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재홈스토리생활 부대표, 한국화장품 마케팅실, 인터파크 마케팅실장, 인터파크HM 커피사업본부장 / 사진 김소희 기자
이봉재
홈스토리생활 부대표, 한국화장품 마케팅실, 인터파크 마케팅실장, 인터파크HM 커피사업본부장 / 사진 김소희 기자

가사근로자 연결 애플리케이션(앱) ‘대리주부’를 운영하는 플랫폼 기업 홈스토리생활이 가사근로자 1000명을 빠르면 2월 말까지 직접 고용한다. 플랫폼 기업이란 인터넷을 기반으로 서비스 수요자와 공급자를 중개하는 사업체를 말한다. 보통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매출을 올린다.

플랫폼 기업이 공급자를 직접 고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서비스 공급자는 임시직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플랫폼에 올라온 일감을 자유롭게 선택해 원하는 시간대에만 근무한다. 이렇게 노동 시장이 유연화하면서 ‘긱 이코노미(gig economy·임시직 경제)’라는 말도 생겨났다.

홈스토리생활도 그간 법적 문제로 ‘긱 이코노미’를 따랐다. 가사근로자와 플랫폼 이용 약관을 준수하는 이용 계약만 했다. 가사근로자는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근로 계약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홈스토리생활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실증특례(제품과 서비스를 시험·검증하는 동안 제한된 구역에서 규제를 면제) 허가를 받으면서 가사근로자 직접 고용이 가능해졌다.

홈스토리생활의 대규모 채용은 파격적이다. 그 속내가 궁금해 이봉재 홈스토리생활 부대표를 2월 4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 부대표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플랫폼 기업도 근로자를 직접 고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홈스토리생활이 플랫폼 기업으로 나선지는 11년이 됐다. 2009년 인터파크의 신사업 인터파크HM으로 시작해 가사근로자와 이용자를 웹으로 연결하기 시작했다. 2014년 분사 이후 2015년 대리주부를 만들면서 본격적으로 지금의 앱 형태가 됐다. 현재 대리주부는 2019년 12월 기준 다운로드 수 145만 건, 등록 가사근로자 수 누적 2만명(활동 9000명)으로 가사근로자 중개 업계 1위다.

사업 기간도 오래됐고 업계 입지도 탄탄하지만, 이 부대표는 “본격적인 성장은 ‘지금’부터”라고 단언했다. 2017년까지 총 55억원 투자를 유치했고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와 구글이 진행하는 ‘창구 프로그램’에서 성장 지원금을 받으면서 준비를 끝냈다. 이 부대표는 “가사서비스 시장 규모를 키우기 위해 초기 스타트업의 마음으로 운영 체계를 재정비하고 있다”이라고 했다

대리주부가 현재 제공하는 서비스는.
“가사 서비스 이용자가 맞춤형 가사근로자를 구하도록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로 청소 서비스와 요리 서비스다. 거래 형태도 두 가지로 나뉜다. 4시간 기준 5만~5만5000원을 호가하는 ‘정액제’ 서비스와 가사근로자를 직접 고르는 ‘선택제’ 서비스가 있다. 선택제 서비스의 경우 가사근로자의 평점에 따라 계약비가 연동된다. 평가 시스템을 구축한 앱은 업계에서 우리밖에 없다. 그만큼 양질의 인력 풀을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인데 직원 직접 고용을 결정했다. 긱 이코노미가 대세인데 의외다.
“마찬가지로 인력 풀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가사 서비스 시장은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가사 서비스 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미스매치(불일치)가 있다. 시장의 수요는 갈수록 커지는데 공급은 불안정하다.”

자세히 설명해달라.
“시장 구조를 살펴봐야 한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증가로 가사 서비스의 잠재적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소비자를 만족시킬 만한 공급 체계는 열악하다. 가사 서비스 시장은 ‘깜깜이’ 시장이라, 온라인 카페나 친인척 주선과 같은 구인 방식이 많다. 가사근로자와 사생활을 공유해야 하는 고객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일을 하다가 별안간 그만두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렇다 보니 ‘내가 하고 말지’라면서 돌아서는 잠재 고객이 매우 많다. 신뢰할 만한 공급 체계를 구축해 잠재 수요를 현실 수요로 전환하고 시장을 양성화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다.”

이전과 어떻게 달라지나.
“양질의 서비스 인력을 채용하고 훈련시킬 예정이다. 교육과 평가 시스템을 체계화할 것이다. 가사근로자가 업체에 소속돼 있기 때문에 일을 마음대로 그만두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홈스토리생활이 안정적인 고용에 나선 또 다른 이유는 ‘직원을 대우해야 서비스 품질이 높아진다’는 기본 경영 철학에 있다. 이 부대표는 “10여 년의 세월 동안 수많은 가사근로자를 만나면서 이들이 처한 근로 환경이 형편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인센티브가 없는 상황에서 양질의 서비스만을 요구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가사근로자의 근로 환경이 열악하다고.
“가사근로자는 60대 어머니 세대가 많다. 고객이 싫은 소리 하면 그 상처를 고스란히 받아내신다. 현금을 주고받는 순간 암묵적 갑을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고자 업계 최초로 전자결제 서비스를 도입했다. 가사근로자를 ‘아줌마’라고 부르면서 하대하는 일도 경계한다. 이들을 ‘홈 매니저’로 칭하고 사원증도 만들었다. 고객의 집에서 파손이 발생하면 우리가 자체적으로 보험 처리한다. 이들의 직업적 자존감을 올리는 것이 우리의 업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채용하는 가사근로자의 근로 계약 형태는.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하나.
“정규직과 유사한 형태로 최저임금, 4대 보험, 퇴직금 등 근로기준법을 적용한다. 다만 휴게시간, 휴일, 휴가 조항은 예외를 둔다. 가사 서비스는 근무 조건이 유동적이어서 근로기준법대로 의무 휴게시간을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주장하지만, 실제 우리가 교류하는 가사근로자 단체에서는 현행안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말한다.”

비용 부담은 없나.
“사실 고용 비용이 늘어나면 수익은 남지 않는다. 하지만 단기적 셈법이 아닌 장기 전망을 내다보고 싶다. 당장 시장에서 수익을 내려고 아등바등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시장을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다.
다만 ‘세금 폭탄’이 부담된다. 거래가 양성화하면서 부가가치세가 부과된다. 수수료만 받는 다른 경쟁 플랫폼 기업보다 불리한 구조다. 새로운 실험을 시도하면서 생기는 문제인데, 한시적으로 면세 방법이 마련되면 좋겠다.”

플랫폼 기업의 고용 방향은.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모든 플랫폼 기업이 직접 고용을 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플랫폼 업계는 이용자뿐만 아니라 근로자가 매우 중요하다. 서비스 공급원인 플랫폼 근로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우가 좋은 업체에 근로자가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일자리위원회 산하 플랫폼 노동 태스크포스(TF)팀에 참여하고 있다.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과 같이 시급한 복지는 선례를 빨리 만들어서 실질적으로 근로자의 권익을 챙겨야 한다. 근무 형태를 고려해서 산업별로 노동권의 보장 범위를 정하는 방향이 현실적이라고 본다.”


plus point

가사근로자는 현행법상 직접 고용 불가능

가사 서비스는 개인 과외처럼 계약 관계가 불명확하다. 개인의 사적 거래로 이뤄져 고용자와 근로자가 고용 계약을 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 제11조에 따르면 ‘가사사용인(가사근로자)’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가사 서비스 중개 기업이 생기면서 가사근로자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을 방법이 생겼다. 중개 기업이 가사근로자를 고용하고 이용자에게 파견하는 운영 방식이 고려 대상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번엔 파견법이 발목을 잡았다. 파견법에 따르면 파견 허가 대상 사업은 32개로 한정돼 있고 가사 서비스는 포함돼 있지 않다.

2017년 12월 고용노동부가 파견법의 예외 조항으로 ‘가사근로자의 고용 개선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지만, 해당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가사근로자 플랫폼 기업 홈스토리생활이 ‘실증특례(제품과 서비스를 시험·검증하는 동안 제한된 구역에서 규제를 면제)’ 허가를 받으면서 방법이 생겼다. 정부는 홈스토리생활이 2021년까지 1000명의 가사근로자를 한시적으로 직접 고용하고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허용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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