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다우존스공업지수가 1896년 처음 만들어지면서 상장된
기업들 중 초우량 기업군에 오른 기업은 모두 12개.
이들 기업 중 지금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GE가 유일하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잭 웰치의 뒤를 이어 GE(General Electric Company)의 최고경영자로 오른 제프리 이멜트(Jeffrey R. Immelt·48)의 2004년 10월1일 방한은 세계 최대 기업의 CEO가 어떻게 생활하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문화적 충격이었다. 그는 10분 단위로 움직였다. 한국에 머문 시간도 11시간 남짓. 일본에서 1박을 한 후 오전 10시 비행기로 한국에 온 이멜트 회장은 밤 9시 비행기로 GE 본사가 있는 미국 코네티컷 페어필드로 돌아갔다. 그 사이 소화한 공식 일정만 7개였다.

 촌각을 다투며 일하는 CEO에 대한 문화적 충격뿐만이 아니다. 이날 방한에서 이멜트는 “매니지먼트를 중시(Pro-Management)하는 시대는 가고 성장(growth)을 이끄는 리더가 각광받는 시대가 왔다”며 한국 사회에 ‘성장 동력’ ‘성장 산업’이란 화두를 퍼뜨렸다.

 이멜트 회장은 최태원 SK 회장, 어윤대 고려대학교 총장,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 등과 함께한 라운드테이블 미팅에서 “GE 경영 전략은 성장(growth)이다. 앞으로 닥칠 저성장 시대를 어떻게 헤쳐 나가느냐가 기업과 국가 모두에 가장 중요한 관심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멜트 회장은 연평균 7%의 성장을 이루기 위해 자신이 직접 80개에 달하는 프로젝트를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2004년 12월14일 이멜트 회장은 뉴욕에서 열린 애널리스트 및 투자자 연례미팅에서 성장 전략의 성과가 나타나 지난 3년 동안의 한 자릿수 이익 증가를 끝내고 두 자릿수 이익 증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GE가 보는 글로벌 경제 환경 10대 요인

 GE는 향후 경제 환경에 장기적인 영향을 주는 10대 요인을 어떤 것들로 잡고 있을까.

 GE코리아 이채욱 사장은 “지정학적 변동과 테러리즘, 글로벌 경제의 확대, 미국 재정 적자 증가, 에너지 공급과 가격에 대한 우려, 글로벌 항공산업의 안정화, 규제의 증대, 중국 영향의 확대, 글로벌 헬스케어 비용 증대, 디지털화 증가, 글로벌 고용 기업에 대한 공공의 토론”이라고 일목요연하게 말했다. GE의 산업은 이 같은 변수를 고려하고 통제하기 위해 재편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다. 쉬운 예로 GE는 9.11 테러 이후 테러리즘이 주요한 변수로 떠오르자 즉시 보안 관련 사업으로 뛰어들었다. 이런 대처는 투자자들에게 믿음을 줬다.

 이멜트 회장 취임 후 GE는 이전 잭 웰치 회장이 추구하던 성장과 그 궤를 달리하고 있다. GE가 잭 웰치 시대에 운영하던 변화의 근간은 ‘세계 1, 2위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에만 집중한다’였다. 경쟁력 확보가 불가능할 경우 현재 아무리 수익이 난다고 하더라도 과감하게 사업을 포기했다. 반대로 1위, 2위가 되기 위해 기업을 사들이기도 했다.

 이렇듯 잭 웰치 회장이 M&A를 통한 외형 성장을 중시했다면, 이멜트 회장은 기술 개발과 마케팅 강화를 통한 내부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주식시장 버블 후, 투자자들이 성장에 더 높은 가치를 두고 있으며, 동시에 이익의 질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강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GE측의 주장이다.

 HSBC 이재걸 이사는 “매출 성장에 대한 관심도 높지만, 투자자들은 이러한 매출의 성장이 인수 합병(M&A)을 통한 것보다는 현재 하고 있는 사업에서 성장하는 것(Organic Growth, 이하 OG)을 더 원한다”고 말한다.

 OG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기존 시장에 대한 새로운 제안이나 교차 판매(Cross Selling)를 통해 침투하는 방식, 또는 새로운 제안 및 기존의 제안을 통해서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는 방식 등이 있다.

 그렇다고 이멜트가 M&A를 통한 성장 전략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GE의 성장 산업 중 하나인 수(水)처리 사업과 관련, GE는 두 건의 M&A를 통해 수처리 사업을 14억달러 규모로 성장시켰고 이 부분에서 2위 기업이 됐다. 물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점점 더 많은 제조업체들이 물을 재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함에 따라 몇 년 안에 50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GE측은 내다보고 있다.



 성장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 & 사업 포트폴리오

 “GE는 이멜트 회장 취임 후 3년 동안 혁신에 가까운 변화를 이룩했습니다. GE는 글로벌 시장의 주요 트렌드를 파악하였고 이러한 트렌드가 창출하는 급성장 시장을 찾은 겁니다. 성장 플랫폼을 구축하고 현재의 사업을 변모시켜 미래형 사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 투자를 했고, 이러한 노력의 결과 급성장 산업에 속한 사업들과 고수익 금융사업을 모두 갖출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계적인 컨설팅 전문회사 엑센추어 코리아 박영석 이사의 분석이다.

 GE는 2001년부터 400억달러를 투자(헬스케어와 엔터테인먼트 사업 230억달러, 성장 플랫폼 구축 100억달러, 기업 및 소비자 금융 강화 70억달러)했고 150억달러어치 사업을 처분(일부 보험 자산 및 저성장 산업 분야)했다.

 이를 통해 GE는 성장형 사업 포트폴리오로 기존 사업을 재구성하고 있다. 성장형 사업 포트폴리오와 관련해 GE는 글로벌 경제의 평균 성장보다 더 빨리 성장할 시장을 인구 통계적 측면과 기술 변화 측면에서 찾았다(중국, 보안, 물, 대체에너지, 히스패닉계 매체, 헬스케어). 그리고 현재 운영하고 있는 사업의 목표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NBC, 헬스케어)에 대해서도 파악하고 있고, 마지막으로 각 산업을 선도할 물, 보안 사업의 새로운 플랫폼 구축을 시작했다. 자신들의 사업을 고객과 시장에 맞도록 재조직화한 것이다. 

 이멜트 회장은 성장이란 자신의 전략을 위해 2004년 1월부터 기존 13개 사업 부문을 7개 성장 동력 사업(Growth Engine)과 4개 현금 창출 사업(Cash Generator)의 11개 사업 부문으로 재편했다. ‘성장 동력’은 미래 성장 모멘텀이 될 수 있는 부문이고, ‘현금 창출’은 성장을 위한 에너지 공급원이라고 할 수 있다. 성장 엔진에는 신기술, 서비스, 금융서비스가 포함되며, 현금 창출에는 꾸준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전통 제조 부문이 해당된다.



 GE의 성장 능력과 성장 방식

 GE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이외에도 성장을 이룩하는 데 필요한 핵심 능력을 증진시키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GE는 발명왕 에디슨이 창립 멤버일 정도로 테크놀러지 리더 기업이었지만, 웰치가 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동안에는 혁신적인 기술 개발이 없었다는 점이다. 잭 웰치에 대한 비판 중 하나가 무에서 길러낸 사업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기존 역량을 철저히 활용하는 잭 웰치의 통합 전략이 그 당시에는 유효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문제는 경영 환경이 변한 상황에서는 그런 전략이 짐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것.

 이에서 벗어나기 위해 취한 조치의 일환으로 GE는 2001년부터 성장 산업과 관련된 기술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했다. 여기서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이멜트 역시 이 과정에서 잭 웰치와 같은 M&A 전략을 구사했다는 점이다. 물론 잭 웰치의 M&A는 사업 확장을 위한 것이었고, 이멜트의 M&A는 기술 확보를 위한 것이었다는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지만 말이다. 이멜트는 핀란드의 인스트루먼타리엄과 영국의 애머샴을 인수하면서 개인별 질병 예측 기술 등의 최첨단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멜트가 중국 상하이, 인도 방갈로르, 독일 뮌헨에 R&D센터를 세우는 것도 이런 일환이다.

 기술이란 핵심 능력을 확보하며 동시에 이멜트는 시장을 전 지구로 확대해 갔다. 1992년부터 GE는 글로벌 조직을 만드는 데 경영의 중점을 두었고 전 세계의 고객과 공급업자 그리고 종업원들과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면서 지속적으로 글로벌 매출을 증대시켜 왔다.



 성장 추진 특별 조직

 사업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멜트 회장은 2003년 9월 Commercial Council을 구성하여 GE의 새로운 오퍼레이팅 메커니즘으로 자리 잡게 했다.

 “Commercial Council은 GE 전 사업 부문의 영업과 마케팅 리더들 그리고 전사 지원 조직의 감사 및 Commercial팀들로 구성됩니다. 이멜트 회장이 CFO(Consumer Finance Officer)인 데이브 니센(Dave Nissen)과 CMO(Chief Marketing Officer)인 베쓰 컴스탁(Beth Comstock)과 함께 이끄는데, 분기별로 모여 베스트 프랙티스(최선의 작업 방식을 서로 학습하고 공유하는 것)와 새로운 기회에 대해 논의합니다. GE의 강력한 학습 문화를 이용하여 커머셜 능력 개선 방법을 찾아낸다는 말이죠.”

 GE코리아 조병렬 이사의 설명이다. 회의체 구성원은 마케팅과 영업 개선 프로젝트를 후원하고 결과를 타 구성원과 공유함으로써 변화를 지속시켜야 한다는 ‘의무’를 가진다.

 “마케팅과 영업 주도의 문화로 만들어 나가는 Commercial Council은 시장과 고객에 집중함으로써 전 GE의 OG를 이끄는 대표적인 회의체입니다.”

GE는 지식과 정보를 제대로 실현시키기 위해서 조직의 벽을 넘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예를 들면 GE캐피털 재무 부문의 지식과 노하우가 제조 부문 종업원들의 학습 내용이 될 수 있다는 것. GE가 M&A를 잘 활용할 수 있었던 데는 사업 개발 전문가들이 조직 요소요소에 포진돼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내부에서 제대로 정보와 지식을 활용하지 못하는 사업은 팔고, 외부에서 지식과 정보를 연결시켜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는 방식이 끊임없이 실행되고 있다. 최고의 아이디어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고 이를 어떻게 내부화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조직이 바로 GE다.

 아이디어와 관련, GE캐피털에는 흥미있는 사례가 있다. 바로 30세 이하의 청년팀인데, 이들은 어디에 ‘기회’가 있는가에 대해 최고경영진에게 다이렉트로 보고할 수 있다. 이사회에 참여하는 경영진은 각자의 레퍼토리를 외울 수 있을 정도로, 더 이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런 부문을 젊은 층의 의견, 신세대의 시각으로 메우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세계 최대의 제트기 엔진 메이커인 GE가 소형 제트기 엔진 사업에서 혼다와 제휴하게 된 데는 청년팀의 보고서에 그런 제안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IB 프로젝트의 추진

 GE의 성장 추진에서 가장 흥미 있는 방법은 마케팅 역량을 구축하게 하는 IB(Imagination Breakthrough) 프로젝트다. 이멜트 회장이 한국 지도자들과 한 라운드테이블 미팅에서 자신이 직접 관리한다는 성장 동력·성장 산업이라고 말한 바로 그것들이다. 이멜트 회장이 직접 80개의 IB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수행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IB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운송사업 부문의 항공택시(Air Taxi) IB 프로젝트 소형 상업용 제트기를 이용한 여행 사업의 발전이란 혁신이 새로운 시장을 어떻게 창출해 내는가를 보여준다. 강력한 엔지니어링 능력을 혁신적인 마케팅과 연계했을 때 발생하는 엄청난 기회를 보여주는 사례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냈다. 일본 혼다사와 함께 경승용기 소형 엔진을 개발하는 합작사인 ‘GE 혼다’를 출범시켰다.

 에너지사업 부문의 청정석탄(Clean Coal) 프로젝트 연료의 활용성을 높이고 생태계 보존에 관심이 높아지는 오늘날, 미국에서 가장 풍부한 연료자원의 활용 기회를 높인 기술 혁신 프로젝트. GE의 글로벌 리서치센터와 에너지사업 부문이 상호 협력하여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시장에 내놓고 있다.

 운송사업 부문과 기업금융사업 부문의 엔진 교환(Engine Exchange) 프로젝트 엔진 고장을 경험한 항공기에 교환 엔진을 즉시 제공함으로써 엔진 수리로 인한 중단 시간을 제거하게 한다는 발상이다. 이는 GE의 보유 재고와 자재를 활용하여 즉각 항공기 활용이 가능하게 함으로써 고객의 비용을 줄이는 윈-윈 전략의 하나다.

 

 GE의 성장 산업 중기 목표와 중간 평가

 GE는 2004년도 매출액인 1500억달러를 3년이 지난 2007년에 2000억달러로 증가하는 것으로 목표를 잡고 있다. 이멜트 회장 취임 후 진행된 성장 전략의 성과가 2004년 말부터 나타나고 있다. 2004년 12월14일 뉴욕에서 열린 애널리스트 및 투자자 연례미팅에서 이멜트 회장은 지난 3년 동안의 한 자릿수 이익 증가를 끝내고 두 자릿수 이익 증가를 본격 시작한다고 말했다.

 2005년 순익은 전년대비 13~17% 증가한 186억~195억달러로 예상하며, 11개 사업 부문 중 10개 사업 부문에서 두 자릿수의 이익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한 2006년부터는 연 10~15%의 이익 증가율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출은 2004년 1500억달러로 2003년의 1342억달러에서 11.7% 상승했으며, 2005년에는 10% 증가한 1650억달러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영업 현금 흐름에서도 2005년 165억달러, 2006년 220억달러, 2007년 240억달러로 매년 두 자릿수 증가가 계속될 것이다.

 GE는 2004년 12월6일 폭탄 탐지 장비 제조사인 InVision Technologies Inc를 9억달러에 인수했고, 11월에는 수처리 장비 제조사인 Ionics Inc를 11억달러에 인수했지만, 2005년에는 대규모 인수 합병은 없을 것이며 기존 사업의 성장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멜트 회장은 2007년의 2000억달러 매출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성장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여전히 성장 동력을 강조하고 있다.

최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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