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페이스북 등 ‘미국 5대 테크 기업’ 주가가 뉴욕증시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무려 6조4052억달러(약 7620조원)에 달한다. 나스닥 지수는 7월 20일(이하 현지시각)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7월 10일 이후 6거래일 만에 다시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 치우는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3월 곤두박질친 이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고 7월에도 거침없이 올랐다.

상승 랠리를 주도한 것은 아마존이었다. 아마존 주가는 7월 20일 7.9% 급등해 지난 3월 이후 가장 큰 오름폭을 기록했다. 같은 날 마이크로소프트도 4.3% 뛰었고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3.3%, 애플은 2.1%, 페이스북은 1.4% 각각 올랐다.

대형 테크주(株)가 뉴욕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반대의 경우에도 드러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7월 21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 편입된 200개 이상의 종목은 최소 1% 이상 상승하는 등 S&P500 편입 종목의 4분의 3가량이 상승세로 마감했다. 그런데도 S&P500지수는 0.2%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아마존 등 대형 테크주가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S&P500지수 편입 기업 중 시가총액이 가장 큰 5대 테크 기업 주가는 모두 하락했다. 특히 전날 급등했던 아마존 주가는 1.8% 떨어지며 전체 지수 약세를 주도했다.

이 때문에 대형 테크 기업의 뉴욕증시 지배력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7월 22일 CNBC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와 5대 테크 기업 주가가 나스닥 100지수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9% 수준으로 집계됐다. S&P500지수의 경우 이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테슬라를 제외해도 22%나 된다. 테슬라는 아직 S&P500지수에 편입되지 않은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런 과열현상이 이미 거품을 형성해 2000년 초 ‘닷컴버블’과 같은 전 세계적 거품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자 마크 쿠반은 7월 8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뉴욕증시가 3월 말 최저치를 보이며 반등한 것은 1990년대 닷컴버블을 연상시킨다”며 붕괴 위험을 지적했다. 마크 쿠반은 페이스북, 넷플릭스, 아마존 등 인터넷 기업에 투자를 이어왔고 닷컴버블 당시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월가의 전 헤지펀드 매니저 마이크 노보그라츠 갤럭시디지털 대표 역시 7월 2일 한 매체에 “코로나19로 경제가 둔화하고 있지만 테크주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데 이는 전형적인 버블”이라며 “소액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이 붕괴되기 전에 빠져나와야 한다”고 경고했다.

실제 현재 S&P500지수 전체 시가총액에서 상위 5개 기업 주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닷컴버블 때를 뛰어넘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000년 닷컴버블 당시 S&P500지수 전체 시가총액에서 마이크로소프트·시스코·제너럴일렉트릭·인텔·엑손모빌이 차지하는 비중은 18%였다.

미국 주요 증권사도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닷컴버블 때와 같은 위험을 피하려면 테크주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골드만삭스는 5대 테크 기업 주가가 연초 대비 약 35% 상승한 반면, 다른 S&P500지수 편입 기업 평균 주가는 5% 하락했다는 점을 들어 테크주가 고평가됐다고 진단했다.


‘닷컴버블’ 기업과 다르다?

반론도 나온다. 앤드루 슬리먼 모건스탠리 선임 투자운용 매니저는 7월 25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닷컴버블 당시 나스닥을 무너뜨린 것은 수익을 낼 수 없는데도 지나치게 높은 평가를 받았던 기업”이라고 지적하며 현재 5대 테크 기업은 실적과 기술 기반이 탄탄해 거품 붕괴 우려가 없다고 했다. 

미국 투자회사 로이트홀트 그룹의 제임스 폴슨 수석 투자 전략가는 7월 19일 한 매체에 “현재 테크주 랠리는 지난 2000년 닷컴 버블의 붕괴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나의 장기적인 추세가 테크주 붕괴를 막아내고 있다고 봤다. 테크 기업의 매출이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닷컴버블 당시보다 현재 더욱더 커졌다는 게 근거였다.

20년 전 GDP 대비 테크 기업의 매출 비중은 8%에 그쳤으나, 당시 S&P500지수 전체 시가총액에서 테크주 비중은 거품이 끼면서 8%에서 34%까지 치솟았다. 현재는 GDP 대비 매출 비중이 17%로 커졌고, S&P500지수 전체 시가총액에서 테크주 비중은 27%로 조정됐다. 테크주 상승 랠리에도 지수 내 비중은 오히려 줄어든 반면 GDP 내 비중은 커진 것이다. 폴슨 전략가는 “테크주는 코로나19에 따른 증시 조정 국면에서 대부분 급등했지만, 경제 성장과 시가총액에 대한 기여도를 고려할 때 또 다른 거품 붕괴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라고 봤다.


plus point

테슬라 4분기 연속 ‘흑자’…S&P500지수 편입 요건 갖춰

테슬라가 올해 2분기 흑자를 기록했다고 7월 22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방송 등 보도에 따르면, 같은 날 나스닥 시장 장 마감 후 발표한 테슬라 2분기 순이익은 1억400만달러(약 1242억원)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이번 분기에 적자가 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으나 테슬라는 4분기 연속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테슬라는 미국 증시의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편입 요건을 충족했다. S&P500지수 편입은 이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 자금의 추가 투자를 기대할 수 있는 호재다. 실제로 같은 날 시간 외 거래에서 테슬라 주식은 6%가량 오르기도 했다.

물론 요건을 충족했다고 해서 S&P500지수에 바로 편입되는 것은 아니다. 편입 시점은 유동적이다. 지수 편입을 결정하는 위원회가 정량 요인뿐만 아니라 정성 요인까지 따져 편입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위원회의 차기 정례 회의는 9월 세 번째 목요일로 잡혀있지만, 부정기 회의를 통해 지수 구성 종목을 바꿀 수도 있다.

한편, 테슬라의 2분기 매출은 60억400만달러(약 7조1688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보다 5%가량 감소했지만, 시장 예상치 53억700만달러(약 6조3366억원)를 초과 달성했다.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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