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4월 14일(현지시각)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2020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3%로 예상했다. 지난 1월 전망(3.3%)에 비해 6.3%포인트 하향한 것이다. 사진 블룸버그
국제통화기금(IMF)이 4월 14일(현지시각)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2020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3%로 예상했다. 지난 1월 전망(3.3%)에 비해 6.3%포인트 하향한 것이다. 사진 블룸버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탓에 올해 1930년대 대공황(Great Depression)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겪을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상했다. IMF는 4월14일(현지시각)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제시했다. 앞서 1월 3.3%의 전망치를 내놨는데, 코로나19 변수 탓에 채 3개월도 지나지 않아 6.3%포인트나 낮췄다. IMF는 보고서에서 현재 상황을 대공황에 빗대어 ‘대봉쇄(Great Lockdown)’라고 표현했다.

IMF는 “이마저도 감염병이 조기에 종식되고 각국 정책 수단이 효과를 발휘할 것을 가정한 수치”라고 했다. 또 “전쟁과 같은 상황이 닥치면서 충격이 얼마나 심각할지, 언제까지 지속할지도 알 수 없다. 소비 촉진을 위해 경제 활동을 장려하는 정책을 쓸 수도 없다”며 “코로나19에 따른 생산 감소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크게 웃돌 것”이라고 봤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세계 경제는 -0.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IMF가 성장률 자료를 공개한 1980년 이후 역(逆)성장한 해는 2009년이 유일했다.

IMF는 주요 국제기구 중 처음으로 세계 경제 역성장 전망을 공식화했다. 다수의 글로벌 투자은행(IB)이 마이너스 성장을 점친 상황에서 ‘확인 도장’을 찍은 것이다. 앞서 웰스파고 -2.6%, 도이체방크 -1.7%, UBS -0.6%, 노무라홀딩스는 -4%의 전망치를 내놨다.

올해 선진국 성장률은 1월 전망치보다 7.7%포인트 낮은 -6.1%로 예상됐다. 국가별로 미국이 -5.9%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는데, 1월 전망치보다 7.9%포인트나 낮았다. 미국은 실업률이 지난해 3.7%에서 올해는 두 자릿수인 10.4%로 치솟고 내년에도 9.4%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유럽은 -7.5%로 예상됐다. 유럽 국가 중 독일은 -7%, 프랑스는 -7.2% 등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고, 코로나19 피해가 큰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성장률은 각각 -9.1%와 -8%로 예상됐다. 영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6.5%였다. 일본은 -5.2%, 한국은 -1.2%였다.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 역시 1월 전망치보다 5.4%포인트 감소한 -1.0%의 성장률이 예상됐다. 아시아에서 중국과 인도는 각각 1.2%, 1.9%로 플러스 성장을 하지만, 지난해 성장률(중국 6.1%, 인도 4.2%)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 밖에 러시아 -5.5%, 브라질 -5.3%, 멕시코 -6.6%, 사우디아라비아 -2.3%, 남아프리카공화국 -5.8% 등 다른 주요 20개국도 마이너스 성장이 전망됐다.

기타 고피나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전 세계 경제적 손실이 내년까지 9조달러(약 1경966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경제 3·4위인 일본과 독일의 연간 국내총생산(GDP)을 합친 것보다 큰 수치다. 전 세계 무역은 올해 11% 감소하고, 평균 유가는 42% 떨어진 배럴당 35.61달러로 예상됐다. 물가는 선진국에서 평균 0.5%,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에서 4.6%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최악의 경우 내년에도 ‘역성장’

IMF는 올해 2분기에 코로나19 확산이 잠잠해지고 각국의 봉쇄가 풀리는 긍정적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5.8%로 반등할 것으로 봤다. 다만, IMF는 “내년에 부분적인 경기 회복이 이뤄지더라도 2021년 말 전 세계 GDP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며 “경기 회복 강도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세 가지 부정적인 시나리오도 함께 제시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올해 하반기까지 바이러스 확산이 지속하거나 △내년에 새롭게 확산하거나 △앞선 두 가지가 겹치는 경우 성장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코로나19 사태가 올해 하반기까지 지속하면 세계 경제 성장률은 올해 3%포인트, 내년 2%포인트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바이러스가 내년에 새롭게 확산하는 ‘2차 발병’이 발생하면 내년 성장률은 5%포인트 더 떨어져 0.8%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하반기까지 확산하고 내년에 2차 발병까지 겹치면 성장률은 올해 3%포인트, 내년 8%포인트나 내려앉을 것으로 봤다. 올해(-6%)에 이어 내년(-2.2%)에도 역성장 국면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얘기다.

IMF는 “많은 국가가 보건 충격, 내수 경제 혼란, 외부 수요 급감, 자본 흐름 역전 등 다층적 어려움에 직면했다”라며 광범위한 재정·통화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감염이 다른 곳에서라도 발생하는 한 어떤 나라도 재발을 포함해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라며 국제 사회의 강력한 다자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IMF는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1월 제시한 2.2%보다 3.4%포인트 낮은 -1.2%로 전망했다. 안드레아스 바우어 IMF 한국 미션단장은 “코로나19 억제를 위한 한국의 전방위적 접근과 신속한 경기 대응 정책이 국내 경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했다”며 “다만 한국의 높은 대외 개방도를 고려할 때 주요 교역국의 급격한 대외 수요 부진이 성장 전망을 제약한다”고 설명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0.6%), 피치(-0.2%) 등 국제 신용평가사도 올해 한국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전망하긴 했지만, IMF는 이보다 훨씬 낮게 제시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낙관적으로 본다. 기획재정부는 4월 14일 IMF의 보고서를 소개하며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6개국 가운데 경제 성장률 하향 조정 폭이 가장 작으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가장 높다”라고 설명했다.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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