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안내를 받아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2일 이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사진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안내를 받아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월 2일 이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사진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하나의 대형 이벤트 쇼를 성공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으로 성사된 6월 30일 판문점에서의 남·북·미 정상 회동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격식과 외교 관례를 깨뜨리는 파격이었다. 트럼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트럼프는 그동안 이렇게 언론의 주목을 집중시키는 파격적인 언행을 많이 해왔지만 대부분 의도적인, 계산된 것들이었다. 이번 판문점 회담에서 보인 행동과 발언도 상당 부분 그가 41세 때 출판한 ‘거래의 기술’ 2장(나의 사업 스타일:11가지 원칙)과 연결 지을 수 있다. 일부를 소개한다.


1│언론을 이용하라

“언론은 항상 좋은 기삿거리에 굶주려 있고, 소재가 좋을수록 대서특필하게 된다는 속성을 나는 경험을 통해 배웠다. 당신이 조금 색다르거나 용기가 뛰어나거나 무언가 대담하고 논쟁거리가 되는 일을 하면 신문은 당신의 기사를 쓰게 된다.” (‘거래의 기술’ 82쪽)

트럼프는 “뉴욕타임스에 한 쪽짜리 전면광고를 하려면 4만달러가 들지만 그래도 독자들은 광고 내용을 의심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뉴욕타임스에 호의적인 기사가 한 줄이라도 나가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홍보할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부동산 사업 초기부터 이슈가 될 만한 내용을 터뜨리거나 만들어 냄으로써 언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번에는 미국의 대통령이 트위터로 판문점에서 만나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제안했다. 그것도 6월 29일 한국 방문을 불과 하루 앞둔 28일이었다. ‘트위터로 성사된 미·북 정상의 회담’ ‘미국 대통령 최초로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등 누구도 예상하기 어렵던 행동을 했고 그로 인해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허항 MBC PD는 ‘PD저널’ 칼럼에서 이번 판문점 회담을 ‘블록버스터급 쇼’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일종의 ‘티저 예고’였고 김 위원장과 만남이 확정된 직후의 한·미 양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일종의 ‘제작발표회’였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만났을 때는 두 사람이 어딘가로 움직이면 카메라가 그들의 투샷을 어떻게든 잡으려고 헤맸고, 또 자유의 집 회담 중에는 무슨 잠입 취재하듯 문 틈으로 찍은 앵글과 보좌진에게 제지당해 천장으로 화면이 넘어가는 모습이 고스란히 보여 시청자들에게 극적인 역사의 한복판에 있는 듯한 생생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는 것이다.


2│일을 성공시키는 마지막 열쇠는 약간의 허세다.

“사람들은 자신이 위대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수 있으나, 남들이 그렇다고 부추겨주면 괜히 우쭐하기 마련이다. 약간의 과장은 아무런 손해도 가져오지 않는 법이다.” (‘거래의 기술’ 84쪽)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북 정상회담 등 여러 자리에서 김 위원장을 ‘친구’라고 표현했다. 이번 판문점 회담에서도 백악관이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 공개한 영상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에서 김 위원장을 향해 “내 친구”라고 부르며 어깨를 몇 차례 두드렸다. 이에 김 위원장은 “반갑습니다. 이런 데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라며 반갑게 인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판문점 회담을 마치고 워싱턴에 복귀한 이튿날인 7월 1일에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번 주말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해 정말 좋았다”며 “우리는 훌륭한 만남을 했고, 그는 정말 좋고 매우 건강해 보였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뿐 아니라 트위터에서도 여러 차례 김 위원장을 ‘친구’ ‘좋은 만남’ ‘위대한 지도자’ ‘다시 만나게 돼 영광’ 등의 표현을 쓰면서 상대방을 치켜세웠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 대통령이 이렇게 부추겨주는데 우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핵 실험을 하거나 미사일을 쏴 댈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의 목적은 북한이 더 이상 그런 일을 하지 않도록 현상 유지를 하면서 북한에 대한 제재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관건은 북한이 경제 제재로 인한 어려운 상황을 얼마만큼 더 버틸 수 있느냐다.


3│입지보다 전략에 주력하라

“중요한 것은 좋은 입지가 아니라 최선의 거래이다. 좋은 거래를 위한 계기를 마련할수 있듯이, 부동산의 위치도 선전이나 심리적 효과에 따라 얼마든지 좋다고 판단하도록 만들 수 있다.” (‘거래의 기술’ 80쪽)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회담 후 몇 건의 트윗을 더 올려 판문점 회담 성과를 직접 홍보했다. 1일 오전 그는 판문점 회담을 “아주 잘 보도된 만남”이라고 표현하면서 “한국에 있는 동안 북한의 김 위원장에게 이 만남을 갖자고 제안한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좋은 일들이 모두에게 생길 수 있다!”고 적었다.

또 김 위원장을 만난 직후 1박 2일의 여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도 “김 위원장과 멋진 만남을 마치고 한국을 떠난다. 북한 땅에 섰던 것은 모두에게 중요한 순간이며, 위대한 영광이다!”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 얻은 성과가 어떻든 간에 이를 어떻게 선전하느냐, 대중에게 어떤 심리적 효과를 줄 수 있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번 판문점 회담의 성과는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다시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바뀐 것은 아직 없다.

뉴욕타임스 등 일부 언론들은 미국이 ‘완전한 핵 폐기’에서 ‘핵 동결’로 입장이 바뀔 수 있다고 보도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대북 제재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북한도 핵 문제에 대해 아무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멋진 만남’ ‘중요한 순간’ ‘위대한 영광’ 등 과장된 표현을 썼다. 그게 미국 유권자들을 향한 것이든 북한을 향한 것이든 어쨌거나 효과는 있어 보인다.


4│항상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라

“나는 긍정적 사고의 힘을 믿는다고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오히려 부정적 사고의 능력을 믿고 있다. 즉, 항상 최악의 경우를 고려하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고 있으면 막상 일이 닥치더라도 견뎌낼 수 있다.” (‘거래의 기술’ 74쪽)

이처럼 최악의 경우를 예상했던 진면목은 올해 2월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장을 박차고 나왔던 장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핵 시설 이외의 여러 다른 곳에 있는 핵 실험장을 거론하며 ‘완전한 비핵화’를 압박했다. 북한은 ‘영변 핵 시설’로 제재 완화를 얻어내려 했으나 체면을 구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회담 결렬’이라는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면서 협상장에 나왔던 것으로 보인다.


5│크게 생각하라

“내가 거래를 성사시키는 방식은 아주 간단하고 분명하다. 목표를 높게 잡은 뒤 목표 달성을 위해 전진에 전진을 거듭할 뿐이다. 나는 크게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사람들은 대개 무언가 결정을 내려야 할 경우 일을 성사시킨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기 때문에 규모를 작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거래의 기술’ 71~73쪽)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에 ‘핵을 완전히 포기하면 번영을 이루게 해주겠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보냈다. 현재까지 상황을 볼 때, 그에게는 ‘빅딜’이 우선이지, 단계적 해법을 의미하는 ‘스몰딜’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핵 동결’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크게 생각하라’는 트럼프의 거래 원칙으로 보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정재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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