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프린스 찰스 시네마’에서 열린 ‘기생충’ 시사회 현장에서 진행된 농심 짜파구리 프로모션 현장. 사진 농심
영국 런던 ‘프린스 찰스 시네마’에서 열린 ‘기생충’ 시사회 현장에서 진행된 농심 짜파구리 프로모션 현장. 사진 농심

“미국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습니다. 올해 해외 라면 판매 목표치를 20% 올려 잡았습니다.” (농심 관계자)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 범위가 전통음식인 불고기, 비빔밥을 넘어섰습니다.”(삼양 관계자)

세계 무대에서 라면을 중심으로 한 K푸드(한식)가 존재감을 확실히 하고 있다. 유튜브 등을 통해 K푸드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던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세계인은 장바구니에 더 많은 K푸드를 담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트로피를 휩쓸며 K푸드의 주목도가 높아진 영향도 있다.

7월 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1~5월 라면 수출액은 2억4930만달러(약 3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1억8385만달러)보다 35.6% 늘었다. 통계가 집계된 2000년 이후 역대 최고의 1~5월 실적이다. 중국, 미국, 일본, 대만, 태국, 호주가 주요 수출국이다.

라면 수출 증가율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1월에는 9.5%에 그쳤지만, 2월 42.8%, 3월 31.5%, 4월 52.3%, 5월 39.6%의 증가율을 보였다. 4개월째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다만, 해당 수치에서 농심이 해외 공장에서 만들어 파는 물량은 빠졌다.

‘이코노미조선’이 농심·삼양식품·오뚜기·팔도 4개사의 올해 해외 라면 판매 목표액 총합을 조사한 결과, 1조9212억원으로 집계됐다. 수출과 해외 법인 판매액을 더한 결과다. 이는 4개사의 지난해 해외 매출액 1조5652억원보다 22.7% 늘어난 수치다. 각사는 코로나19 이후 K푸드를 찾는 세계인이 늘며 올해 해외 라면 판매액이 전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봤다.

코로나19 위기 상황 속에서 물 만난 것은 농심과 삼양식품이다.

사재기 현상과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인기 덕에 농심의 1분기 해외 매출은 5199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4.2% 늘었다. 영화에서 짜파구리는 빈부격차를 실감 나게 표현해준 상징물로 등장한다. 현재 짜파구리는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고 있다. 농심의 올해 1분기 짜파구리 해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0% 늘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으로 농심의 ‘신라면블랙’을 언급하기도 했다. 6월 17일 뉴욕타임스의 제품 리뷰 사이트 ‘와이어커터(Wirecutter)’에 실린 ‘최고의 라면’ 기사에 따르면, 신라면블랙은 기자와 전문가들이 선정한 ‘전 세계 베스트 11라면’ 중 1위를 차지했다. ‘베스트 11 라면’에는 한국 라면이 신라면블랙 외 농심 짜파구리(3위), 신라면건면(6위), 신라면사발(8위) 등 4개, 일본 라면 6개, 싱가포르 라면 1개가 포함됐다.

농심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랜초 쿠카몽가 공장과 중국 상하이, 선양, 칭다오, 얀비앤 공장을 거의 풀가동하고 있다. 회사는 미국 제2 공장 건설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농심 측은 “미국에서 그동안 한국 라면을 간식 개념으로 생각했는데, 코로나19 이후에는 식사 개념으로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도 인기에 가속도가 붙었다. 앞서 불닭볶음면은 유튜브 스타인 ‘영국남자’가 매운맛에 도전하는 영상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매운맛을 힘들어하면서도 끝까지 먹는 도전이 전 세계적으로 놀이처럼 번졌다. 현재 유튜브에 ‘Fire Noodle Challenge(불닭볶음면 도전)’를 검색하면 100만 개 이상의 영상이 나온다.

코로나19 초반 사재기 열풍이 불며 불닭볶음면을 찾는 세계인이 늘었다. 올해 1분기 삼양식품의 수출은 지난해 1분기보다 48.6% 급증한 773억원으로 집계된다. 삼양식품은 국내 라면 수출 통계치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코로나19로 외출을 하지 못하는 전 세계인의 실수요도 늘었지만, 물류 차질을 우려해 해외 거래처의 주문이 크게 늘었다. 내수 주문량은 물론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3월 발주량도 전년보다 50% 이상 급증했다.

삼양식품은 코로나19로 라면을 중심으로 한 생필품 수요가 급증하자 3~5월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해 강원도 원주와 전북 익산 공장을 풀가동했다. 특별연장근로는 주 52시간을 넘어도 고용노동부 장관이 인가한 경우 초과 근로를 허용하는 제도다. 회사 측은 “예정된 신제품 출시 계획을 미룰 정도로 주문 제품 물량을 소화하는 데 집중했지만, 3월 첫째 주까지는 발주량을 맞추기가 어려워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했다”고 했다.

오뚜기와 팔도도 코로나19 이후 해외 주문이 크게 늘었다. 오뚜기의 올해 1~6월 라면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늘어난 350억원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에서 진라면을 중심으로 라면 판매가 50% 이상 늘었다. 팔도 일품짜장면은 미국에서 1~3월 월평균 16만 개, 코로나19가 확산된 4~5월에는 월평균 30만 개 판매됐다. 이 제품은 지난해 1~3월 월평균 8만7000개, 4~5월 월평균 11만 개 팔렸다.


2019년 미얀마에서 진행한 불닭볶음면 빨리 먹기 대회. 사진 삼양식품
2019년 미얀마에서 진행한 불닭볶음면 빨리 먹기 대회. 사진 삼양식품

가정 식사 늘며 전통장·김치도 인기

코로나19 이후 라면 외 김치, 전통장 등 한국 음식이 전반적으로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상의 1~5월 장류 누적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늘었다. 연간 수출 증가폭이 15%인 것을 고려하면 높다. 장류에는 고추장, 된장, 쌈장, 간장이 포함된다.

특히 김치는 건강에 좋은 발효식품이라는 인식에 수출이 크게 늘었다. 올해 1∼5월 누계 김치 수출액은 5900만달러(약 71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6% 늘었다. 일본, 미국, 호주, 대만, 홍콩 등이 주요 수출국이다. 김치 수출액은 올해 1월 전년 대비 2.3% 감소했지만, 2월 28.8% 늘었다. 이후 3월 33%, 4월 62.6%, 5월 59.7%로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대상의 1~5월 종가집 김치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늘었다. 평소 증가폭이 10%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높은 성장률이다. 같은 기간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김치 수출액은 35% 증가했다.

뉴욕포스트는 “김치가 코로나19를 예방해준다는 검증 결과가 없음에도 사람들은 김치 같은 발효식품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한국이 초기 코로나19에 잘 대응한 게 김치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외 컵밥, 과자류도 인기다. 오뚜기의 밥·컵밥 수출은 1~6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늘었다. 오리온은 코로나19 사태 후 오감자, 초코파이, 스윙칩이 중국에서 인기를 끌며 3월 둘째 주에는 현지 공장 가동률을 99%로 확대하기도 했다. 올해 3~5월 오리온의 중국 매출은 전년보다 43.8%, 베트남 매출은 32.6%, 러시아 매출은 14.4%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K푸드가 인기 가도를 달리던 중 코로나19 사재기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한 단계 도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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