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0일 서울 명동 ‘허니버터아몬드앤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HBAF 스토어)’의 외관. 사진 구정하 인턴기자
1월 10일 서울 명동 ‘허니버터아몬드앤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HBAF 스토어)’의 외관. 사진 구정하 인턴기자

1월 10일 서울 중구 지하철 명동역 6번 출구. 쇼핑 인파를 뚫고 조금 걷다 보면 회색 일색의 건물 사이에서 샛노란 간판이 불빛을 내뿜고 그 위로 눈, 코, 입이 달린 거대한 아몬드 캐릭터가 꿀 봉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과자류 제조 업체 길림양행의 아몬드 상품을 판매하는 ‘허니버터아몬드앤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이하 HBAF 스토어)’다.

허니버터아몬드는 길림양행이 해태제과의 히트상품 ‘허니버터칩’의 인기에 편승해 2014년 12월 편의점 GS25와 함께 출시했다. 아몬드에 허니버터 시즈닝(양념)을 입힌 간식이다. 지난해 5월 억만장자 만수르 아랍에미리트(UAE) 왕자와 함께 사진에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윤문현(42) 길림양행 대표는 수입 아몬드 판매로는 회사가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자체브랜드(PB)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물이 허니버터아몬드다. 허니버터아몬드가 인기를 얻자 와사비, 단팥, 바나나맛 등의 후속작을 출시했다. 지난해 자체브랜드 매출액은 전년보다 70% 이상 증가했고, 순이익은 13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윤 대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플래그십 스토어(한 기업에서 만들어 낸 여러 상품을 한곳에 모아서 홍보하고 판매하는 매장)로 또다시 승부를 걸었다. 브랜드 역사가 짧은 식품 회사가 대규모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HBAF 스토어는 우려를 깨고 월 매출액 15억원을 올리며 성공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HBAF 스토어 자체 매출뿐만 아니라 HBAF 스토어를 찾는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브랜드 인지도까지 높아져 회사 전체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HBAF 스토어의 성공전략을 살펴봤다.


성공전략 1│물건이 아닌 경험을 팔아라

HBAF 스토어는 식품 매장이라기보다 놀이공원의 기념품 매장 같다. 매장에 들어서니 왼쪽으로 소지품을 보관하는 캐비닛이 마련돼 있고, 오른쪽엔 수십 가지의 아몬드 제품군이 상자째로 쌓여있었다. 노출 콘크리트와 철제 진열대로 마감은 다소 투박하지만, 진열된 상품의 다양한 디자인이 그 자체로 하나의 인테리어가 돼 경쾌한 분위기를 냈다. 볼펜, 수면바지, 수첩 등 갖가지 아몬드 캐릭터 상품들도 판매하고 있었다.

브랜딩이 미흡한 브랜드가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일은 쉽지 않다. 충성고객이 적을뿐더러 주문량이 적어 제작단가가 비싸다. 하지만 윤 대표는 직원들에게 “캐릭터 상품을 다 버려도 좋으니 대신 잘 만들라”고 당부한다. 캐릭터 상품을 구경하고 사진을 찍고 가는 행위 자체만으로 고객에게 좋은 경험이 되고, 이 경험이 곧 브랜딩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고객들이 부담 없이 편히 쉴 수 있도록 매장을 창고형으로 디자인했다. 윤 대표는 “외국의 팩토리 스토어처럼 물건을 마음껏 보고 내려놓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HBAF 스토어에 진열된 인절미 아몬드와 불닭 아몬드. 사진 구정하 인턴기자
HBAF 스토어에 진열된 인절미 아몬드와 불닭 아몬드. 사진 구정하 인턴기자

성공전략 2│먹여야 팔 수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자유롭게 제품을 맛볼 수 있도록 시식대가 곳곳에 비치돼 있다는 점이다. HBAF 스토어에서는 한 달 시식 제품값으로만 7000만~8000만원이 든다고 한다. 매장이 있는 지하로 이어지는 1층 입구에도 시식대를 설치해둬 매장에 들어가지 않아도 허니버터, 와사비, 김 등 7가지 맛의 대표상품을 맛볼 수 있다. 매장으로 들어가면 복숭아, 흑당밀크티, 인절미맛 등 전 제품을 무제한 시식할 수 있다. 이날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한 남학생 무리는 “군옥수수맛이 제일 맛있다”며 군옥수수맛 시식대 앞에 한참을 서서 담아 먹기도 했다. ‘먹여야 팔 수 있다’는 지론 아래 윤 대표가 추진한 일이다.

시식은 매출로 이어졌다. 대부분 상품의 매출이 고르게 나타났다. 판매가 저조해 롯데마트에서 진열이 제외됐던 티라미수맛도 HBAF 스토어에서 안정적으로 매출이 나와 재입점하게 됐다. 앞으로 제품을 더 광범위하게 배포하기 위해 작은 증정용 봉지를 나눠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성공전략 3│일단 발길을 잡아라

길림양행은 유명세를 이용해 매장 고객을 모으는 대신, 공격적인 외관으로 사람을 끌어들이고 역으로 이들에게 브랜드를 홍보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를 위해 월 임대료 3억원가량의 명동 노른자 땅에 제작비 1억원 상당의 아몬드 캐릭터 조형물을 설치했다. 일반적인 회색 건물에 직사각형 간판을 달고 있는 주변 상점들과 대비돼 눈길을 끈다.

이날 HBAF 스토어에는 호주, 홍콩, 싱가포르 등 다양한 국적의 고객들이 방문했다. 그들의 반응은 공통적이었다. “지나가다 화려한 간판이 눈에 띄어서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미국인 아이브리 베일리(여·23)씨는 “허니버터아몬드가 무엇인지 몰랐는데 매장이 신기해 보여서 들어왔다”며 “먹어보니 맛있어서 사 가려고 한다”고 했다.


plus point

[Interview] 윤문현 길림양행 대표
“원주 공장 설립, 해외 마케팅 시작할 것”

윤문현 길림양행 대표가 1월 17일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하면서 HBAF 스토어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구정하 인턴기자
윤문현 길림양행 대표가 1월 17일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하면서 HBAF 스토어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구정하 인턴기자

윤문현(42) 길림양행 대표는 경영학과 졸업 후 대기업 입사를 앞두고 있던 스물여덟 살에 아버지로부터 회사를 이어받았다. 당시 회사 빚은 100억원에 달했다. 그는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시작으로 회사의 체질을 개선해, 길림양행을 성장시키고 있다. 곧 해외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시작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1월 17일 서울 명동 ‘허니버터아몬드앤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이하 HBAF 스토어)’에서 윤 대표를 만나 허니버터아몬드 성공전략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었다.


HBAF 스토어를 낸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제품 개발 욕심이다. 물건을 받아주는 곳이 있어야 개발을 할 수 있다. 대형마트 같은 일반 유통업체는 상품 진열이 제한적인 데 반해 HBAF 스토어는 전날 생산하면 다음 날 아침 진열할 수 있다. 또 이 판매 데이터가 마트에 우리 물건을 영업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HBAF 스토어 실적 덕에 곧 홈플러스와 롯데마트에 전용 매대가 생길 예정이다.”

신상품 개발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질 좋은 제품을 많이 만드는 건 생존의 문제다. 종류가 많으면 한 번에 따라 할 수가 없다. 우리는  오랜 기간 계속 미세조정을 하는데, 경쟁사는 단기간에 카피하기 때문에 완성도를 높일 수 없다.”

HBAF 스토어 매출이 다른 매장 매출을 깎진 않았나.
“오픈 전 명동에 직영매장이 두 개 있었는데, 오히려 시너지 효과가 생겼다. 사람들에게 반복 노출되니 호기심을 자극해 구매가 유도되더라. 명동 부근에 이 매장을 포함해 HBAF 스토어만 취급하는 전용 매장이 5개인데 모두 수익을 잘 내고 있다. 판매간섭이 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해외 진출 계획도 궁금하다.
“이제까지는 해외 마케팅을 하지 못했다. 그만큼의 공급량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시설이 없어 여력이 부족했다. 이번에 강원도 원주에 공장을 새로 지으면서 공급량이 충족되면 해외 마케팅도 시작할 생각이다.”

구정하 인턴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