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성이 로봇 스타트업 엔젤로보틱스가 개발한 보행 재활 훈련용 로봇 ‘엔젤렉스 M’을 입고 걷는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 엔젤로보틱스
한 남성이 로봇 스타트업 엔젤로보틱스가 개발한 보행 재활 훈련용 로봇 ‘엔젤렉스 M’을 입고 걷는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 엔젤로보틱스

오래전부터 로봇은 인간 대신 산업 현장의 궂은일을 처리해왔다. 로봇 제작 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은 로봇 쓰임새를 극대화하는 계기가 됐다. 로봇은 공장을 벗어나 병원·호텔·식당·집 등 우리 일상 깊숙한 곳까지 침투 중이다. 미래 먹거리로서 가능성을 본 주요 기업들의 로봇 투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야기한 언택트(비대면) 강화 움직임은 로봇 수요를 끌어올리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이코노미조선’이 전성시대를 맞은 로봇 산업의 분야별 최신 개발 사례를 정리했다.


1│보행 훈련 돕는 재활 로봇

9월 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하지 부분 마비 환자의 재활 훈련용 로봇으로 ‘엔젤렉스 M’을 도입했다. 엔젤렉스 M은 뇌졸중, 척수 손상, 뇌성마비, 척추 이분증 등의 질병으로 걷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는 환자의 보행 훈련을 돕는 로봇이다. 족저압 센서가 달린 아웃솔에 올라선 뒤 착용부를 허리와 다리에 고정해 걷는 식이다. 센서는 환자가 힘을 주는 정도와 무게중심 이동 정도를 감지하고, 이를 토대로 착용부에 연결된 구동기가 20단계의 보조력을 제공한다. 가방처럼 등에 메는 백팩에는 보행 의도·능력을 분석하는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다.

엔젤렉스 M을 개발한 회사는 공경철 카이스트(KAIST) 기계공학과 교수가 2017년 세운 스타트업 ‘엔젤로보틱스’다. 공 교수는 “현재 대부분의 종합병원은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급성기 환자를 위한 보조 로봇을 갖추고 있다”며 “엔젤렉스 M은 급성기 치료를 끝낸 재활 환자의 가정 복귀 전 훈련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상생활 조기 복귀 여부는 재활 기간에 정확한 동작을 얼마나 많이 반복하느냐에 달렸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만든 ‘젬스(GEMS)’는 재활은 물론 일상생활에서 운동 기능을 증진시킬 수 있는 웨어러블(입을 수 있는) 보행 보조 로봇이다. 지난해 미국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19’에서 처음 공개됐다. 젬스는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고관절·무릎·발목 등에 선택적으로 착용해 보행에 관여하는 근육 부하를 덜어주는 기계다. ‘젬스 힙(Hip)’ ‘젬스 니(Knee)’ ‘젬스 앵클(Ankle)’ 등 세 종류가 있다.

이 중 걸을 때 24% 정도의 힘을 보조해 보행 속도를 14% 높여주는 ‘젬스 힙’은 올해 9월 한국로봇산업진흥원으로부터 ‘ISO 13482’ 인증을 받기도 했다. ISO 13482는 이동형 도우미 로봇, 신체 보조 로봇, 탑승용 로봇 등 세 가지 개인용 서비스 로봇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국제표준화기구(ISO)가 2014년 제정한 국제 표준이다. 국내 기업이 ISO 13482 인증을 획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강성철 삼성리서치 로봇센터장(전무)은 “차별화한 안전 기술을 다양한 로봇 제품에 적용해 소비자의 생활 수준을 한 차원 높이겠다”고 했다.


서울 등촌동 빕스 매장에 배치된 LG전자 셰프봇이 쌀국수를 만들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서울 등촌동 빕스 매장에 배치된 LG전자 셰프봇이 쌀국수를 만들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2│로봇 입고 무거운 짐도 쉽게 든다

엔젤렉스 M과 젬스처럼 사람이 착용하는 웨어러블 로봇을 선호하는 건 의료계뿐만이 아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공장에서 장시간 일하는 근로자의 근골격계 질환을 줄이고 작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 조끼처럼 입는 ‘벡스(VEX)’ 로봇을 개발했다. 2.5㎏의 벡스는 내장된 관절 구조와 스프링의 결합으로 최대 5.5㎏f까지 힘을 낼 수 있다. 이는 보통 성인이 3㎏짜리 공구를 들었을 때 무게를 거의 느끼지 않는 수준이다.

현대·기아차는 근로자의 체형·근력·용도에 따라 길이는 18㎝, 강도는 6단계, 각도는 3단계까지 각각 조절할 수 있도록 벡스를 만들었다. 또 산업 현장 특성을 고려해 전기 공급이 필요 없는 형태로 개발했다. 벡스는 최근 디자인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2020 IDEA 디자인상’에서 상업·산업 제품 부문 금상을 받았다.

LG전자가 선보인 ‘LG 클로이 수트봇’ 역시 근로자의 허리 근력을 보조하려는 목적으로 개발됐다. 물류 센터나 건설 현장 근로자가 무거운 물건을 옮기기 위해 일정 각도 이상 허리를 굽히면 ‘수트봇’이 이를 감지해 도와주는 방식이다. LG전자는 2017년 로봇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발표와 함께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에 로봇선행연구소를 만들고, SG로보틱스·로보스타 등을 인수해 기술력을 강화했다. 이어 2018년엔 로봇 브랜드 ‘클로이(CLOi)’를 만들고, ‘수트봇’을 비롯해 안내로봇·청소로봇·셰프봇 등을 내놓고 있다.


서울 방이동 우아한형제들 사옥에서 배송 로봇 ‘딜리’가 음식을 배송하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서울 방이동 우아한형제들 사옥에서 배송 로봇 ‘딜리’가 음식을 배송하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3│약 나르고 요리하는 로봇

유통업계의 서비스 현장을 둘러보면 로봇의 활약을 피부로 더 잘 느낄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대면 서비스를 자제할 수밖에 없게 된 업계의 고민은 자연스레 로봇 투입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LG전자가 올해 8월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실외 배송 로봇 시범 서비스를 진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로봇은 고객이 야외 테라스에 앉아 음식을 주문하면 주방에서 완성된 요리를 테이블까지 전달하는 일을 했다. 또 고객이 식사를 마치면 그릇을 퇴식 장소로 옮기기도 했다. LG전자는 호텔을 시작으로 대학 캠퍼스, 아파트 단지, 놀이공원 등 다양한 공간에서 실외 배송 로봇을 검증하며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앞서 LG전자는 빕스를 운영하는 CJ푸드빌과 요리 로봇인 ‘셰프봇’을 개발해 빕스 매장에 배치하고, 서울 종로 서울대학교병원에는 ‘서브봇’을 공급하기도 했다. 국산 상용 서비스 로봇이 국내 병원에 도입된 것은 LG 클로이 브랜드의 서브봇이 처음이다. 서브봇은 현재 병원에서 혈액 검체, 처방약, 수액, 진단 시약, 소모품 등 수시로 운반해야 하는 물품 배송에 활용되고 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서울 화양동의 한 호텔에서 배송 로봇 ‘딜리’를 활용해 룸서비스를 한다. 호텔 이용객은 배달의민족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객실에서 각종 배달 서비스를 편리하게 누릴 수 있다. 통신 기업인 KT도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에 서비스 로봇인 ‘엔봇(N bot)’을 투입한 상태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0’을 찾은 한 관람객이 삼성전자의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 ‘젬스 힙’을 착용한 뒤 걷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0’을 찾은 한 관람객이 삼성전자의 웨어러블 보행 보조 로봇 ‘젬스 힙’을 착용한 뒤 걷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4│아바타 로봇이 나 대신 사회생활

로봇 개발과 현장 적용 경쟁은 외국도 마찬가지인데, 일본의 경우 인간 대신 비대면 사회를 살아주는 ‘아바타 로봇’을 공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일본 항공사 ANA홀딩스의 자회사인 아바타인이 개발한 아바타 로봇 ‘뉴미(newme)’가 주인공이다. 길쭉한 막대형 로봇인 뉴미는 상단에 10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가 있다. 사용자는 이 디스플레이를 통해 세상을 보면서 뉴미를 움직인다. 일본 도쿄에 있는 한 대학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자 뉴미를 활용해 비대면 졸업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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