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화상회의 플랫폼 ‘줌’ 아이콘. 사진 블룸버그
세계 최대 화상회의 플랫폼 ‘줌’ 아이콘. 사진 블룸버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하루아침에 ‘대박’ 기업이 된 세계 최대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이 보안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줌은 간편하고 저렴하게 화상회의 기능을 제공해 기업의 비대면 회의나 학교의 온라인 수업을 위한 대표 플랫폼으로 단숨에 떠올랐지만, 최근 가상 회의실에 외부인이 침입해 음란 영상을 무단 상영하거나 개인정보 유출 등의 문제가 제기되며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줌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회의와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늘며 특수를 누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연방재난관리청(FEMA)·국립보건원(NIH) 등 주요 코로나19 대응 기관은 3월 줌에 총 130만달러(약 16억원)를 썼다. 기존 1000만 명 정도였던 줌 이용자는 3월 한 달간 평균 하루 2억 명을 넘겼다. 2019년 4월 기업공개(IPO)에 나선 줌은 거래 첫날 주가가 72% 오를 정도로 관심을 받았고, 3월 27일 기준 줌의 기업 가치는 400억달러를 넘어서며 차량공유 업체 우버와 비슷한 수준으로 떠올랐다. 미국 나스닥지수가 연초보다 10% 넘게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줌의 주식 가치는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줌이 제공하는 화상회의 서비스는 최대 40분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개인 회원은 한 달에 14.99달러, 기업 회원은 한 달에 19.99달러를 내면 시간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줌은 코로나19 발생 이래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등에서 가장 많이 내려받은 애플리케이션(앱)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자택 대피령이 시작된 3월 셋째 주에는 줌의 미국 내 앱 다운로드 수가 전주와 비교해 252% 폭증한 420만 건을 기록했고, 그다음 주에는 700만 건으로 늘었다. 줌은 유럽에서도 3월 말 650만 건의 앱 다운로드 수를 달성했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전 세계 온라인 수업과 회의가 본격화한 3월이다. 미국의 일부 줌 사용자가 회의 도중 갑자기 화면에 포르노 영상이 나타났다며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 제보에 따르면 매사추세츠주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이가 온라인 가상 교실에 전화해 교사의 집 주소를 외친 후 욕설을 퍼부었고, 같은 주의 또 다른 학교에서는 ‘스와스티카(나치 문양)’ 문신을 한 신원 미상의 인물이 화면에 나타났다. 소셜미디어에는 이런 음란물 폭탄 피해 사례가 신조어 ‘줌 폭탄(Zoombombing)’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올라오고 있다.

FBI와 뉴욕 법무부는 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줌 사용자들에게 모든 회의를 비공개로 하고 화면 공유를 피할 것을 당부했다.

줌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도 제기된 상태다. 줌은 미국 기업이지만 중국 내 소프트웨어 자회사 세 곳에 개발자 700여 명을 두고 있다. 여기에 데이터가 중국 서버를 경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차이나 리스크’ 우려가 불거졌다.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공유한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아이폰에서 줌에 접속하면 개인정보가 페이스북으로 전달됐다. 페이스북 계정이 없는 사람이라도 스마트폰 정보, 줌 이용 시간 등 정보가 페이스북으로 전송됐다.

줌은 즉시 패치를 진행했지만 타 회사로 줌 이용자 개인정보 전송 우려는 아직 완전히 불식되지 않았다. 다른 회사와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공유한 사실이 드러나며 줌은 소송까지 직면했다.


줌 주춤한 사이 구글·MS 부상

줌 설립자 에릭 위안 최고경영자(CEO)는 4월 2일(현지시각) 공식 블로그를 통해 앞으로 90일간 일반 개발 업무는 모두 멈추고 사이버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 작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줌 사용을 중단하는 사례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대만 정부는 공공기관의 줌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대신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플랫폼 사용을 권고했다. 독일 외교부는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공지를 통해 줌을 개인용 장비로만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미국도 뉴욕을 비롯해 네바다주와 로스앤젤레스(LA) 일부 학교에서 보안 문제를 이유로 줌 사용을 금지했다. 영국 국방부는 줌 보안 문제를 발표, 정부기관 등에서의 사용을 금지했다. 국제기구에도 줌 경계령이 떨어졌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민감한 정보를 다룰 땐 줌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서비스 이용 금지 대신 보안 대책을 권고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보안에 취약한 서비스를 무책임하게 추천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월 25일 일부 시·도 교육감과 화상회의를 할 때 줌을 사용하면서 ‘온라인 개학’이 불가피할 경우에 대비해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줌을 소개했다.

줌이 보안 논란에 휩싸인 틈을 타 구글, MS 등이 추격에 나섰다. MS의 협업 솔루션 ‘팀스’를 활용한 화상회의는 3월 사용 시간이 2월보다 1000% 급증했다. 3월 31일 하루에만 사용 시간 27억 분을 기록하며 보름 만에 세 배 늘었다. 구글의 화상회의 서비스 ‘미트’도 하루 200만 명 이상 신규 사용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3월 기준 전체 유료 사용자는 600만 명에 이른다. 구글은 미트의 무료 이용 기간을 9월 말까지로 늘리며 공격적 영업에 나섰다.

네이버 자회사 웍스모바일도 국산 협업 툴 ‘라인웍스’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웍스모바일은 최대 200명까지 동시에 접속할 수 있는 ‘라이트’ 상품을 무료로 제공한다. 3월 라인웍스를 도입한 국내 기업 수는 지난해 3월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3월 9일 기준 화상회의 사용량은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보다 다자간 영상통화 28배, 음성통화 25배, PC 화면 공유 15배 이상씩 증가했다.

김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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