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싱 커피가 4월 2일(현지시각) 뉴욕 증시 개장을 앞두고 “내부 조사 결과 2019년 매출액 중 약 22억위안(약 3800억원)이 부풀려졌다”고 발표했다. 사진 블룸버그
루이싱 커피가 4월 2일(현지시각) 뉴욕 증시 개장을 앞두고 “내부 조사 결과 2019년 매출액 중 약 22억위안(약 3800억원)이 부풀려졌다”고 발표했다. 사진 블룸버그

“중국인들이 루이싱 커피(瑞幸·Luckin Coffee) 쿠폰을 쓰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로이터는 4월 7일(현지시각) 중국 대표 커피 프랜차이즈 루이싱 커피의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건수가 늘자 이렇게 분석했다. 루이싱 커피는 최근 회계 부정 사실이 드러나면서 주가가 폭락했고, 사실상 폐업 위기에 몰렸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판매실적을 끌어올리려고 공짜나 할인 쿠폰을 마구잡이로 뿌렸는데, 소비자들이 루이싱 커피 폐업 전에 쿠폰을 쓰기 위해 앱을 내려받았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의 자국 기업 살리기 운동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CNN은 “중국 소비자들은 중국 대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웨이보를 통해 루이싱 커피에 지지를 보내고 있지만, 뉴욕 증시에서 주가 하락은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루이싱 커피는 4월 2일(현지시각) 뉴욕 증시 개장을 앞두고 “내부 조사 결과 2019년 매출액 중 약 22억위안(약 3800억원)이 부풀려졌다”고 발표했다. 2019년 1∼3분기 매출액 29억2900만위안에 4분기 추정 매출 21억~22억위안을 더하면 대략 40억위안인데, 이 중 절반 정도가 허위 매출이라는 것이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최고운영책임자(COO) 류젠과 일부 직원들이 없었던 거래를 있었던 것처럼 꾸며 매출을 부풀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는 “독립 이사를 포함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현재 진상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류젠 COO와 문제를 일으킨 임직원들을 이미 해고했고, 이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2019년 1~3분기 실적 발표 내용을 모두 무효화하고 향후 실제 매출 등을 반영한 실적을 발표하기로 했다.

중국 매체 사이에서 루이싱 커피의 회계 부정은 ‘중국판 엔론 사건’으로 불린다. 2001년 세상에 알려진 미국 에너지 기업 엔론의 회계 부정 사건은 그 규모가 1조5000억원에 달했다. 이 사건은 미국 경제계에 큰 충격을 줬고, 미국 기업이 투명성과 내부 감사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루이싱 경영진이 매출 부풀리기뿐만 아니라 실제로 집행하지 않은 광고비와 운영비 등 거액의 자금을 외부로 빼돌렸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루이싱 커피가 ‘중국 기업 비리의 종합판’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루이싱 커피의 회계 부정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올해 1월 31일 미국 투자조사 기관인 머디 워터스 리서치는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루이싱 커피 관련 89쪽짜리 보고서를 입수했다면서 회사가 일일 상품 판매량, 일일 평균 판매가, 광고 지출 등 영업 데이터를 부풀려 계상해 왔다고 폭로했다. 당시 루이싱 커피 주가가 10% 넘게 급락하기도 했지만, 영업 데이터가 제삼자 기관의 참여 아래 실시간으로 집계돼 관리되고 있다는 회사의 입장 발표가 나온 뒤 주가는 곧 원상 복구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루이싱 커피가 회계 부정 사실을 밝힌 4월 2일 루이싱 커피 주가는 장중 80% 넘게 하락하다가 결국 75.57% 떨어진 6.4달러로 장을 마쳤다. 2019년 5월 나스닥 상장 이후 꾸준히 올라 올해 1월 기준 50달러를 넘나들었던 점을 고려하면 최고점에서 88%나 빠진 것이다. 하룻밤 사이 증발한 시가총액만 49억7000만달러(약 6조1000억원)에 달했다.

악재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닷새 뒤인 4월 7일 로이터는 은행 관계자를 인용해 루이싱 커피가 5억1800만달러(약 6330억원)의 채무를 갚지 못해, 루정야오 회장과 첸즈야 사장이 회사 주식을 담보로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루이싱 커피의 채권자 중 한 곳인 골드만삭스는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루이싱 커피 주식의 매각을 제안했다. 루이싱 커피 주가는 바닥을 기고 있다.


수익성 외면하고 몸집만 부풀려

‘파란 사슴’ 로고를 쓰는 루이싱 커피는 중국 스타트업의 살아있는 신화다. 중국 산업 역사상 가장 단기간에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이 됐다. 2017년 12월 설립 이후 2019년 5월 뉴욕 증시 상장까지 걸린 기간은 1년 6개월에 불과하다. 중국에서만 사업해서 한국에서는 낯선 기업이지만 최근 중국 소비자와 해외 투자자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린 루이싱 커피는 무서운 속도로 몸집을 키웠다. 1999년 중국에 진출한 스타벅스가 시장 1위에 오르기까지 20년이 걸렸는데, 루이싱 커피는 불과 2년 만에 스타벅스의 자리를 위협할 만큼 성장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스타벅스는 2022년까지 중국 매장을 6000개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첸즈야 사장은 2019년 5월 뉴욕 증시 상장 당시 2020년까지 루이싱 커피 매장 수를 1만 개로 늘리는 계획과 함께 “스타벅스를 뛰어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루이싱 커피의 성장 비결은 편리함과 가격이다. 정보기술(IT)에 친숙한 중국 소비자를 겨냥해 앱으로만 배달 및 매장 주문을 받고, 위치 정보를 활용한 맞춤형 광고와 SNS 홍보에도 돈을 아끼지 않는다. 또한 ‘2+1’ ‘5+5’ 등 큰 폭의 할인 쿠폰도 마구 뿌렸다. 끊임없이 지급되는 쿠폰을 적용하면 루이싱 커피 가격은 스타벅스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맛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중국 궈타이 증권연구소가 20~55세 50명을 선별해 스타벅스, 루이싱 커피, 세븐일레븐 편의점 등 세 곳에서 판매하는 무가당 카페라테를 안대를 쓰고 시음하도록 했다. 그 결과 절반이 넘는 28명이 루이싱 커피를 ‘가장 맛있는 커피’로 꼽기도 했다.

그러나 수익성을 외면한 루이싱 커피의 몸집 부풀리기식 사업 모델을 놓고 지속 가능성을 의심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출범 이후 적자만 냈던 루이싱 커피는 커피 한 잔을 팔면 3000원가량을 손해 볼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했다. 그러던 중 이번 회계 부정 사건이 터진 것이다.

루이싱 커피의 추락은 중국 스타트업 버블 논란을 부추길 전망이다. 앞서 중국 최대 자전거 공유 스타트업이었던 오포(ofo)도 외연 확장에만 골몰하며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해 1000만 명 이상의 고객에게 보증금조차 지급하지 못하는 상태에 놓인 바 있다. 중국 진출 미국 기업에 자문하는 댄 해리스 변호사는 트위터에 루이싱 커피에 대해 “지난해부터 중국 기업의 상장 폐지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미국의 증권거래소는 (중국 기업의 부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며 “루이싱 커피는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한 하나의 증거일 뿐”이라고 했다.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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