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14일(현지시각) 미국 디트로이트 코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대형 SUV 텔루라이드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사진 기아자동차
기아자동차가 14일(현지시각) 미국 디트로이트 코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대형 SUV 텔루라이드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사진 기아자동차

세단은 중세시대 프랑스의 ‘스당(sedan)’ 지역에서 만들어진 왕후·귀족(王侯·貴族)용 의자식 가마에서 유래했다. 좌우에 문이 각 1개씩인 2도어와 각 2개씩인 4도어가 있다. 어느 것이나 실내에는 2열의 좌석이 있어 4∼5명이 탈 수 있다. 차 뒷부분에는 트렁크가 있는 게 일반적이다.

승용차의 수많은 종류 가운데 가장 대표적이고 많이 생산된 형태가 세단이다. 따라서 어떤 자동차 제조사가 한 종류의 승용차만 만든다면 세단형을 택하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전통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세단형 생산에서 손을 떼고 SUV 또는 픽업트럭 생산으로 돌아서고 있어서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승용차의 모습이 지금과는 달라질지도 모른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카앤드드라이버 인터넷판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는 포드의 F시리즈 픽업트럭으로 90만9330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어 GM의 픽업트럭인 쉐보레 실버라도(58만5581대), 피아트크라이슬러의 픽업트럭인 닷지 램(53만6980대)순이었다. 이를 비롯해 판매량 상위 25위 차종 중에는 픽업트럭과 SUV가 17개 차종이나 됐다. 42만7170대가 팔려 4위를 차지한 도요타의 RAV4 등 일본산 SUV도 선전했다. 일본 중형세단 도요타 캠리(7위), 혼다 어코드(11위)와 일본 준중형세단 혼다 시빅(9위), 도요타 코롤라(10위)는 그나마 선방했다. 한국 차는 현대차의 아반떼(미국 판매명 엘란트라) 한 차종에 불과했다. 아반떼는 지난해 20만415대가 팔려 21위에 랭크됐다.


1월 14일(현지시각) 미국 디트로이트 코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북미 국제 오토쇼(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도 세단의 위상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쇼를 장악한 것은 SUV와 픽업트럭이었다. 기아차는 이날 대형 SUV 텔루라이드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미셸 크렙스 오토트레이드 애널리스트는 “자동차 제조사들은 당분간 SUV 붐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했다.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의 3대 자동차 회사인 포드·GM·피아트크라이슬러는 수익성 악화와 소비자들의 관심 부족으로 최근 세단 생산을 포기하거나 줄이고 있다. 지난해 7월 별세한 세르조 마르치오네 피아트크라이슬러 회장은 2016년 “소비자가 세단보다는 픽업트럭에 관심을 보이기 때문에 (중형세단인) 크라이슬러 200 생산을 중지하겠다”고 발표하고 “이 차종의 조립라인을 차세대 램 픽업트럭용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시장은 발표를 환영했다. 발표 이후 이 회사 주가는 3년 만에 두 배 이상 올랐다. 이어 포드도 지난해 4월 1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미국 시장에서 판매가 저조한 세단 라인업을 대부분 없애고 머스탱과 포커스 액티브 등 2종만 남긴다고 발표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차종을 과감히 정리해 재정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것이었다. 대신 생산 초점을 SUV로 옮기고 하이브리드카와 순수전기차 생산을 늘리기 위한 경영 개선안을 제시했다. 포드는 SUV 개발에 약 7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오는 2020년까지 8종의 SUV 제품군을 구축할 방침이다. GM도 지난해 11월 쉐보레 크루즈와 임팔라, 캐딜락 CT6와 XTS 등 판매가 부진한 세단 6종의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 산업 시장조사기관 LMC오토모티브는 2025년까지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세단 판매량이 21.5%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세단과 소형차가 신차 판매의 31.2%를 차지했다. 2012년에는 이 비율이 50%였는데, 7년 새 18.8%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비율 하락의 원인은 유가 하락 및 미국 경기 회복세다. 소비자들은 세단보다 큰 SUV와 픽업트럭을 구매했고, 이들 차종은 점점 더 고급스럽고 편안해지고 효율성도 높아졌다. SUV가 2025년까지 미국 신차의 약 40%를 차지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닛산 알티마 등 인기 있던 일본산 세단의 판매량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이 회사들은 SUV를 강화함과 동시에 더 매력적인 세단을 내놓음으로써 세단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각오다. 세단은 SUV보다 가격이 낮아 더 경제적이고 연료도 덜 소비한다. 또 SUV 등에 비해 무게 중심이 낮기 때문에 전복 사고 위험도 낮다. 따라서 지금 당장 SUV가 인기라고 해서 조급하게 세단을 정리해 버리는 결정은 내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도요타 북미 판매 책임자인 로버트 카터는 “미국 세단 판매량은 여전히 세계 어느 시장보다 훨씬 더 많다”며 “우리가 미국에서 계속 세단을 생산하려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라고 했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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