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탓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넷플릭스 성장세가 한층 더 가팔라졌다. 사진 블룸버그
코로나19 확산 탓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넷플릭스 성장세가 한층 더 가팔라졌다. 사진 블룸버그

넷플릭스, 페이스북, 유튜브 등 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 간 ‘망(網) 사용료’ 갈등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망 사용료는 CP가 ISP의 통신망을 이용하는 대가로 내는 돈이다. 이제까지 국내에는 해외 CP에 망 사용료를 내도록 강제할 수단이 없어 해외 CP와 국내 ISP 사이의 망 사용료 갈등이 반복됐다.

망 사용료 논란은 최근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소송을 내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넷플릭스는 4월 13일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망 운용·증설·이용 대가를 SK브로드밴드에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사실을 법원이 확인해 달라는 취지다.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가 늘면서 해외 망을 확충한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에 망 사용료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낼 수 없다”고 맞서면서, SK브로드밴드는 2019년 12월 한국 정부에 중재 신청했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5개월간 양측 입장을 듣고 5월 결론을 낼 예정이었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소송을 내면서 방통위 중재가 무의미해졌다. 정부 중재보다 법원 판결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국내에 막대한 양의 트래픽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망 관리 의무를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의 통신 인프라를 이용해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대한 대가, 즉 망 사용료를 내라는 것이다. 반면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가 어느 콘텐츠나 차별 없이 유통돼야 한다는 ‘망 중립성’을 위배한다고 반박한다. 이용자들이 이미 망 사용료를 내고 있는 데다 CP가 망에 관한 의무를 질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페이스북도 국내 ISP와 망 사용료 갈등을 겪었다. 페이스북은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와 망 사용료 협상을 진행하면서 자사 서비스 접속 경로를 임의로 바꿨다. 그 결과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이용자의 페이스북 접속 속도가 떨어졌다. 페이스북이 망 사용료 협상에서 두 회사를 압박하려고 일부러 속도를 떨어뜨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2018년 3월 “접속 경로 임의 변경으로 국내 이용자에게 불이익을 끼쳤다”고 보고 페이스북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자 페이스북은 방통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고, 법원은 2019년 8월 1심 재판에서 방통위 처분의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해외 CP는 보통 국내 ISP의 데이터센터에 ‘캐시서버’를 설치한다. 캐시서버는 이용자가 자주 찾는 정보를 따로 모아두는 서버로, 이용자가 특정 정보를 요청했을 때 굳이 해외에 있는 서버까지 접속하지 않아도 돼 접속 속도가 빨라진다. 국내 캐시서버의 시초는 ‘구글 글로벌 캐시(구글의 캐시서버 명칭)’다. 스마트폰 보급 이후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 이용자가 늘면서 유튜브는 큰 인기를 끌었다. 트래픽 부담이 커진 국내 통신사는 큰돈을 들여 해외망을 확충하는 대신 구글 글로벌 캐시를 돈을 받지 않고 운용하기 시작했다. 2012년 LG유플러스에 이어 다른 국내 ISP도 구글 글로벌 캐시를 무상으로 설치했다. 이후 국내에 진출한 페이스북은 KT에만 캐시서버를 설치했으며, 넷플릭스는 LG유플러스·CJ헬로·딜라이브 등 국내 제휴 업체마다 캐시서버인 ‘오픈 커넥트’를 설치했다.


넷플릭스 2년 새 ‘10배’ 성장

해외 CP가 국내에 캐시서버를 두면 국내와 해외 서버 간 트래픽 양이 줄어들고 그에 따른 비용을 아낄 수 있다. 하지만 이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의 문제가 남는 데다 국내 서버 간 트래픽 문제까지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ISP는 구글 글로벌 캐시 운용비 일체를 부담한다. 넷플릭스는 구체적인 오픈 커넥트 운영비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국내 ISP와 수익 배분 비율을 정할 때 운용비 등도 함께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CP와 국내 ISP 간 망 사용료 갈등은 “캐시서버를 설치하겠다”는 해외 CP와 “망 사용료를 내라”는 국내 ISP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해외 CP와 달리 네이버, 카카오 등은 국내 ISP와 계약하고 트래픽 양에 따라 매년 수백억원씩 망 사용료를 낸다. 해외 CP의 갑질, 국내 CP의 역차별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

2018년 3월 26만 명 수준이던 넷플릭스 국내 유료 이용자는 올해 3월 272만 명으로 조사됐다. 2년 새 10배나 급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결제액은 34억원에서 362억원으로 뛰었다. 최근 들어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넷플릭스 성장세가 한층 더 가팔라졌다.

넷플릭스 등 해외 CP 영향력이 막강해질수록 국내 CP 역차별 논란이 커졌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4세대 이동통신(LTE) 데이터 트래픽 상위 10개 중 해외 CP가 유발하는 트래픽 비중은 67.5%, 국내 CP는 32.5%였다. 해외 CP 트래픽이 국내 CP의 두 배 이상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CP에 국내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 안정성’을 유지할 책임을 부과하는 이른바 ‘넷플릭스 무임승차 예방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5월 7일 전체회의를 열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에서도 통과되면 국내 ISP가 해외 CP에 망 사용료를 요구할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이용자 수와 트래픽 양 등이 일정 기준을 넘는 인터넷 서비스 기업은 적절한 통신망 용량을 확보하는 등 전기·통신 서비스의 ‘서비스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기술적 조치와 관리 조치를 해야 할 의무를 진다. 또 해외 기업도 국내 시장에서 사업하면 국내 이용자 보호를 위해 대리인을 지정해야 한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해외 사업자에 대해 국내 대리인을 서면으로 지정해 이용자 보호, 자료 제출, 통계 등을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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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사용료 망 사용료를 크게 분류하면 △인터넷 연결을 위한 인터넷 전용 회선 요금 △서버와 인프라를 임대하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접속료 △이용자와 가까운 곳에 콘텐츠를 저장한 후 전송하는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접속료 △다른 통신사 회선을 이용하는 비용인 상호 접속료 등 네 가지다. 통신사마다 과금 방식이 다르고 어떤 서비스를 하느냐에 따라 내는 액수가 천차만별이다.

망 중립성 모든 통신사와 정부가 인터넷에 존재하는 모든 데이터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이용자, 내용, 플랫폼, 장비, 전송 방식에 따른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2000년대 초 미국 컬럼비아대학 팀 우 교수가 제시한 개념이다. 비차별, 상호 접속, 접근성 등 세 가지 원칙이 동일하게 적용돼야 하는 것이 조건이다.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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