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프를 설립한 패트릭 콜리슨(오른쪽)과 존 콜리슨. 사진 블룸버그
스트라이프를 설립한 패트릭 콜리슨(오른쪽)과 존 콜리슨. 사진 블룸버그

글로벌 온라인 결제 기업 ‘스트라이프(Stripe)’의 기업 가치가 950억달러(약 107조원)로 평가받으며 미국에서 가장 기업 가치가 높은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에 등극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 결제가 활발해지면서 기업 가치가 1년 새 약 세 배 늘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스트라이프는 3월 14일(현지시각) 6억달러(약 67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에는 아일랜드 재무관리청, 알리안츠, 피델리티, 세쿼이아캐피털 등이 참여했다.

이로써 스트라이프는 뉴욕 증시 상장 직전 페이스북과 우버가 각각 2012년과 2019년 기록했던 평가액 800억달러(약 90조원)와 720억달러(약 81조원)를 가뿐히 넘으며,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가장 비싼 스타트업이 됐다. 전 세계 유니콘 가운데 스트라이프보다 기업 가치가 높은 회사는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의 바이트댄스(1800억달러)와 핀테크 기업인 앤트파이낸셜그룹(1080억달러)뿐이다.  

스트라이프는 2010년 아일랜드 출신 형제 패트릭 콜리슨(32세)과 존 콜리슨(30세)이 설립한 핀테크 기업이다. 스트라이프는 전자상거래 업체 및 온라인 판매자가 온라인 결제를 편리하게 할 수 있는 기업용 온라인 결제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제공한다.


MIT·하버드 중퇴 형제, 간소화된 결제와 낮은 수수료로 승부수

콜리슨 형제는 아일랜드의 인구 100여 명인 시골에서 작은 호텔을 운영하는 부모 아래서 자랐다. 패트릭은 8세에 대학에서 전산학 강의를 수강했고, 10세에 프로그래밍을 배우기 시작했다. 존 역시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와 수학 등에 천부적인 재능을 드러내며 16세에 아일랜드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최고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고교과정을 이수한 이후 형제는 이베이 판매자를 위한 온라인 거래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을 만들어 2008년 500만달러(약 56억원)에 매각한 뒤 패트릭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존은 하버드대에 진학했다. 이때 형제의 나이가 19세와 17세였다.

이후 학업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준비한 두 형제는 21세와 19세에 스트라이프 프로토타입만 준비된 상태에서 2010년 온라인 결제 원조라 할 수 있는 페이팔 창업자이자 실리콘밸리의 주요 벤처캐피털리스트인 피터 틸을 찾아갔다. 형제는 틸에게 자신들의 결제 시스템을 “인터넷의 GDP(국내총생산)를 증가시킬 것”이라고 소개했고 이에 감명받은 틸은 또 다른 페이팔 창업자 일론 머스크, 유명한 벤처캐피털인 세쿼이아캐피털의 마이클 모리츠와 함께 형제에게 투자했다. 그 결과 10년 후 스트라이프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한 일론 머스크가 세운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기업 가치(740억달러)를 앞지르며 이들 투자자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줬다.

페이팔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는 온라인 결제 시장에서 스트라이프가 성장 가도를 달릴 수 있게 된 비결은 ‘편리함’이다. 온라인 판매자는 9단계를 거쳐 웹에 페이팔 결제 시스템을 연동해야 했다. 스트라이프의 경우 회원 가입 후 일곱 줄의 결제 솔루션 소스 코드만 복사해 자신의 홈페이지에 붙여넣으면 3단계 만에 바로 결제 시스템을 연동할 수 있다. 구매자는 페이팔 계정으로 결제할 때마다 쇼핑몰 사이트와 페이팔 사이트를 번갈아 오가야 하는 것과 달리, 신용카드 정보만 입력하면 쇼핑몰 사이트 내에서 곧바로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낮은 결제 수수료도 ‘무기’가 됐다. 스트라이프의 건당 카드 수수료는 2.9%로, 통상적인 미국 카드사 수수료인 4~5% 대비 절반가량 낮다. 

지난해 스트라이프 결제 시스템은 결제, 환불 등의 요청을 초당 5000여 건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3월 20일 자에서 미국이 온라인 결제에서 중국에 수년간 뒤졌다는 건 과거 이야기라며 스트라이프 등을 통해 비상하고 있는 미국의 온라인 결제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스트라이프는 42개국에 걸쳐 우버, 줌, 아마존, 부킹닷컴, 도어대시, 세일즈포스 등 주요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지난 1년 새 유럽에서만 20만 곳 이상이 이 회사 결제 시스템에 새로 가입했다.

스트라이프가 현재 기업공개(IPO)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IPO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의 디비야 수리아데바라와 세계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 기업 영업 총괄 출신의 마이크 클레이빌, 마크 카니 전 영국 중앙은행(BOE) 총재 등 주요 금융 전문가들을 최근 대거 영입하면서 IPO 행보를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스트라이프를 통해 구매자는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하고, 간편하게 상품을 결제할 수 있다. 사진 스트라이프
스트라이프를 통해 구매자는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하고, 간편하게 상품을 결제할 수 있다. 사진 스트라이프

비대면 결제 전망 좋지만, 사업 확장·보안 강화 숙제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전자상거래 시장이 지속해서 성장하면서 스트라이프를 포함한 온라인 결제 기업 역시 당분간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인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온라인 결제 시장은 2021년부터 2028년까지 연평균 19.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온라인 쇼핑몰 솔루션 업체인 카페24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 직관적이고 안전한 결제 시스템은 충성고객 증대의 필수 조건이며, 전자상거래 시장이 성장할수록 발전된 결제 시스템에 대한 소비자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온라인 결제 시장 역시 결제액 기준으로 2019년 317조원에서 2022년 525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스트라이프 등 결제 솔루션 업체가 지속해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보안을 강화해 소비자의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은 “네이버가 자체 쇼핑몰 플랫폼인 스마트스토어에서 자체 결제 시스템인 ‘네이버페이’를 개발해 사용하듯이 앞으로 더 많은 전자상거래 업체가 독자적인 결제 시스템을 만들어 금융 분야까지 진출하면서 온라인 결제 시장의 파이가 작아질 것”이라며 “자체 개발 인력이 없는 소상공인이나 작은 상거래 업체만을 고객으로 둔 온라인 결제 회사들은 성장이 제한적일 테니 대형 업체가 독자적인 결제 시스템을 갖추기 전에 제휴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스트라이프 역시 높은 기업 가치를 미래에도 유지하기 위해선 ‘결제만 하는 회사’가 아닌 판매까지 병행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이어  “결제 시 편리함에만 집중한다면 해킹 등 보안 관련 리스크가 커질 수 있어 보완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스트라이프를 포함해 최근 주목받는 핀테크 업체는 ‘혁신 IT 기업’으로서의 면모만 부각될 뿐 ‘금융 업체’로서 가져야 할 보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부족해 이를 극복하는 게 과제라는 것이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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