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코로나19 발원 이후 파산보호를 신청한 미국 기업인 JC페니, 니만마커스, 허츠 매장. 사진 블룸버그
왼쪽부터 코로나19 발원 이후 파산보호를 신청한 미국 기업인 JC페니, 니만마커스, 허츠 매장. 사진 블룸버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국 대표 기업이 잇따라 파산보호 신청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미셸 오바마 전 영부인이 즐겨 입었던 중저가 의류 브랜드 J크루가 5월 4일 ‘챕터 11(미국 파산법 11조)’에 따라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같은 달 112년 전통의 고급 백화점 니만마커스와 118년 역사의 최대 백화점 JC페니가 나란히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두 백화점은 아마존 등 온라인 유통업체 공세 탓에 경영 침체기에 빠진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중단으로 결국 경영 파탄을 맞았다. 7월 8일에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의류 브랜드 브룩스브라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브룩스브라더스는 미국 대통령들이 즐겨 입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에이브러햄 링컨, 존 F. 케네디,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등 전·현직 대통령들이 이 브랜드 옷을 입었다.

이 밖에도 미국 내에서 피자헛 가맹점 1200여 개를 운영하는 대표 프랜차이즈 업체 NPC인터내셔널, 미국 최대 셰일유 생산 업체 체서피크에너지, 미국 2위 렌터카 업체 허츠 등이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중남미 항공사의 파산보호 신청 행렬이 이어지면서 미 항공 업계에도 난기류가 퍼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6월까지 미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한 중남미 항공사는 모두 3개사다. 중남미 최대 항공사인 라탐항공그룹, 100년 역사의 콜롬비아 항공사 아비앙카 그리고 멕시코 2위 항공사 아에로멕시코다.

특히 아에로멕시코의 파산보호 신청은 최대 주주인 미국 델타항공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각국 정부의 비행 금지 조치 탓에 미국 제조업의 상징이자 핵심 방산 업체인 보잉이 파산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보잉은 지난 5월 ‘737 맥스’ 기종 결함과 코로나19로 인한 항공 수요 위축 탓에 인력의 10%에 해당하는 1만2000명을 감원하는 계획을 내놨다.

7월 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챕터 11에 따라 파산보호를 신청한 기업은 3427개사였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상반기 3491개사에 육박하는 규모다. 기업회생 분야 전문가인 래리 영 앨릭스파트너스 매니징 디렉터는 FT와 인터뷰에서 “현재 일고 있는 파산 물결은 수많은 물결 중에 첫 번째일 뿐”이라며 “두 번째 물결은 항공사, 호텔, 부동산 업계까지 아우르면서 훨씬 더 위협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2009년 파산보호를 신청한 기업은 1만2644개사로 전년(8614개사)보다 47% 늘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시작한 파산 행렬이 이제 시작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업 파산 쓰나미 다가온다”

앞서 6월 18일 뉴욕타임스(NYT)도 ‘파산 물결이 다가온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 기업의 ‘줄파산’ 위험을 경고했다. NYT가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파산 쓰나미’를 경고했다. 부채가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인 기업의 초대형 파산 행렬이 머지않아 시작된다는 것이다. 파산보호를 신청한 체서피크에너지의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90억달러(약 10조7600억원)에 달했다.

에드워드 알트만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NYT와 인터뷰에서 “향후 몇 달 동안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파산 쓰나미를 멈추게 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기업의 피해가 구제받기에는 너무 멀리 갔다”고 말했다. 알트만 교수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미국 기업의 부채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규모인 10조5000억달러(약 1경2550조원)에 달한다는 연방준비제도(Fed) 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기업의 연쇄적 채무 불이행이 사실상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국파산협회(ABI)의 로버트 키치 이사는 NYT에 “향후 30~60일 안에 코로나19 절벽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연방 및 주정부가 코로나19 구제 정책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기업 지원을 중단하는 시점에 파산보호 신청이 봇물 터지듯 쏟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plus point

“美 대신 中 집중”유니클로,코로나19 반사효과 톡톡

중국 상하이에 있는 유니클로 매장. 사진 패스트리테일링
중국 상하이에 있는 유니클로 매장. 사진 패스트리테일링

글로벌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일본의 패스트리테일링이 미국보다 중국에 중점을 둔 판매 전략에 힘입어 코로나19 이후 매출 회복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보인다. 7월 3일 로이터에 따르면 패스트리테일링은 전 세계 2260개 매장 가운데 중국에 일본과 비슷한 규모인 750개를 뒀지만, 미국에는 51개에 그치고 있다. 중국 중심의 출점(出店)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패스트리테일링의 글로벌 판매 전략에서 약점으로 꼽혔다. 코로나19 발원 이후 미국이 감염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중국 경제가 빠르게 정상화하면서 패스트리테일링이 경쟁 업체들을 제칠 무기가 됐다. 유니클로는 연간 매출의 20%를 중국에서 올리는 등 아시아 지역이 매출의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 시장에 초점을 맞춰온 갭과 유럽 시장에 특화한 자라, 인디텍스, H&M 등은 매출 회복에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우려된다. H&M 매출에서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시장 비중은 15%에 불과하고 자라는 유럽을 제외한 아시아와 나머지 시장의 매출 비중이 23%에 머문다. 시장 조사 업체 글로벌데이터의 소매 담당 애널리스트 아너 스트라찬은 로이터에 “아시아는 코로나19 이후 소비 지출이 가장 빠르게 회복되겠지만 유럽과 미국, 캐나다 등은 회복이 많이 지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Keyword

챕터 11 미국 파산법 11조를 의미한다. 파산법원의 감독하에 구조조정 절차를 진행해 회생을 모색하는 제도로, 한국의 기업회생절차와 유사하다. 파산보호를 신청한 기업은 회생안을 제출하고, 파산법원의 회생안 등에 대한 최종 판단을 통해 파산보호 여부가 결정된다. 파산보호가 결정된 기업은 영업을 계속하면서 정부 지원과 채무 구조조정 등을 통해 회생할 수 있다. 실제 유나이티드항공,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 등 다수의 미국 대표 기업이 챕터 11을 통해 회생한 바 있다. 파산법원이 회생안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면, 기업은 ‘챕터 7’에 따라 청산 절차를 밟는다.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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