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택시노조 등 택시 4개 단체 회원들 주최로 2018년 12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카카오 카풀 반대 3차 집회’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카풀 퇴출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전국택시노조 등 택시 4개 단체 회원들 주최로 2018년 12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카카오 카풀 반대 3차 집회’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카풀 퇴출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018년 12월 27일 자정 서울 중구 광화문역 근처에서 회식을 마친 직장인 김민정(37)씨는 택시를 잡지 못해 길 위에서 30분을 추위에 떨었다. 스마트폰 앱에 도착지로 지정하고 호출 버튼을 누르기를 여러차례 반복했지만 택시는 오지 않았다. 도로 위를 달리는 택시를 잡으려고 시도했지만 승차거부만 당했다. 가까스로 올라탄 택시 안에서도 불쾌함은 계속됐다. 택시 기사는 “목적지가 너무 가깝다”며 “미리 밝혔다면 차를 세우지 않았을 것”이라고 툴툴거렸다.

2018년 12월 28일 오전 1시 직장인 이미영(32)씨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승차공유 서비스인 ‘타다’를 이용해 귀가했다. 배차를 신청한 지 약 1분 만에 서울지하철 5호선 공덕역에 있는 차량이 배정됐다. 도착 예상 시간은 10분. 흰색 11인승 카니발 차량은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열선시트가 작동 중인 좌석은 따끈했고, 은은한 조명 아래 클래식 음악이 흘렀다. 심야할증 요금이 추가됐지만 신촌까지 운행 요금은 7400원. 일반 택시보다는 2000원 정도 비쌌고, 모범 택시와 비슷했다.

가슴을 졸이게 하는 난폭운전, 승차거부, 불친절. ‘한국 택시’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이미지다. 최근 택시업계는 카카오 카풀서비스에 반대하며 집단행동을 강행했다. 가뜩이나 나쁜 여론이 더욱 악화되는 모양새다. 이와 반대로 11인승 승합차를 활용한 승차서비스인 '타다'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요금이 일반 택시보다 20%가량 비싼 ‘타다’는 2018년 10월 8일 서비스 개시 후 두 달 반만인 12월 23일 회원수 16만명, 차량은 400여 대까지 늘었다. 소비자들이 타다에 열광하는 것이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카풀 서비스 도입을 극구 반대하는 전국 택시업계가 놓치는 소비자 관점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1│소비자는 선택하고 싶어한다

한국 택시의 위상은 모호하다. 65%가 자영업 형태의 개인택시인데, 요금은 정부의 물가정책에 따라 규제된다. 덕분에 가격은 비교적 저렴하다. 택시업계는 카풀서비스에 반대하는 명분으로 ‘저렴한 택시비'를 강조한다. 하지만 ‘타다’의 사례에서 보듯 현재 택시 이용자 중에는 돈을 좀 더 내더라도 쾌적하고 친절한 서비스를 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택시업계나 소비자 모두에게 득보다 실이 크다. 택시업계가 소비자 불편을 인정하지 않은 채 밥그릇 싸움에 몰두한다는 부정적 여론이 팽배하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택시업계는 카풀업체를 경쟁자로 인정하고 택시 서비스가 한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집단 행동으로 택시업계의 주장이 관철되는 현상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한국 택시 서비스 개선은 영원히 없을 것”이라며 “택시는 승차공유업체가 따라할 수 없는 질 좋은 서비스를 통해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타고 싶은 시간에 탈 수 있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정부는 택시의 서비스 개선을 위해 제도를 어떻게 바꿀지 고민해야 한다. 한국 택시 시장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시간대별 택시의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다. 업계는 택시 공급이 많다고 주장하지만 출퇴근이나 심야에는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이는 서울 전체 택시의 65%에 달하는 개인택시 시간대별 운행자료를 분석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2017년 1~11월 서울 개인택시 운행률은 오후 4~5시(52.7%)에서 심야 시간대(자정~오전 4시)인 오전 0~1시 43.1%, 오전 1~2시 34.6%, 오전 2~3시 23.8%, 오전 3~4시 16.1%, 오전 4~5시 13.3%로 뚝 떨어진다. 2018년 9월 기준 서울 개인택시는 총 4만5000대 정도지만, 아무리 많아야 2만5000대 정도가 다닐 뿐이고 자정을 넘어서면 그 숫자가 1만대 정도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일본 정부는 2016년 택시업계와 함께 ‘승차공유 문제대책 특별위원회’를 만들었다. 승차공유 서비스란 승객 수요가 급증하는 시간대에 자가용 운전자가 승객을 태워주고 이에 대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의 우버나 중국의 디디추싱이 대표적인 승차공유 서비스다. 일본 정부의 택시 대책은 승차공유 서비스 개방으로 택시업계가 도태되지 않도록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우선 일본 정부는 단거리 손님들이 택시를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기본요금을 인하했다. 기본요금 체제를 2㎞당 730엔(약 7400원)에서 1㎞당 410엔으로 바꿨다. 그 결과 대형택시 4사의 반년간 단거리 승차횟수가 예년보다 2배 늘었다.

한국 택시를 일본과 직접 비교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산업 환경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 택시는 100% 법인택시로 월급제를 시행한다.


3│법인 ‘사납금’ 개인 ‘권리금’ 해결해야

한국은 자영업 형태인 개인택시의 비중이 높고, 법인택시라고 할지라도 월급제가 아닌 사납금제로 운영된다. 하루 운행 거리에 그날 벌이가 걸린 기사들은 서비스 개선보다는 단시간에 장거리를 가는 것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개인택시 운전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택시 권리금 시세 하락이다. ‘타다’ 등 새로운 유형의 승차서비스가 도입되면서 2018년 상반기 최고 1억원을 호가하던 서울 개인택시 권리금은 2018년 연말 700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택시 기사들에게는 당장 생존이 걸린 문제”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변화는 불가피하니 모두 따라야 한다’는 당위론이 무슨 소용이 있냐”고 했다. 이 두 가지 문제는 정부가 풀어나갈 과제다. 법인택시 봉급 제도를 100% 월급제로 바꾸고, 개인택시 권리금을 보전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Keyword

사납금(社納金) 법인택시 운전자가 번 운송수입금 중 회사에 납부하는 돈을 뜻한다. 서울시 택시업체의 경우 운전자가 업체에 하루 약 11만원의 납입금을 월 26일간 내면, 월 126만원의 고정급과 퇴직금, 5대 보험을 보장한다. 그리고 사납금 이상의 추가 운송수입금은 운전자가 갖는다. 그 금액은 하루 4만~5만원 정도다. 서울시 택시기사의 월소득은 고정급인 126만원과 추가 운송수입금을 합쳐 240만~250만원 수준이다.

plus point

택시회사가 먼저 혁신하는 일본
‘0엔 택시’부터 AI 활용 ‘합승택시’까지

일본 디엔에이(DeNA)가 한시적으로 출시한 ‘0엔 택시’. 광고를 보면 요금을 깎아준다. 사진 DeNA
일본 디엔에이(DeNA)가 한시적으로 출시한 ‘0엔 택시’. 광고를 보면 요금을 깎아준다. 사진 DeNA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개인 차량을 이용한 승차공유 서비스가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우버, 중국 디디추싱 등이 일본 택시 배차 서비스에 진출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맥을 못추고 있다. 택시회사가 직접 택시 배차 시장에 뛰어들어 산업의 체질 개선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택시 10대 중 3대가 사용하고 있는 ‘전국택시’ 앱은 일본 최대 택시사업자인 ‘일본교통’이 운영하고 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 미리 요금을 낼 수도 있고 신용카드나 구글페이 등 결제수단도 다양하다. 일본 택시 업계는 정부와 함께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목표로 ‘합승택시’ 상용화 실험도 진행 중이다. 앱을 통해 같은 방향으로 가는 이용자들이 택시에 합승하고 인공지능(AI)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요금을 분배한다. 2018년 12월에 모바일게임·엔터테인먼트·전자상거래 기업인 디엔에이(DeNA)가 광고를 보면 요금을 깎아주는 ‘0엔 택시’를 한시적으로 운영했다. 이 택시는 닛신식품의 히트상품 ‘돈베이(どん兵衛) 라면’을 콘셉트로 겉면은 물론 택시 지붕의 표시등, 시트까지 차량 전체를 움직이는 광고판으로 만들었다. 광고주가 택시요금을 부담하기 때문에 승객들은 무료로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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