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이 4월 1일부터 정률제 방식의 새 요금제 ‘오픈서비스’를 시행했다. 사진 우아한형제들
배달의민족이 4월 1일부터 정률제 방식의 새 요금제 ‘오픈서비스’를 시행했다. 사진 우아한형제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식업주가 어려워진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새 요금제를 도입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의 김범준 대표가 새 요금제 도입 엿새 만인 4월 6일 논란에 대해 이렇게 사과했다. 배달의민족은 4월 1일부터 새 요금제 ‘오픈서비스’를 도입했다. 오픈서비스는 주문 성사 시 배달의민족이 수수료 5.8%를 받는 요금제다. 기존 요금제는 8만8000원의 월정액 광고인 ‘울트라콜’이 중심이었다. 수수료 상한이 있는 정액제에서 매출에 따라 수수료가 변하는 정률제로 바뀐 것이 핵심이다.

배달의민족 새 요금제는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분노를 샀다. 소상공인연합회는 4월 3일 논평을 내고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격”이라고 비난했다. 새 요금제 도입으로 이전보다 적은 수수료를 내는 외식업체는 월 매출이 155만원 이하인 경우여서, 대부분의 외식업체가 수수료 인상을 감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들은 배달의민족 ‘불매’ 운동에 나섰다. 배달의민족 앱을 삭제하고 점포에 직접 전화를 걸어 주문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연일 배달 앱 수수료 문제를 지적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정치권도 배달의민족 새 요금제를 문제 삼았다. ‘배민 저격수’로 나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소비자와 국민이 무섭다는 걸 보여달라”며 배달의민족 불매 운동을 장려했다. 경기도를 비롯해 다수의 지자체가 수수료 없는 공공 배달 앱 개발 및 활성화에 달라붙었다. 정치권도 한목소리로 배달의민족을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배달의민족의 과도한 수수료 책정 문제를 개선하겠다며 수수료를 낮추기 위한 특별법 입법과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무료 배달 앱 서비스 확대 방안 등을 내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진행 중인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과 딜리버리히어로(요기요·배달통 운영사) 간의 기업결합 승인 심사를 강도 높게 하겠다며 배달의민족을 압박했다. 한 지붕 아래 놓이게 될 국내 배달 앱 1~3위인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의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99%에 이른다는 점 때문에 배달의민족 새 요금제는 ‘독과점의 횡포’로서, 더욱 공분을 샀다.

배달의민족에 대한 전방위적 비난이 가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플랫폼 생태계에 대한 몰이해”라며 ‘스타트업 죽이기’나 마찬가지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어 요금제 개편이 불가피했다는 시각도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2019년 연결 기준 매출 565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80% 성장한 수치다. 하지만 2019년 영업손실은 364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2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창업 6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우아한형제들은 이후 3년 연속 흑자를 유지하다 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광고와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고 라이더 프로모션 비용 등 지출 증가가 손실을 키웠다.

그렇지만 배달의민족이 사업 파트너 격인 소상공인에 대한 배려와 공감이 부족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폭발하면서, 배달 앱은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배달의민족도 3월 둘째 주(9~15일) 주문 건수가 2월 둘째 주(10~16일)보다 약 10% 증가하는 등 코로나19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반면, 손님 발길이 끊긴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경영난이 깊어지고 있다.

배달의민족 요금제 개편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상생’ 마케팅에 나선 미국 배달 앱의 행보와도 대조적이다. 도어대시(Doordash)는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신규 이용자에게 수수료를 면제하고, 기존에 제휴한 외식업체에는 픽업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그럽허브(Grubhub)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외식업체에 광고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으며, 포스트메이츠(Postmates)는 신규로 등록한 샌프란시스코 소재 외식업체에 일시적으로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수수료 안 받고 손소독제 주는 美 배달 앱

또, 우버이츠와 도어대시는 맥도널드, 스타벅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와 협력을 강화해 무료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손해를 보더라도 시장 확대의 기회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배달원을 통한 감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 도어대시는 배달원에게 장갑과 손소독제를 제공했고, 포스트메이츠는 건강 검진 비용을 지원했다.

김수현 코트라 미국 시카고 무역관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자의 외식 자제 움직임은 외식업체의 매출을 급격히 감소시킨 반면, 음식 배달 수요는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그러나 외식업체 없이는 배달 앱의 매출 및 운영이 불가능한 태생적 한계가 있는 만큼, 어려운 시기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파트너십이 항상 즉각적인 수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광범위한 잠재 고객, 매장 분포, 광고 등을 통한 이점이 결국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배달의민족 역시 3~4월 외식업체 대상 수수료 50% 환원(매달 15만원 한도), 사회 취약계층 식사쿠폰 지급 등을 포함한 코로나19 대응 소상공인 긴급 지원대책을 3월 말 발표했다. 지원대책 규모만 3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4월 들어 시행한 새 요금제 탓에 소상공인 지원 노력의 빛이 바랬다. 배달의민족은 새 요금제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부정적 여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3·4월 두 달간 월 15만원 한도 내에서 수수료의 절반을 환원하려던 계획을 바꿔, 4월의 경우 상한을 두지 않고 수수료 절반을 되돌려주기로 했다.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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