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소니에서 출시한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완전 무선 이어폰 ‘에어팟 프로(왼쪽)’와 ‘WF-1000MX3’. 사진 애플·소니
애플과 소니에서 출시한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완전 무선 이어폰 ‘에어팟 프로(왼쪽)’와 ‘WF-1000MX3’. 사진 애플·소니

선을 넘어선 자유에 소음으로부터의 해방이 더해졌다. 스마트폰으로부터 이어진 줄에서 두 손이 자유로워졌고, 잔뜩 꼬인 이어폰 줄을 풀어야 하는 번거로움도 사라졌다. 시끄러운 대중교통에서도 말소리로 가득한 카페에서도 착용하는 순간, 번잡함은 멀어지고 아늑한 고요함이 찾아온다. 마치 무중력 공간에 떠 있는 듯한 기분.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능동형 소음 차단·ANC·Active Noise Canceling)’ 기능이 탑재된 ‘완전 무선 이어폰(True Wireless Stereo)’ 얘기다.

무선 이어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전 세계 무선 이어폰 시장 규모는 2019년 1억700만 대로 전년(3500만 대)보다 세 배 이상 성장했다. SA는 이 시장이 2020년에는 2억2000만 대, 2021년 3억7000만 대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원래도 성장세가 강했던 무선 이어폰 시장에 ANC라는 신기술이 접목되며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원래 노이즈 캔슬링은 대부분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수동형 소음 차단·PNC· Passive Noise Canceling)을 의미했다. 헤드셋이나 이어폰이 귀에 밀착되며 주변 소음이 줄어드는 ‘귀마개 효과’다. 반면 ANC는 소음을 소음으로 막는 기술이다. 파동의 일종인 소리가 자신과 반대 파형의 파동을 만나면, ‘간섭 현상’을 일으켜 사라지는 원리를 이용했다. ANC 기능이 적용된 음향 기기는 외부 마이크를 통해 소음을 수집한 뒤, 재빨리 반대 파형을 계산해 내보내는 것으로 인위적으로 간섭 현상을 일으킨다.

ANC 기술은 1987년 미국의 음향 기기 제조사 ‘보스(BOSE)’가 비행기 조종사를 위해 개발한 것이다. 이후 2000년 보스는 일반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ANC 헤드셋, QC(Quiet Comfort) 시리즈를 선보였고 현재까지 후속작이 이어지고 있다. ANC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선 소음을 수집할 추가 마이크와 이를 분석하고 대응할 고성능 칩 등을 탑재해야 하므로 주로 유선 이어폰이나 넥밴드, 헤드셋 등 공간과 무게의 제약이 적은 음향 기기에 적용됐다.

완전 무선 이어폰에 ANC를 적용하기 위해선 배터리와 안테나, 사운드 드라이버 등으로 빽빽한 손가락 마디 크기의 몸체에 ‘추가 부속품’을 더 넣어야 한다. 극도의 소형화가 요구되는 데다 기술 난도까지 높다 보니 2020년 7월 현재까지 출시된 ANC 완전 무선 이어폰은 대부분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대중에게 첫선을 보인 ‘ANC 완전 무선 이어폰’은 2019년 7월 출시된 소니의 WF-1000MX3다. 소니는 헤드셋과 넥밴드 등 제품군에서 이미 인정받은 ANC 기술을 완전 무선 이어폰에 적용했다. 출시 당시 가격은 29만9000원, 비싼 만큼 최근까지 나온 제품을 통틀어도 소음 차단과 통화 품질, 음질 면에서 뛰어나다는 평가다.

리뷰 사이트 알팅스(Rtings)는 WF-1000MX3의 종합 점수를 10점 만점에 7.3점으로 평가했다. 소음 차단 부문은 7.4점, 음질 부문은 7.3점을 매겼다. 일반적인 인이어(in ear) 이어폰과는 달리 입 쪽으로 돌출된 구조 덕분에 통화 품질이 좋다. 단점은 휴대성이 중요한 완전 무선 이어폰치고는 너무 크고 무겁다는 것이다. 이어폰 유닛 무게만 8.5g이고, 충전 케이스는 77g에 달한다. 성인 남성의 손에도 쏙 들어오지 않는다.


애플 ‘에어팟 프로’ ANC 무선 이어폰 시대 열어

ANC 무선 이어폰 시대를 본격적으로 연 것은 2019년 10월 말 출시된 애플의 ‘에어팟 프로(Airpods Pro)’다. 가격은 32만9000원으로 비싸지만, 음향 전문가들 사이에서 ‘오버 테크놀로지’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한다. 애플은 ‘에어팟 2’에 이어 에어팟 프로까지 연타석 흥행을 기록하면서, 전 세계 무선 이어폰 시장에서 54.4%(5870만 대)라는 압도적인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2016년 아이폰 7 출시 당시 3.5㎜ 이어폰 단자를 없앤 이유를 증명한 셈이다.

알팅스는 에어팟 프로를 종합 점수 7.5점으로 평가했고, 소음 차단 부문은 8.6점을 매겼다. 김도헌 대림대 방송음향영상학과 교수는 “무선 이어폰 기술에선 애플이 정상에 있다”며 “2개 이상의 마이크를 이용한 빔포밍(beamforming) 기술과 골진동 수음 마이크를 이용해 통화 품질도 매우 뛰어나다”고 했다. 단점은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이 아이폰에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의 경우 에어팟 프로의 기능을 100% 향유하기 어렵다.

전통적인 음향 기기 강자들도 앞다퉈ANC 완전 무선 이어폰을 출시하고 있다. 젠하이저가 올해 4월 내놓은 ‘모멘텀 트루 와이어리스 2’도 그중 하나다. 39만9000원이라는 가격에 비해 ANC 기능은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귓구멍에 삽입하는 구조 덕분에 실제로 착용했을 때의 소음 차단 성능은 괜찮은 편이다. 삼성전자에 인수된 하만이 4월 출시한 AKG N400은 높은 가성비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가격은 18만5000원. 그동안 비슷한 가격대 제품 가운데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제대로 된 ANC 기능을 제공한다. 전용 앱을 통해 노이즈 캔슬링 강도를 조절할 수 있고, 음악을 들으면서 대화도 가능한 토크 스루(talk through) 기능도 탑재됐다.

ANC 기술의 원조인 ‘보스’는 아직 해당 기능이 적용된 완전 무선 이어폰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보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아마존 에코 버즈’가 있다. 가격 파괴를 일삼는 아마존 제품답게 129.99달러(약 15만6400원)에 구매할 수 있으면서, 알팅스 기준 종합 점수 7.3점에 소음 차단 8.6점으로 가성비가 아주 뛰어나다. 다만 음질이 7점에 그친 점은 다소 아쉽다.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아 해외 직구를 통해 주문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자사 스마트폰과 완벽하게 호환되는 ANC 완전 무선 이어폰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중 ‘갤럭시 버즈 라이브’를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콩 모양을 닮은 이 제품에는 두 개의 스피커와 세 개의 마이크가 장착되고, ANC 기능도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도 연내에 자사의 완전 무선 이어폰 라인업인 ‘톤 프리’ 시리즈에서 ANC 기능을 적용한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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