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잭 웰치 회장이 M&A를 통한 외형 성장을 중시했다면
이멜트 현 GE 회장은 기술 개발과 마케팅 강화를 통한
내부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R&D로 GE 성장 전략의 에너지원이 되고 있는
GRC 상하이와 CTC를 다녀왔다.
 하이 푸동에 위치한 장지앙 하이테크파크는 상전벽해 중인 상하이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푸둥지구 남동쪽에 자리 잡은 장지앙 하이테크파크엔 마이크로소프트 모토로라 소니 하니웰 시티그룹 덴소 등 900여 개의 다국적 기업 및 중국 기업들이 입주해 있는데 주로 기업체들의 R&D센터들이다. 1차로 조성된 단지만 해도 17㎢의 대규모다. 바이오제약단지, 연구개발단지, 소프트웨어단지, 기술혁신단지, IC산업단지 등 업종별로 구분된 단지 안엔 기업들의 각종 시설은 물론이고 학교 아파트 쇼핑센터 은행 병원 등 편의시설도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GE의 GRC(Global Research Center) 상하이와 CTC(China Technology Center)도 장지앙 하이테크파크 카이룬로에 위치해 있다. 3층짜리 건물 세 개동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건평만 4만평이다.

 차량을 세운 경비원들이 하차를 요구하며 신분증을 달란다. 그리고는 CTC에서 약속이 돼 있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 한 명은 인터뷰 약속이 돼 있는 구 티에르 박사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 여부에 대해 묻고, 다른 한 명은 신분증에 있는 사진과 취재진의 얼굴을 일일이 대조한다. 형식적인 대조가 아니었다.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자 CTC 홍보담당자인 쉬 샤오롱이 나타났다. CTC 견학은 구 티에르 박사와의 인터뷰가 끝나면 진행하겠다면서 순서가 바뀐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자의 손에 소형 디지털 카메라가 있는 걸 보더니 사진 촬영은 절대 안 된다며 거듭 주의를 준다.

2층 사무실은 창가 쪽으로 매니저들의 방이 배열돼 있었고, 연구원들은 서너 평 되는 공간을 파티션으로 구분해 사용하고 있었다.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드물어 궁금해 했더니 연구실이나 강의실에 있을 것이라고 답한다.

 블루셔츠 차림의 구 티에르 박사가 취재진을 반겨준다.

 “CTC는 GE의 세 번째 R&D센터입니다. 뉴욕, 인도에 이어 2003년 가을에 2000만달러를 투자해 오픈했고, 2004년 6월에 네 번째 R&D센터가 뮌헨에 세워졌습니다.”

구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설립 첫 해였던 2003년엔 플라스틱 부분만 연구했지만 2004년부터는 GE의 모든 사업 분야에 대한 R&D를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CTC에서 연구하는 과제는 단순히 GE 제품의 중국 현지화를 도와주기 위한 차원이 아닙니다. GE 각 사업 부문이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될 기술을 연구·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CTC 는 GE 전체 연구 개발 부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GE 중국기술센터가 수행하고 있는 연구·개발 항목에 대한 소개를 부탁하자, 비행기 엔진 부품, 가 스터빈, 풍력발전기용 소재, 발전기 부품 등 극소수 기업들만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 집약형 첨단 제품들 리스트가 연이어 나온다. 오픈한 지 1년 남짓 됐지만 벌써 결과물들이 나와 현장에 적용되고 있단다. 최근에는 GE가 보안사업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그와 관련한 연구 비중을 높이고 있다는 게 구 박사의 설명이었다. 특히 CTC에선 비디오 시큐리티에 대한 연구가 집중돼 있단다.

 CTC에는 700여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GE의 현지화 전략에 따라 95% 이상이 중국인이라고 한다. 이 중 연구직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은 450명 선인데 대부분 석·박사이고 외국에서 대학을 나온 비율도 30% 정도라고 한다.

 “채용의 원칙은 먼저 전문 분야에 대한 지식과 배경, 커뮤니케이션 능력, 프리젠테이션 능력들을 고려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GE의 가치관을 받아들이는가입니다.”

 GE R&D센터에서 CTC가 차지하는 비중을 묻자 “인원 비율로 따지면 20% 정도”라고 답한다. R&D센터의 수준을 볼 때 가장 기초적으로 보는 것은 리서치(R)와 개발(D)의 비율이다. 리서치 비율이 높을수록 해당 R&D센터의 위상이 높다고 한다. 선진국 R&D센터는 리서치와 개발의 비율이 4대6 정도이고 개발도상국에 위치한 R&D센터는 2대8 정도의 비율이라고 한다. CTC는 3대7 수준이라고.  CTC에서 이뤄지는 연구나 개발은 단독으로 이뤄지기보다는 GE의 다른 R&D센터와 연계하거나 아니면 외부 연구소와 합작으로 수행되는 편이라고 한다.

 구 티에르 박사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CTC 투어에 들어갔다. 쉬 샤오롱은 또 다시 촬영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처음으로 간 곳은 교육센터인데, GE가 자랑하는 인재사관학교 크로톤빌의 교과 내용과 같다고 한다. 교육 대상은 전 중국의 GE 직원 그리고 GE의 고객들이라고 한다. 강의실들은 큰 곳부터 작은 곳까지 다양한 규모가 있었고 각종 첨단 시설로 중무장하고 있었다.

 옆 동으로 이동하자 고분자 물리 실험실, 워터 테크 랩(Water Tech Lab) 등 본격적인 연구실이 보였다. 하지만 쉬씨는 GE 사람들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며 쇼룸이 있는 플라스틱 분야 쪽으로 취재진을 이끌었다.

 그곳에서도 연구실은 공개되지 않았다. 단지 유리창을 통한 관람만이 가능할 뿐이었다. 연구원 몇 명이 다양한 색상의 플라스틱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최근까지 그 팀은 ‘플라스틱 색에 대한 인간의 감정 반응’을 연구하고 있었단다. 고객 제품의 특성에 맞춰 플라스틱 색상을 제안하기 위한 연구다. 플라스틱의 강도(强度) 등에 대한 연구는 이미 이루어져 있고 이제는 플라스틱의 촉감과 색상 등을 개선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플라스틱 쇼룸에 들어서자 GE 플라스틱이 사용되는 제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자동차에도 수십 종류의 플라스틱이 사용되는 걸 처음 알았다.

 플라스틱 컬러 룸에 들어가자 각기 다른 색의 플라스틱 1천여 종이 나타났다. 쉬씨에게 몇 가지 색이나 낼 수 있냐고 물었지만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CTC는 2005년에 근무자 수를 1200명 선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상하이에서 무역을 하는 한국인들은 중국을 ‘세계의 공장’ ‘원자재 블랙홀’이라고 부르며 공포심까지 드러냈다. 장지앙 하이테크파크와 CTC를 견학한 취재진은 중국이 ‘세계의 R&D 기지’ ‘인재의 블랙홀’로 변모하고 있음을 절감했다.

상하이=최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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