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8차 화상대회가 2005년 10월 서울에서 열린다. 한국에서 처음 개최하는 이번 대회는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화교 기업들이 이 대회를 계기로 한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게임 등 유망 IT 기업들과의 협력을 구체화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의 선봉에 선 훠전환 홍콩중화총상회 회장을 만나봤다.

 홍콩중화총상회(香港中華總商會)는 1900년 창립 이후 중국 지방무역대표기구를 포함해 6000개가 넘는 회원사를 두고 있다. 중국 대륙과 해외를 연결하는 ‘접점’과 같은 홍콩의 지리적 강점을 십이분 활용해 전 세계 화상(華商; 중국 출신 기업인)들의 실질적인 구심점이자 총 집결체로 명성을 얻고 있다. 2004년 11월 홍콩중화총상회의 제44대 회장에 뽑힌 훠전환(雲震?·55) 회장(임기 2년에 연임 가능)은 105년여의 역사를 통틀어 최연소 회장이다.

  지금까지 60~70대 원로들이 회장직을 맡아온 관례를 깨면서 동시에 홍콩 화교 기업인 사회의 차세대 리더로 도약을 선언한 셈이다. 부동산투자회사인 유영(有榮)유한공사(영문은 헨리 폭 그룹; Henry Y.T. Fok Group)의 총경리(회장직)를 맡고 있는 그는 선출 직후 중국 베이징과 서울, 도쿄 등을 잇달아 방문하는 등 의욕적인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홍콩 시내 번화가이자 중심가인 중환(中環; 센트럴)에 있는 중화총상회 본부에서 만난 그는 2005년 10월9일부터 12일까지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제8차 세계화상대회의 성공적인 개최와 한국 기업과의 다각적인 협력 관계 구축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2005년 세계 화상대회의 주제를 ‘중국 경제 발전의 세계적 영향’으로 잡았습니다. 이 대회를 통해 한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게임·컴퓨터·엔터테인먼트·휴대폰 등 유망 정보기술(IT) 기업들과 협력을 구체화할 작정입니다.” 훠 회장은 구체적으로 홍콩과 광둥(廣東)성 등 이른바 주장(珠江) 삼각주 지역에 진출해 있거나 진출할 예정인 한국 기업들과의 긴밀한 연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장 삼각주를 활동 무대로 하고 있는 한국 비즈니스맨들만 7000명이 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03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가 발생해 많은 외국 기업인들이 철수했는데도 홍콩 소재 한국 기업들은 오히려 ‘아이 러브 홍콩!’(I Love HongKong) 캠페인을 벌이며 침체에 빠진 홍콩의 재기를 위해 헌신적으로 뛰어 주는 걸 보고 깊은 감명을 느꼈어요.”

 그는 “한국의 경우 대기업들은 물론 중소·중견 기업들도 IT 분야에서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10년 연속 ‘세계 1위 경제 자유도’를 자랑하는 홍콩에 많은 한국 중소기업들이 진출해 동반 협력을 하면 윈-윈(win-win) 관계와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 세계 6000만 명으로 추산되는 화상은 자금 동원력만 최소 3조3500억달러(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추정)에 이르는 세계 경제의 ‘큰손’이다. 이들은 중국·동남아는 물론 캐나다·미국 등에도 진출해 현지 사회에 강력한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들이 동반 진출 시 상당한 시너지(결합) 효과를 올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훠 회장의 진단이다.

그는 “부동산·물류 등 전통 산업에 주력하던 화상 기업들이 최근 IT·금융·게임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 가고 있는 점도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 정치협상회의 부주석으로, 홍콩중화총상회의 제37대 회장을 지낸 훠잉동( 英東) 명예회장의 아들인 훠 회장은 부자(父子)가 대를 이어 홍콩 재계의 총수를 맡는 진기록을 세운 케이스. 또 그의 친형인 훠젠팅(?震霆·58)은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 위원과 홍콩 입법의원을 맡고 있는 등 그의 집안은 홍콩의 대표적인 명문가로 유명하다.

 그는“1980년 중화총상회 회원으로 가입해 선배들로부터 24년 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홍콩중화총상회를 위해 봉사하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 큰 행운이며 전통적인 애국애향(愛國愛鄕)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겠다”며 힘주어 말했다. 회장 선임 직후 8명의 부회장단 등과 함께 베이징을 방문해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도 이런 취지에서라는 설명이다.

 훠 회장은 특히 “홍콩중화총상회는 중국 대륙과 전 세계를 잇는 가교와 같은 존재”라면서 “한국·일본 등 동북아는 물론 요르단을 비롯한 중동 지역에도 투자사절단을 보내 회원들을 위한 비즈니스 기회를 계속 창출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광둥성에서 태어난 객가(客家) 출신인 훠 신임 회장은 홍콩에서 유·소년기를 보낸 다음 영국(고교 과정)과 캐나다(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에서 유학을 해 국제 감각이 뛰어나다. 전통적인 중국 화교상인들과는 다른 스마트한 이미지가 물씬 풍겨난다.

 그가 개인적으로 공감하는 비즈니스 철학은 앤드류 그로브(Andrew Grove) 전 인텔 그룹 회장이 설파한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Only the Paranoid Survive)라고 소개했다. “대충대충 하는 비즈니스는 딱 질색이고 한 분야를 파더라도 전심전력을 쏟아 부어 끝장을 보는 것을 즐기는 스타일”이라는 자평이다. 훠 회장은 홍콩 경제의 장래에 대해서도 비교적 낙관하고 있다. 

 “상하이(上海), 쑤저우(蘇州) 등 창장(長江) 삼각주 지역과 동북 지역, 내륙 경제의 활성화로 외국 기업들이 홍콩 이외의 다른 곳으로 분산되는 경향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지만, 홍콩은 우수한 고급 인력, 완벽한 인프라와 법치, 편리한 기업 환경 등 다른 어떤 곳도 넘보기 힘든 경쟁력 우위 요인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홍콩 비즈니스맨들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공동 방안을 마련하고 교육·의료·관광 등 서비스 산업의 진흥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인으로는 드물게 골프를 치지 않는 대신 지금까지 테니스와 배드민턴을 즐기고 있다는 훠 회장은 홍콩무술(우슈)연합회 회장과 아시아무술연합회 부주석, 국제무술연합회 발전분과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운동광(狂)으로도 유명하다.

 소년 시절부터 태극권·유도·형의권(刑意拳; 동물의 움직임을 모방한 권법) 같은 무술에 심취했으며 요즘도 매일 밤마다 전통 중국 무술로 심신을 단련하고 있다. 그가 공개한 또 다른 스트레스 해소법은 특이하게도 ‘망각’이다. 

 “제 기억력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골치 아프거나 기분 나쁜 일들을 쉽게 금방 잊어 버립니다. 물론 일부러 그런 좋지 않은 기억들을 마음에 담아두려고도 하지 않지요. 다른 무엇보다 그게 젊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비결’인 것 같아요.”

홍콩=송의달 조선일보 홍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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