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5월 20일 ‘한국판 뉴딜’에 ‘그린 뉴딜’ 정책을 포함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5월 20일 ‘한국판 뉴딜’에 ‘그린 뉴딜’ 정책을 포함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 청와대

“그린 뉴딜은 우리가 가야 할 길임이 분명하다. 국제 사회, 시민 사회의 요구를 고려해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 20일 이렇게 말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일자리 창출 대책으로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에 ‘그린 뉴딜’을 포함하기로 했다. 제러미 리프킨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의 저서 ‘글로벌 그린 뉴딜’을 읽고 국무회의에서 4개 부처(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국토교통부)에 관련 일자리 창출 방안을 보고하라고 지시한 지 8일 만이다. 정부는 녹색 산업 혁신, 녹색 인프라 구축, 저탄소 에너지 구현 등 3대 분야로 나눠 총 10개 과제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 뉴딜은 친환경을 의미하는 ‘그린(green)’과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대공황 극복 정책 ‘뉴딜(New Deal)’의 합성어로, 환경과 경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정책을 의미한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경제 시스템을 화석연료(석탄·석유·천연 가스)에 기반한 고탄소 경제 구조에서 재생 에너지(태양·풍력 에너지)에 기반한 저탄소 경제 구조로 변화시키는 것이 골자다.

앞으로 정부 과제는 그린 뉴딜 청사진 제시다. 문 대통령이 읽었던 책의 저자 리프킨 이사장은 2월 7일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그린 뉴딜을 30년 걸리는 공사 현장이라고 가정하면, ‘런드리 리스트(해야 할 일을 잔뜩 모아놓은 목록)’를 제시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청사진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건축물이 어떤 모습인지 모르는 채로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작업에 매달리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그린 뉴딜이 4개 부처의 ‘짜깁기 사업’에 그치지 않으려면 한국 정부는 어떤 청사진을 그려야 할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세 가지 요소로 정리했다.


요소 1│이산화탄소 배출량 2050년까지 ‘‘제로(0)’선언

그린 뉴딜의 본질적 목표는 기후 위기 대응이다. 전 세계 정부가 대규모 비용을 투입하는 부담을 감수하는 이유다. 우려되는 점은 문 대통령이 그린 뉴딜을 일자리 정책의 일환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규 일자리 양산은 그린 뉴딜의 긍정적 효과일 뿐, 본말이 전도되면 비효율이 발생한다. 일자리를 많이 양산하는 개별 사업을 우선순위로 삼으면 산업 구조 전환이 늦춰질 수 있다는 것. 전 세계 시장 흐름에도 뒤처진다.

명확한 기후 위기 대응 목표치를 잡는 것도 도움이 된다. 195개국이 참여하는 기후 변화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18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48차 총회에서 2050년까지 전 세계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줄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서다. 기존 목표대로 2℃ 상승 폭을 유지하면 1000만 명의 인구가 해수면 상승으로 거처를 옮겨야 한다는 과학자의 경고를 받아들였다.

한국은 기준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 한국이 유엔(UN)에 제출한 탄소 배출 감축 목표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BAU)’인 8억5080만t의 37%를 감축한 5억3600만t이었다.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 5억8941만t과 여전히 비슷한 수준이다. BAU는 현재가 아닌 미래 시점 전망치를 기준으로 감축률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김지석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전문위원은 “과학적 처방은 ‘제로(0)’인데 우리는 아직도 안일한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면서 “선진국처럼 특정 연도를 기준으로 절대적 목표치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요소 2│구산업 정책 자금 최소화해야

목표가 확실히 정해지면 일관성 있는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모순된 정책은 효율이 떨어진다. 한쪽에선 탄소 감축에, 다른 쪽에선 탄소 산업 유지에 돈을 쓰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셈이다. 정부가 재생 에너지 투자와 석탄화력발전소 지원을 병행하는 것이 이와 같은 상황이다. 현재 정부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총괄원가보상제’를 시행하고 있다. 총괄원가보상제는 발전소 건설 과정에 투입되는 총비용과 적정 투자 수익을 정부가 30년간 보상해주는 제도다.

최근 두산중공업에 조건 없이 1조원 구제 금융을 결정한 것도 모순된 정책의 예다. 두산중공업은 빠르게 쇠퇴하고 있는 석탄발전 사업에 의존하면서 경영난에 빠졌다. 두산중공업의 석탄화력발전 매출 비중은 60~7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진통이 크겠지만 (재생 에너지 기반으로) 산업 구조 전환이 불가피한 시점”이라면서 “관련 사업 분야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재교육, 이직 지원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라고 했다.

자금 흐름의 모순을 해결하는 근본적 대책으로 탄소세 도입안도 제시된다. 탄소세는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환경 오염 책임 비용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이다. 세수를 재생 에너지 기반 신사업에 투자하면 구산업에서 신산업으로 일관적인 자금 흐름이 완성된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도 각국 재무장관의 역할론을 강조하면서 탄소세를 1t당 2달러에서 75달러로 대폭 인상할 것을 제시했다.


요소 3│정권 바뀌어도 추진력 유지하려면 법제화 필요

그린 뉴딜은 정부가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조치다. 탄소세, 전기차 보조금, 재생 에너지 보조금과 같은 초기 투자가 없으면 구조 전환이 쉽지 않다. 특히 정권 교체로 정책 추진력이 사라지면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에 걸림돌이 생긴다.

정권보다 지속성 있는 것이 법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에선 뉴딜 태스크포스(TF) 단장인 김성환 의원을 중심으로 21대 국회에서 그린 뉴딜 기본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김성환 의원실에 따르면, 그린 뉴딜 기본법의 큰 축은 세 분류다. △화석연료 기반 산업 실업자 안전망 마련 △저탄소 산업 부문 신사업 발굴 △2050년 탄소 배출량 ‘제로(0)화’에 필요한 제도를 담을 예정이다.

김성환 의원실 관계자는 “기존과 같은 개별법(하위법)은 힘이 없어서 기본법(상위법)으로 사회 전반의 변화를 추동하려고 한다”면서 “기준되는 법안이 있으면 엇박자를 내던 산업부와 환경부도 속도를 맞춰서 장기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했다.


plus point

[Interview] 김지석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전문위원
“공멸의 파트너십, 미래 생각하면 끊어내야”

김지석 브라운대 경제학·환경학 복수전공, 예일환경대학원 환경경영학 석사, 현대자동차 기획실, 주한영국대사관
김지석
브라운대 경제학·환경학 복수전공, 예일환경대학원 환경경영학 석사, 현대자동차 기획실, 주한영국대사관

“주가는 이미 그린 뉴딜을 답으로 가리키고 있습니다. 환경 문제 해결은 경제적 수익 창출과 같은 의미입니다.”

5월 18일 서울 갈월동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김지석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전문위원은 두산중공업의 주가 그래프를 보여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2000년 7만원대를 구가하던 주가는 2020년 3000원대를 맴돌고 있었다. 그는 이를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과거에 얽매인 결과라고 해석했다. 그는 “두산중공업은 제너럴일렉트릭(GE)과 히타치도 고전한 화석연료 기반의 가스 터빈 기술을 여전히 미래 주력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정부는 최근 국책은행을 통해 두산중공업에 1조원 규모의 긴급 지원을 결정했다. 김 전문위원은 이를 ‘공멸의 파트너십’이라고 지적했다. 미래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새는 바가지’에 자금을 투입하면 정부와 구산업이 공멸한다는 의미다. 김 위원은 “현재 주식시장의 질서만 봐도 미래 산업을 알 수 있고, 이에 맞춰 계획을 짜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해온 노력이 있다고 해서 산업 전반을 과거로 후퇴시키면 안 된다”고 했다.

김 위원은 블랙록의 사례를 들면서 과감한 ‘손절매(주가가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주식을 매입 가격 이하로 손해를 감수하고 파는 일)’를 강조했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1월 14일 회사 수익의 25%를 차지하는 석탄 생산 기업을 포함해 환경 지속 가능성이 낮은 기업 투자를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블랙록이 화석 연료 기반 에너지 기업 21곳에 투자해 지난 10년간 투자자에게 약 900억달러 규모의 손실을 입혔다는 글로벌 에너지경제·재정분석연구소(IEEFA)의 분석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도 아니다.

김 위원은 재생 에너지 투자에 대한 우려가 ‘기우’라고 선을 그었다. 전 세계적으로 신규 재생 에너지 설비 투자 비율은 72%에 달한다. 재생 에너지의 단점으로 지목되는 간헐성(발전량이 일정치 못한 현상)은 오히려 기회로 작용한다. 그는 보완책으로 저장 기술인 배터리나 교환 기술인 정보통신(IT) 기술을 개발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김 위원은 “차라리 (배터리를 생산하는) LG화학 등을 지원해서 산업 구조가 전환하도록 돕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했다. 새로운 수요가 발생하면서 시장이 형성되고 경기 부양 효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제조업의 방향성을 잘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제조업 강국 한국은 현재와 과거를 논하는 사람의 말만 듣고 있다”라며 “열심히 기존 산업군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방향과 속도가 모두 중요하다”라고 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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