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시 파주체인지업 캠퍼스의 핼러윈 페스티벌 현장. 사진 정해용 기자
경기도 파주시 파주체인지업 캠퍼스의 핼러윈 페스티벌 현장. 사진 정해용 기자

10월 23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파주체인지업캠퍼스(옛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에서 만난 주임강사 가브리엘(여·29)은 핼러윈 파티를 위한 의상과 소품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강의실 한쪽에는 아이들에게 나눠줄 사탕이 쌓여 있었다. 해골, 도끼와 잭 오 랜턴(Jack-o-lantern·호박 모양의 핼러윈 랜턴)도 아이들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온몸이 잿빛인 여자 뱀파이어 석고상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우두커니 검은 커튼 앞에 서 있었다.

뉴질랜드에서 온 가브리엘은 한국에 온 지 2년 정도 됐다. 그는 “뉴질랜드에서는 핼러윈이 이렇게 인기가 많지 않은데, 한국 아이들이 수천 명씩 몰려오는 게 신기하다”며 “이번 행사는 무서운 학교(Scary Campus)라는 주제로 준비해봤다”며 웃었다. 박원준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실장은 “아이들의 멋진 핼러윈을 위해 대전에서 여기까지 올라오는 부모님들도 있다”고 말했다.

가브리엘이 준비한 핼러윈 파티는 27·28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열렸다. 이 캠퍼스에서 근무하는 원어민 강사 50명이 모두 참가했고 전국에서 5000명 이상의 아이들과 학부모가 모여 27만㎡의 캠퍼스를 빼곡히 채웠다. 좀비와 함께하는 핼러윈 파티, 영어 뮤지컬, K-팝 공연, 유령 사탕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유럽과 미국의 축제였던 핼러윈이 우리나라에 정착되기 시작한 것은 3~4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20~30대 젊은층은 물론이고 어린이들과 애완동물까지 즐기는 축제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유통·관광 등 관련 업계도 핼러윈을 위한 각종 상품과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핼러윈 문화가 확산되면서 유통 업계의 관련 상품 매출이 매년 크게 늘고 있다. 핼러윈을 상징하는 의상이나 실내 장식용 소품이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물론 강아지, 고양이 등 애완동물을 위한 핼러윈 상품도 고객몰이에 나선 상태다.

특히 올해 핼러윈에는 반려동물을 위한 상품 판매가 급격히 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옥션이 15일부터 21일까지 집계한 핼러윈 상품 판매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을 보면 핼러윈을 위한 강아지 한복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7%가 증가해 주요 품목들 가운데 가장 증가율이 높았다. 또 고양이용 핼러윈 의상 매출도 200% 늘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수백만원짜리 반려동물용 핼러윈 상품까지 등장했다. 네이버 에 모두 6930종의 반려동물 핼러윈 상품이 판매되고 있는데 주로 1만~2만원대가 많다. 하지만 5만원이 넘는 물건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234만원짜리 핼러윈 개목걸이 가죽 끈 세트 등 수백만원이 넘는 상품도 있다.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고 있는 최모(34)씨는 “다음 달에 일산에서 하는 케이펫페어(반려동물 용품 박람회)에 강아지들을 데리고 가야 하는데 이번 기회에 예쁜 핼러윈 의상을 구매해 입혀서 갈 계획”이라고 했다.

성인들을 위한 핼러윈 의상도 지난해보다 85%가 더 팔려 나갔고, 벽장식 소품 판매도 61%가 늘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도 핼러윈 축제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23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플라잉타이거(액세서리 브랜드) 매장에서 만난 주부 한연재씨는 네 살짜리 딸에게 사줄 핼러윈 선물을 고르고 있었다. 그는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만난 친구들과 핼러윈 선물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미리 준비를 좀 하려고 나왔다”고 했다.

주요 호텔에서는 20만~30만원짜리 핼러윈 파티 입장권이 판매됐고, 일부 서울 강남 클럽에서는 수백만원이 넘는 와인세트가 핼러윈 상품으로 팔렸다.

정부 산하기관인 마사회도 축제 기획 업체와 함께 지난해부터 국내외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과천 렛츠런파크(경마공원)에서 ‘좀비 런(ZOMBIE RUN) 핼러윈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3만5000원짜리 입장권이 수천 장씩 팔린다. 참가자들은 좀비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쫓아오는 공원의 3㎞ 코스를 도망치며 핼러윈을 즐긴다. 행사 관계자는 “지난해 처음 개최했고 올해 두 번째 행사인데 첫 행사에 3000명 정도가 참가했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이라며 “국내에 체류하거나 관광 온 외국인 다수도 축제를 즐겼다”고 말했다.

축제 등 돈을 내고 특별한 곳에 가야만 핼러윈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거리 곳곳이 핼러윈 상품으로 장식돼 있어 평범한 장소에서도 핼러윈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핼러윈 장식은 주로 커피숍 등 젊은층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일반 음식점에서도 핼러윈 장식이 쉽게 눈에 띈다. 서울 건국대입구역 근처 불고기백반(불백) 식당에서 핼러윈 장식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이모(46)씨는 “불백집까지 핼러윈 장식을 내걸 줄은 몰랐다. 정말 이제 핼러윈이 일상으로 많이 들어온 것 같다”고 했다.


서울 건국대 인근 불고기백반집과 경기도 분당 카페에의 핼러윈 장식. 사진 이용성 차장
서울 건국대 인근 불고기백반집과 경기도 분당 카페에의 핼러윈 장식. 사진 이용성 차장
경기도 과천시 렛츠런파크에서 지난해 개최된 ‘좀비 런 페스티벌’ 행사 참가자들. 사진 좀비 런 페스티벌 홈페이지
경기도 과천시 렛츠런파크에서 지난해 개최된 ‘좀비 런 페스티벌’ 행사 참가자들. 사진 좀비 런 페스티벌 홈페이지

美·日에선 이미 수조원짜리 이벤트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 핼러윈은 이미 수조원을 쓰는 대형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미국 소매판매연합(NRF)은 최근 발표에서 올해도 90억달러(약 10조2330억원)의 물품이 핼러윈 시즌에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핼러윈에 관련 상품을 사는 사람들은 1인당 평균 86.79달러(약 9만8800원)를 사용할 계획이고, 핼러윈용 사탕만도 26억달러(약 2조9610억원)어치가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핼러윈 경제 규모도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일본의 핼러윈 경제 규모는 1300억엔(약 1조3200억원)이다. 핼러윈용 코스프레, 홈파티용 음식, 장신구 등의 상품 매출이 2014년부터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하고 있다.

국내에선 얼마나 핼러윈 상품이 얼마나 판매되고 있는지를 매년 합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이나 호텔, 편의점 등 핼러윈 상품을 판매하는 유통·관광 등 관련 업계는 매출이 평균적으로 20~30%씩 증가하는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요즘 대형마트에 전에 볼 수 없었던 핼러윈 관련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는데 점점 국내에서도 핼러윈이 확산되고 있는 단계”라며 “아직은 초기단계라 전체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미국처럼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핼러윈을 많이 즐기게 되면 소비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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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Halloween) 기독교의 ‘모든 성인 대축일(11월 1일)’ 전날인 10월 31일에 행해지는 전통 축제. 유럽과 미국에서 주로 즐기지만, 최근에는 아시아에서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축제를 즐기는 인구가 늘고 있다. 옛날에는 이날에 죽은 영혼이 되살아나 사람들에게 해를 끼친다고 믿었다. 이를 두려워한 사람들이 자신을 같은 악령으로 착각하도록 기괴한 모습으로 꾸몄는데, 이것이 핼러윈 의상의 원형이다. 핼러윈이 되면 각 가정에서는 호박에 눈·코·입을 파서 ‘잭 오 랜턴’이라는 등을 만들고 아이들은 괴물이나 마녀 복장으로 이웃집을 찾아다니며 사탕과 초콜릿을 얻는다. 이때 외치는 말이 ‘과자 줄래, 아니면 마법에 걸려 골탕 먹을래(trick or treat)’이다.

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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