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드라마 JTBC ‘SKY 캐슬’에 나오는 김주영 입시 코디네이터. 고등학생들의 서울대 의대 진학을 돕는 역할을 맡는다. 사진 HB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
화제의 드라마 JTBC ‘SKY 캐슬’에 나오는 김주영 입시 코디네이터. 고등학생들의 서울대 의대 진학을 돕는 역할을 맡는다. 사진 HB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

“어머님,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입시 열풍을 담은 드라마 ‘SKY 캐슬’에서 입시 코디네이터는 학부모에게 이렇게 말한다.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 선생은 주인공 예서를 ‘오로지 한 곳’ 서울대 의대로 이끌어줄 안내자 역할을 맡는다. 김 선생은 예서와 밀착 생활을 하면서 공부 방식을 지도한다.

그런데 지도의 범위가 상상을 뛰어넘는다. 집에 찾아와 학습 환경을 개선해준다며 몬드리안 그림을 벽에 걸라고 조언하는가 하면, 책상에 유리를 깔면 체온이 내려가 에너지 소모가 심하다는 충고까지 한다. 예서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누구와 사이가 나쁜지, 교우관계와 이성관계까지 모두 참견하는 것은 기본이다. 예서의 성적이 떨어지자 예서와 사이가 나쁜 전교 2등 혜나를 같은 집에 들이라고 얘기한다. 말 그대로 김 선생은 예서의 학업을 포함한 모든 생활 요소를 좌우하는 주요 결정권자다.

드라마에서는 이런 입시 코디네이터를 시중은행에서 소개해주는 것으로 나온다. 은행이 VIP 고객을 상대로 ‘입시 코디네이터 매칭 프로그램’을 연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일류 입시 코디네이터를 독점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입시 코디네이터는 집안 사정, 학업 성적, 학부모 성격을 종합해 서울대 의대 진학에 적임인 학생을 고른다.

그러나 현실에서 입시 코디네이터의 존재 유무는 베일에 싸여 있다. 대신 학생의 대학 입시 전략을 지도하는 ‘입시 컨설턴트’가 보편화돼 있다.

대치동 입시 컨설턴트들은 ‘SKY 캐슬’에 나오는 내용이 다소 과장되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SKY 캐슬’에 나온 것처럼 은행에서 VIP 고객과 입시 전문가를 직접 연결하는 일은 없다는 의견이 다수다.

다만 대치동이나 도곡동의 은행 지점에서 자체적으로 입시 설명회를 열고 은행 고객을 초청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대치동에서 입시 컨설팅을 하는 A씨는 “학기 초나 수시 입시 전에 입시 컨설턴트를 불러놓고 적게는 20명 많게는 200명씩 입시 설명회를 한다”면서 “이때 학부모에게 개인 컨설팅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한다”고 했다.

개인 컨설팅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컨설턴트들은 말한다. 고액 컨설팅은 불법이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차라리 여러 학생을 담당하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입시 상담료는 1분당 5000원, 1시간에 30만원을 넘을 수 없다. 입시 업계에 30년간 몸담아 온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여러 사람을 컨설팅해서 억대 연봉을 버는 사람은 있어도 한 사람당 억대 컨설팅비를 받는 입시 컨설턴트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입시 컨설턴트 B씨는 “6개월간 1000만원을 받고 프리미엄 컨설팅을 한 적은 있다. 그 이상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입시 컨설턴트는 ‘SKY 캐슬’에 나오는 김주영 선생과 성격이 다르다. 입시 컨설턴트는 주로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에서 합격 전략을 조언하는 역할을 맡는다. 학종은 학생의 꿈과 진로에 맞춰 교과·비교과 활동을 해야 입학 시 고득점을 올린다. 이 활동 내용에 대한 조언을 얻기 위해서 학부모들은 입시 컨설턴트를 찾는다.

‘SKY 캐슬’만큼은 아니지만 학종을 컨설팅하는 것이 여간 일이 아니다. 우선 컨설턴트는 학생의 내신 등급으로 지원 가능한 대학 수준을 알려준다. 특히 재학 중인 고등학교의 수준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등학교에서 한 해 서울대 입학생 수가 얼마나 되는지 데이터베이스(DB)를 평균 내는 과정을 통해 파악한다. 만약 서울대를 많이 보내는 학교에 다닌다면, 수시 전형에서 내신 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아도 안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로 안내가 핵심 역할

컨설턴트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은 진로를 안내해주는 것이다. 학종은 학생이 진로에 대한 확신과 구체적인 준비 과정을 보여줄 것을 요구한다. 이를 위해 학생부를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늦어도 3학년 학기 시작 전부터는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컨설턴트는 학생과 1~2시간 동안 인터뷰한다. 인터뷰 과정에서 학생의 관심사를 세 개로 압축해서 희망 학과와 장래 직종을 결정한다. 예컨대 학생이 수학캠프와 수학올림피아드, 수학토론반에서 활동한 적이 있으면 그 학생의 키워드는 ‘수학’으로 꼽힌다. 요양원 자원봉사, 멘토링, 반장 활동을 했으면 ‘나눔과 봉사’로 분류된다. 학교에서 물리, 화학, 생명과학에서 들었던 흥미로운 수업 내용을 기록해 ‘신소재’ 키워드를 뽑아내기도 한다.

이 세 가지 키워드를 조합해, 예를 들어 “‘퀀텀닷 디스플레이(디스플레이 기술의 한 종류) 연구원’이 되어 디스플레이 시장을 진일보시키겠다”는 내용을 도출해내는 것이 컨설턴트의 일이다. 입시 컨설팅을 진행하는 백운룡 스카이유니버스 대표는 “사회과학 연구자처럼 인터뷰 과정에서 조사 대상인 학생의 핵심 관심사를 파악하기 위해 직접 연구 방법론까지 공부한다”고 했다.

이후 컨설턴트는 10여 회에 걸쳐 학생의 학업 외 활동을 관리한다. 학생부에 들어가는 학년별 교사 의견란 샘플도 직접 만들어준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47)씨는 “보통 학생부에 들어가는 교사 의견란은 학생들이 직접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컨설팅받은 내용을 학생들이 해당란에 그대로 베껴 적어 교사에게 제출한다”고 설명했다.

희망 학과와 직종과 관련된 소논문과 보고서를 모두 찾아주는 것도 컨설턴트의 일이다. 고려대 신소재공학부에 진학하고 싶은 학생이 있다면, 컨설턴트가 해당 학교에서 관련 교수를 찾아준다. 그리고 그 교수의 논문 요약본을 컨설턴트가 직접 만든다. 연관 기사들도 함께 첨부해 학생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전문 용어 등을 직접 학생에게 가르치기도 한다. 퀀텀닷 디스플레이 연구원이 꿈이라면 관련 분야 롤모델에 대한 철저한 신상 정보 조사는 필수다. 이런 맞춤형 자료집 분량이 500쪽을 넘는 경우도 있다. 학생은 자료집을 받아 컨설턴트와 함께 공부한다.

대입제도에서 학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15년 학종 도입 이후 정시 비중은 줄어들고 학종 비중은 증가하고 있다. 전국 179개 4년제 대학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학종은 2016년 대입 선발 인원의 18.5%에 불과했지만 2019년에는 24.3%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정시는 33.3%에서 23.8%로 줄었다.

특히 수도권 대학에서 학종의 비중이 커졌다. 2019년 학종 비중을 살펴보면 수도권 대입 전형에서 학종 비중은 39.4%에 달한다. 이 비중은 상위권 대학으로 올라갈수록 높아진다. 특히 서울 상위 3위 대학(서울대·연세대·고려대)은 학종 비율이 58.2%에 달한다.

학종 비중이 높아지면서 컨설턴트에 대한 수요도 함께 커지는 상황이다. 백운룡 대표는 “지방에서 컨설팅받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올라오는 학생도 있다”면서 “학생 고객의 40%가 지방에서 올라오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또 “평균 입시 단가와 학생 수를 감안하면 컨설턴트 시장의 가치가 보수적으로 잡아도 800억원은 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학종이 확대되면서 학생들의 입시 컨설턴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점을 비판한다. 안양시에 거주하는 고등학생 이정민(18)씨는 “학생들이 불확실한 대입 준비 과정에서 정시와 수시 준비를 병행하다 보면 진로를 설계할 시간이 없다”고 했다.

또 부모가 사교육비를 감당하지 못할 경우, 논문을 찾아 분석하는 수준의 진로 설계는 ‘남의 일’이 되기 쉽다. 통상 입시 컨설턴트 비용은 6개월에 100만~250만원에 달한다. 컨설턴트 대신 이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진로 교사는 한 학교에 통상 한 명밖에 배치되어 있지 않다. 이들이 수백 명의 학생을 담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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