회원 가입을 유도한 후 갑자기 종적을 감추거나 고객의 환불 요구 시 다양한 사유를 내세워 환불을 지연·거부하는 리딩방이 많다”며 “위약금을 과다 청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금융 당국은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해 주식 리딩방의 불건전 영업 행위를 근절할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신속한 적발이나 피해자 구제가 쉽지 않은 만큼 이용자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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