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언택트 사회가 빠르게 실현되고 있다. 왼쪽부터 2월 26일 직원의 50%가 재택근무에 돌입한 한 사무실, 3월 2일 개강이 미뤄진 연세대의 한산한 백양로, 3월 4일 LG유플러스가 모바일에서 진행한 신입사원 교육·수료식, 주문량이 몰린 쿠팡 물류센터에서 직원이 물품을 분류하는 모습. 사진 조선일보 DB, 연합뉴스, 쿠팡
코로나19 확산으로 언택트 사회가 빠르게 실현되고 있다. 왼쪽부터 2월 26일 직원의 50%가 재택근무에 돌입한 한 사무실, 3월 2일 개강이 미뤄진 연세대의 한산한 백양로, 3월 4일 LG유플러스가 모바일에서 진행한 신입사원 교육·수료식, 주문량이 몰린 쿠팡 물류센터에서 직원이 물품을 분류하는 모습. 사진 조선일보 DB, 연합뉴스, 쿠팡

서울 마포구에 사는 30대 직장인 백수연씨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가 악화하던 2월 24일부터 외부 활동을 중단하고 예방 차원의 자발적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마침 회사도 재택근무에 돌입하면서 잠깐씩 산책하러 나갈 때를 제외하고는 아예 외출하지 않는다. 자취 중인 백씨가 외부인과 대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백씨는 “지난 열흘간 외부인과 접촉한 시간이 모두 합해 10분이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일상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생필품과 신선식품은 모두 쿠팡·마켓컬리 등 장보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고 가끔 배달의민족으로 배달 음식을 주문해 먹는다. 배송 요청란에 ‘문 앞에 두시고 벨만 눌러주세요’라고 쓰면 배달원과 마주칠 일도 없다. 일은 메신저와 클라우드를 활용한다. 서버에 접속해 가상 컴퓨터로 처리하는 업무라 재택근무도 순조롭다. 코로나19로 문을 닫은 헬스장에 가는 대신 온라인 강의 스타트업 ‘클래스 101’에서 프랑스 자수 수업을 들으며 취미 활동을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언택트(untact·비대면) 사회가 빠르게 실현되고 있다. 감염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 자발적 격리에 들어가면서 대한민국의 일상이 바뀌는 것이다. 유통 업계에서 시작한 비대면 움직임은 업무, 취미, 교육 등 전방위적으로 일상화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 전문가들은 비대면 사회로 급속하게 전환하면서 이 과정에 발맞추지 못한 계층의 소외 문제를 우려한다.

비대면 생활이 가장 먼저 일상이 된 곳은 유통 업계다. 코로나19 확산으로 O2O(온·오프라인 통합) 유통 업체의 주문량이 크게 증가했다. 사람들은 감염 위험이 있는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장을 보기보다 앱으로 필요한 물품을 주문하고 배송받을 수 있는 장보기 앱을 선호한다. 주문하면 다음 날 배송해주는 ‘로켓배송’, 신선식품과 식료품을 주문 다음 날 새벽까지 배송해주는 ‘로켓프레시’ 서비스를 운영하는 쿠팡이 대표적이다. 쿠팡에 따르면 3월 초 쿠팡의 하루 주문 건수는 300만 건에 육박한다. 지난해 연말 하루 평균 220만~250만 건이던 주문은 중국 우한 교민이 전세기를 타고 귀국하던 1월 28일 330만 건으로 폭증하기도 했다. 새벽배송을 만든 마켓컬리도 주문량 급증으로 주문 시한인 밤 11시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하루 물량을 마감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지난해 새벽배송을 시작한 SSG닷컴은 코로나19 이전 80~85%였던 주문 마감률이 99.5%에 달한다. 배달의민족도 사태가 급속하게 확산한 2월 이후 주간 주문량이 전월보다 평균 10%씩 증가했다.

재택근무 확산으로 직장 생활에도 비대면이 접목됐다. 비대면 업무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보고, 공유, 협업에 좋은 정보기술(IT) 툴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업무용 메신저 기능과 협업 기능이 있는 슬랙·잔디·팀즈·줌·아사나 등이 대표적이다.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은 기존에 사용하던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상 데스크톱 환경(VDI)에 접속해서 업무를 본다. 2월 27일까지 일주일간 재택근무를 진행했던 SK텔레콤은 회의도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에서 진행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는 사내 공지로 “이번 기회를 스마트워크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교육 분야에서도 비대면이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대학가. 이미 고려대·성균관대·경희대·건국대·광운대 등 주요 대학들은 2주 미뤄진 개강일 이후 최소 2주 이상을 온라인 강의로 대체하기로 했다. 교수들이 직접 온라인 수업 플랫폼을 이용해 강의를 녹화·녹음하는 방식이다. 한 대학교수는 “온라인 학습 플랫폼을 활용해 강의를 녹음하고 동시에 수업 자료를 화면에 띄우는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다”면서 “대면 수업을 못 하는 상황에서 수업 일수를 채우기 위해서는 온라인 강의를 꼭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3월 4일 오후 5시 방문한 장보기 앱들은 대부분 당일 주문부터 길게는 사흘치 주문이 마감돼 있었다. 왼쪽부터 오아시스, SSG닷컴, 쿠팡 앱.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3월 4일 오후 5시 방문한 장보기 앱들은 대부분 당일 주문부터 길게는 사흘치 주문이 마감돼 있었다. 왼쪽부터 오아시스, SSG닷컴, 쿠팡 앱.

유통에서 업무·교육·취미로 전방위 확산

취미·여가 활동에서도 사람들은 비대면을 선호하고 있다. 직장인 하재현씨는 매일 다니던 아파트 헬스장이 코로나19로 문을 닫자 유튜브를 보며 집에서 운동하고 있다. 그는 “간단한 스트레칭부터 스쿼트, 버피 등 집에서 매트만 깔면 할 수 있는 운동을 가르쳐주는 ‘홈트(home+training·홈트레이닝)’ 영상을 찾아본다”고 했다. 실제로 집에서 할 수 있는 각종 취미 생활과 관련한 앱이 덩달아 인기다. 다이어트 코칭 앱 ‘다노’와 명상 앱 ‘코끼리’는 코로나19 이후 가입자가 10% 이상 증가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문제점도 지적된다. 디지털 활용이 익숙하지 못한 계층의 소외 문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키오스크·모바일 예매 활용이 어려운 노인들이 경제적인 혜택을 젊은 계층처럼 받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비대면 사회로 급변하면서 디지털 활용 능력이 노인들의 질병 감염과 직결되게 됐다. 온라인에서는 온·오프라인 마스크 판매처 정보가 실시간으로 퍼지고, 마스크를 판매하는 쇼핑몰에 순식간에 사람이 몰리지만, 이런 정보는 취약 계층에까지 전달되지 못한다. 실제로 3월 3일 양재 하나로마트에서 만난 67세 진태화씨 부부는 “감염이 걱정되지만 온라인 주문이 쉽지 않아 외부 활동을 아예 끊을 수 없다”면서 “출가한 30대 자녀가 생필품을 주문해 보내주지만 매번 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재택근무의 부익부 빈익빈 문제도 일각에서는 제기한다. 일부 대기업들이 재택을 제한적으로 시행했고, 아직 진행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기업은 평소와 같이 출근하고 있다. 또 현장직 업무도 재택이 불가능한 경우에 속한다. 뉴욕타임스(NYT)는 “매장직, 건설직 등 현장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하기 어렵다”면서 “대다수 노동자는 집에 머물 수 없는 데다 불특정 다수와 대면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이들 직업군이 코로나19의 타격을 더 많이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잠재적인 사회 분열로 확산하기 전에 이에 대비한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황용석 건국대 사회학과 교수는 “비대면 문화 확산은 기계나 기술 등이 사람 사이를 잇는 환경을 가속화한다”면서 “기술에 약한 노인 등 사회 취약 계층을 위해 사람이 직접 개입해서 보조해주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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