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베 크닉렘(Uwe Knickrehm) 독일 해상풍력발전사업자협회 대표, EnBW-AG PR 담당 / 사진 독일 해상풍력발전사업자협회
우베 크닉렘(Uwe Knickrehm)
독일 해상풍력발전사업자협회 대표, EnBW-AG PR 담당 / 사진 독일 해상풍력발전사업자협회

기후 변화,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대한 논의가 세계적으로 뜨겁다. 한국에서도 탈원전 정책에 대한 찬반 논쟁이 치열하다. 변화에 따른 미래 지향적 결정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현실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럴 때 한국보다 훨씬 먼저 탈원전 정책을 시행했던 독일의 현재를 들여다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독일은 한국보다 17년 앞선 2000년 탈원전 정책을 시행했다. 독일 정부가 2010년 발표한 ‘에너지 구상(Energiekonzept) 2050’은 문재인 정부가 에너지 분야 롤모델로 삼고 있는 ‘에네르기벤데(Energiewende·에너지 전환) 정책’을 골자로 한다.

에너지 구상 2050이 나왔을 당시, 우베 크닉렘은 독일 3대 전력 회사 중 하나인 EnBW에서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모든 대외협력 업무를 하고 있었다. 현재는 독일 해상풍력발전사업자협회 대표를 맡고 있다. ‘한·독 에너지 전문가 워크숍’에서 발표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그를 6월 20일 ‘이코노미조선’이 만났다. 그는 “독일에서는 아무도 원자력·화석 에너지에 투자하지 않는다”고 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이 더 경쟁력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였다. 그는 “최소한 전력 발전에 한해서는 엄연한 사실”이라면서 “한국에서도 독일과 같은 변화가 가능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전 세계가 신재생에너지를 향해 달려가면서, 실제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는 떨어지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대비 2017년 태양광·풍력 에너지 발전 단가는 각각 73%, 25%씩 감소했다. 또 2030년까지 40%가량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지역 편차를 고려할 때 이러한 현상이 한국에 바로 적용된다고 보긴 어렵다. 태양광 에너지와 풍력 에너지 발전단가가 각각 가장 낮은 미국(39달러/)과 인도(39달러/)와 비교했을 때 국내 발전 단가는 약 세 배 더 높기 때문이다.

한국보다 17년 먼저 탈원전에 들어간 독일에서도 에너지 전환 논의가 끝난 것은 아니다. 독일 에너지 산업의 상황과 미래, 한국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우베 크닉렘 대표의 생각을 들어봤다.


최근 독일 유력지 ‘슈피겔’이 자국 에너지 정책을 비판했다. 실제 상황은 어떠한가(‘슈피겔’은 5월 4일 전력 부문을 제외한 다른 부문의 에너지 전환 속도가 너무 느리고, 전체적으로 효율성이 떨어져 정체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에너지 전환 정책과 여러 정치적 이슈에 대한 언론 비판은 상당 부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정책의 각 부문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 에너지 전환 정책의 주요 부문은 전력·냉난방·수송·농업 등 네 가지다. 그중 독일은 전력 부문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인다. 2018년 기준 독일은 38%를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한다. 이는 전 세계 설비 용량 2위인 미국보다 높은 수치다. 독일은 EEG법(재생에너지법)을 시행하면서 FIT 제도(Feed-in-Tarif·발전차액지원제도)를 세계 최초로 도입한 국가다. FIT는 신재생에너지로 공급된 전기의 거래 가격이 기준가보다 낮으면 정부가 차액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일정 기간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에 발전 사업자 입장에선 위험 부담이 적다. 그만큼 효율적인 에너지 전환이 전력 부문에서 이뤄졌다. 최근에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떨어지면서 경매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그 외 냉난방·수송·농업 부문에서는 성적이 저조하다. 탄소 배출량 저감도 마찬가지다. 유럽 국가 평균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진정한 에너지 전환은 부문 간 연결이 확보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독일 정부가 기존 목표치를 수정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한국도 수소경제, 탈원전 등 에너지 전환 정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토론 때 환경 문제에 대한 한국의 경각심이 부족하다고 말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40년 동안 빙하의 4분의 1이 녹아서 사라졌다. 히말라야산맥 빙하는 21세기 들어 두 배 더 빨리 녹고 있다. 그리고 한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다. 지구 환경 변화에 따른 위험은 어느 국가에나 다 있지만, 한국과 같은 해안 국가는 경각심을 더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수면 상승은 실재하는 위험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위기를 기회로 보는 시각이 중요하다. 에너지 전환은 신산업 기회다. 신산업에 대한 투자는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앞서나가고 있다. 2017년 기준 세계 재생에너지 산업 고용 인원은 1000만 명을 돌파했는데, 중국이 전체 일자리 중 44%를 차지했다. 간혹 신재생에너지 산업 일자리가 특정 지역에 국한된다는 비판이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독일을 예로 들겠다. 독일 북쪽은 풍력, 남쪽은 태양광 설비로 양분돼 있다. 하지만 북쪽의 풍력 터빈으로 발전한 전력을 남쪽으로 송전해야 하기 때문에 일자리는 고루 분포된다.”

에너지 산업에서 ‘새로운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신재생에너지 산업에서 요구되는 형태는 다양한 에너지 생산 방식이 상호 연결되는 것이다. 이는 동시에 민간 부문의 참여를 의미한다. 즉, 거대한 가상발전소(VPP·Virtual Power Plant)를 만드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일반 가정집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기를 IoT와 블록체인 기술 등으로 연결해, 생산되는 전력을 전력 거래소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분산화한 전력 발전 형태가 하나로 통합돼 거대한 가상발전소를 이룬다. 이것이 ‘새로운 구조’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날씨 영향으로 불규칙하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발전된 전력을 즉시 수소로 변환해 저장할 수 있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해상풍력단지에 가상발전소를 적용한다고 생각해보자. 전력망과 가스망을 연계하는 P2G(Power to Gas)가 가능할 것이다. 그럼 터빈으로 얻은 풍력 에너지로 즉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얻고, 이를 저장하면 된다. 이게 ‘녹색 수소’를 얻는 기술이다. 물론 이 기술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한국은 늦게 시작했으니 특히 그렇다. 하지만 탈원전을 시행하고 수소경제로 나아가는 현재의 방향성은 옳다.”

하지만 전기료가 오르고 있지 않나. 한국전력도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맞다. 전기료가 오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른 모든 부문의 비용이 내려갈 것이다. 과도기에는 모든 것에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런 사실을 시민에게 알리고 바뀌는 현실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 중요하다. 또 시민사회 자체가 이런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20년 후에는 에너지 자원 고갈과 기후 변화가 초래하는 비용이 에너지 전환 비용보다 더 클 것이라고 확신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통하면 신산업을 성장시킬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신산업이 흐름을 주도하기 시작할 것이다. 독일에서는 에너지 업계 인사들이 관료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에너지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후발 주자로서 한국이 독일로부터 배워야 할 점은 신재생에너지 설비와 송전망 확충을 더 빠르게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현재의 추세를 인위적으로 가속하기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멈춰서는 절대 안 된다.”

한국 사회에 조언이 있다면.
“전처에게 전기차를 사라고 추천했다. 정확히 말하면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을 사라고 말했다. 코나의 긴 주행 거리와 합리적인 가격은 큰 장점이다. 한국은 나에게 시의적절한 신기술을 지닌 자동차와 삼성 스마트폰으로 어필한다. 그만큼 모빌리티와 IT 부문이 많이 발달한 국가라는 뜻이다. 이런 것들과 신재생에너지는 모두 신산업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리고 신산업은 미래를 위한 기회를 의미한다. 한국이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

정예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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