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반포동 재건축 아파트 전경. 사진 연합뉴스
서울 강남 반포동 재건축 아파트 전경. 사진 연합뉴스

“국세청에서 요즘 강남 분양 아파트 자금 출처 조사를 깐깐하게 하는 거 아시죠. 계약금도 분양가의 20%라서, 당첨되면 연말까지 현금으로 최소 3억원은 마련하셔야 해요.”

지난 12월 4일 서울 도곡동 힐스테이트 갤러리에 마련된 ‘디 에이치 라클라스(서울 반포동)’ 견본주택에서 만난 분양상담사는 청약 유의점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현대건설이 서울 반포동 삼호가든맨션 3차를 재건축하는 이 아파트는 올해 마지막 강남권 분양단지로 주목을 받았다.

서울 지하철 3호선 매봉역과 양재역 사이 남부순환로 대로변에 있는 견본주택은 명성에 비해서 한산했다. 3층에 마련된 아파트 단지 모형 주변에는 분양 팸플릿을 겨드랑이에 낀 40~50대 중년 남성이 안내원의 설명을 듣고 있었고, 소형 면적인 전용 59㎡ 견본주택에는 아들과 동행한 30대 부부와 가죽백팩을 멘 남녀 커플이 눈에 띄었다. 아파트 모형 앞에서 만난 한 중년 여성은 “강남 분양 아파트 견본주택 중에 이렇게 썰렁한 곳은 처음 봤다”고 했다.

이날 이 단지의 일반분양 210가구에 대한 1순위 청약 접수가 진행됐다. 2층 왼쪽 상담석에 앉은 분양상담사는 “작년 8.2 부동산 대책으로 실거주 요건이 2년 거주로 강화됐다”며 “투자보다는 실거주로 청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튿날 청약 결과가 공개됐다. 210가구 분양에 총 5028명이 접수했다. 평균 청약경쟁률은 24대 1로 1순위 마감했다. 수십대 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한 달 전에 분양한 서초우성1차 재건축 아파트인 ‘래미안 리더스원’ 분양 성적과 비교하면 못미치는 수치였다. ‘리더스원’은 232가구 모집에 9671건이 접수됐다. 분양 아파트에 대한 관심은 일반 분양물량 대비 청약 당일 접수된 통장 개수로 파악한다.

그로부터 아흐레 후인 13일 당첨자와 청약가점이 함께 공개됐다. 이날 발표된 라클라스 당첨자 평균 가점은 60.3점. 전용 50~59㎡ 소형 면적 당첨자의 평균 가점은 60점을 넘겼지만, 전용 84㎡의 중형 면적 당첨 가점은 52~58점에 머물렀다. ‘리더스원(평균 64.8점)’에 비해 4~5점가량 낮고 올해 3월 분양한 ‘개포자이’보다는 11점 이상 급락했다. 라클라스는 70점대 후반~80점대 고가점 청약자도 없었다. 리더스원은 전용 114㎡와 전용 238㎡가 당첨 최고점인 만점 ‘84점’을 기록했다.


서울 도곡동 힐스테이트 갤러리에 마련된 ‘디에이치 라클라스(서울 반포동)’ 견본주택. 사진 김명지 기자
서울 도곡동 힐스테이트 갤러리에 마련된 ‘디에이치 라클라스(서울 반포동)’ 견본주택. 사진 김명지 기자

부동산 규제와 침체된 시장 분위기 반영

라클라스의 청약 성적이 부진한 것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와 침체된 시장 상황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서성권 부동산114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대출 규제 강화로 강남권 분양 시장은 10억원 이상 현금을 쥐고 있어야 접근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라클라스가 계약금을 분양가 20%로 정한 것도 예비 청약자에게 부담이 됐다. 분양가 17억4200만원인 라클라스 전용 84㎡ 타입 중층 당첨자는 이달 말까지 계약금 3억4940만원을 현금으로 준비해야 한다. 지금까지 분양한 강남권 아파트는 계약금을 분양가의 10%로 정했다. 리더스원의 1차 계약금은 1억4000만원 정도였다.

청약 당일 앞서 분양한 리더스원이 미계약분 26가구를 공개한 것도 악재로 보인다. 반포태성부동산 관계자는 “리더스원도 미계약 물량이 일반 분양의 10%가 넘었다”며 “청약 고점자들은 내년에 분양하는 ‘원베일리’를 기다리며 이번 청약은 관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원베일리는 신반포3차 경남과 우정 에쉐르 등을 통합 재건축하는 대단지 아파트로 총 2971가구 가운데 345가구를 일반분양한다.

반포자이 골드부동산 관계자는 “내년 보유세가 크게 올라, 고가주택 소유자들이 물건을 헐값에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고 귀띔했다. 서성권 선임연구원은 “12월 11일부터 적용되는 청약제도 개편으로 60세 이상 유주택 직계존속이 청약 가점에서 제외되면 앞으로 당첨 점수는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plus point

“규제 피하자” 판교 오피스텔에 몰린 투자

경기도 분당구 알파돔시티에 마련된 ‘힐스테이트 판교역 오피스텔’ 견본주택이 투자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 현대엔지니링
경기도 분당구 알파돔시티에 마련된 ‘힐스테이트 판교역 오피스텔’ 견본주택이 투자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 현대엔지니링

대출규제와 경기침체로 싸늘하게 식은 강남권 아파트 분양 열기와 대조적으로 오피스텔 분양 시장은 청약 열기로 뜨겁다.

현대엔지니어링에 따르면 지난 11월 28일과 29일 분양한 힐스테이트 판교역에 3만1323건의 청약이 접수됐다. 청약 접수 건수로만 보면 올해 전국에서 분양된 오피스텔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다.

분양한 오피스텔은 총 577실로 평균 경쟁률은 54 대 1로 나타났다. 특히 분양권 전매 제한이 없는 17블록 전용 53㎡는 65실 공급에 2만7583건이 접수돼 424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판교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12월 6~7일 계약금을 지불한 전용 53㎡ 물량의 경우 웃돈이 벌써 2000만원가량 붙었다”고 말했다.

가장 큰 인기를 끈 전용 53㎡의 분양가는 7억4200만~7억5800만원으로 인근 지역 아파트 매매가와 비교해도 저렴하지 않다. 서성권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지난 8.27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에 분양하는 오피스텔 분양권 전매가 불가능하게 됐으나, 이 오피스텔은 해당 규제를 피해갔다”고 설명했다. 오피스텔 전매제한 규제는 100실 이상일 때 해당되는데, 17블록은 총분양 규모가 65실로 적다.

판교 신도시 내에 전용 74㎡ 이하 소형 아파트가 적기 때문에 소형 아파트 대체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인기 요인으로 지목됐다.

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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