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린다 브림 인시아드 조직행동학 명예교수를 10월 12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브림 교수는 “기업들이 글로벌 코스모폴리탄을 적극적으로 영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박준형 인턴기자
국내 한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린다 브림 인시아드 조직행동학 명예교수를 10월 12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브림 교수는 “기업들이 글로벌 코스모폴리탄을 적극적으로 영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박준형 인턴기자
브림 교수가 최근 낸 ‘글로벌 코스모폴리탄 사고방식’.
브림 교수가 최근 낸 ‘글로벌 코스모폴리탄 사고방식’.

불안하고 복잡한 시대다. 국제 정치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같은 ‘스트롱맨’이 득세하고 세계 경제는 무역전쟁이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그 불똥이 어디로 어떻게 튈지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때 역설적으로 ‘글로벌 코스모폴리탄(Global Cosmopolitan)’을 그 해법으로 제시하는 이가 있다. 전작 ‘글로벌 코스모폴리탄’에 이어 5월 26일 ‘글로벌 코스모폴리탄 사고방식’이란 책을 낸 린다 브림(Linba Brimm) 인시아드대 조직행동학 명예교수다. 그가 말하는 글로벌 코스모폴리탄은 대체로 학력이 높고 여러 언어를 구사하며 성장 과정에서 다양한 문화권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10월 12일 오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국내 한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브림 교수를 만났다. 그는 “지금 같은 대혼란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 국한되지 않은 ‘범세계적인 관점’”이라며 “글로벌 코스모폴리탄들이 그 관점을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변화의 시대에서는 ‘삶이 변화 그 자체’인 글로벌 코스모폴리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가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지만, 그는 매우 단호하고 자신감 있는 어조로 인터뷰에 임했다.


‘글로벌 코스모폴리탄’은 어떤 사람인가.
“2010년 첫 번째 책인 ‘글로벌 코스모폴리탄’을 출간한 이후 많은 이들이 내게 글로벌 코스모폴리탄의 범세계적인 관점이 대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래서 그동안 더 많은 사람을 만나 연구했고, 이들이 가지고 있는 관점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핵심은 글로벌 코스모폴리탄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매우 열린 자세를 갖고 있고, 성장 과정에서 다른 문화를 체득한 결과 세계적인 관점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창의성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창의성은 무언가를 새로 창조해내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누구도 생각해내지 못하는 해결 방식을 제시하는 것을 뜻한다.”

당신이 말한 글로벌 코스모폴리탄의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을 꼽는다면.
“12년간 미국 펩시코를 이끈 인드라 누이 최고경영자(CEO·10월 3일 자로 퇴임)를 생각해보라. 인도에서 온 누이를 CEO로 앉힌 것은 이제 미국 회사가 다른 문화권의 사람을 권력의 최정점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에는 미국 국적이 아닌데도 성공한 기업가들이 많다. 이 중 한 기업가와 전화 통화를 한 적이 있다. 이 기업가에게 ‘어려움은 없느냐’고 물었다. 선뜻 답하지 못하고 얼마간 침묵하더니 어려움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설령 그런 게 있었더라도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로 봤다고 말하더라. 우문현답이었다.”

기업이 글로벌 코스모폴리탄을 적극적으로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미 많은 대기업이 전 세계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본사가 미국에 있더라도 이곳에서의 의사 결정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 또 기업이 어떤 사업을 벌일 때 한 지역에서는 성공할 수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시장과 고객, 사업 가능성 등에서 매우 깊이 있는 통찰을 할 수 있는 글로벌 코스모폴리탄이 필요한 이유다.”

글로벌 코스모폴리탄이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현지 문화에 적응하는 경우도 많다.
“글로벌 코스모폴리탄은 어떤 기술과 경험·지식을 가지고 있고, 이것이 회사가 새로운 시장 진출을 모색하거나 새로운 고객군을 확보하려고 할 때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회사에 분명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채용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왜 자신을 채용해야 하는지, 자신의 성장 스토리와 다른 관점을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로벌 코스모폴리탄을 적극 영입한 사례가 있나.
“인시아드 출신의 많은 학생들이 구글 같은 곳에 입사하려고 한다. 구글은 어떤 나라에 진출할 때 어떤 인재들로 현지 지사를 설립해야 할지,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를 현지 시장에서 어떻게 잘 조율할지 고민하는 회사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영국 명문 옥스퍼드대나 케임브리지대를 졸업한 고학력 인재와 ‘무언가 다른 것’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기업의 글로벌화로 해외 근무 같은 급격한 커리어 변화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새로운 외부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방법이 있을까.
“현지 상사나 동료들을 내 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겸손해야 한다. 그들의 능력과 경험을 인정하고 배워야 빠르게 적응하고 성장할 수 있다. 현지 직원들이 갖고 있지 않은 지식이 있다면 숨기지 말고 공유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현지에서 비슷한 처지의 다른 회사 사람을 사귀는 것도 방법이다. 같이 축구를 하거나 영화를 보면서 각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머리를 맞대는 것이다. 적응하는 데 가장 큰 적인 ‘외로움’을 떨칠 수 있다.”

당신은 변화에 관해 생각하는 틀 ‘7C’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소개해달라.
“파리의 한 기업에서 일하는 A라는 임원이 런던 지사장을 맡아줄 것을 제안받았다고 가정해보자. 가족과 함께 근거지를 이동하는 큰 변화에 직면한 것이다. 여기에 내가 개발한 7C를 단계별로 하나하나씩 짚고 넘어가다 보면 해결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첫째는 ‘복잡성(Complexity)’이다. 자신이 그 자리를 원하는지, 해당 일을 잘해낼 수 있는지, 해외 근무에 대해 가족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 모든 문제를 고려해보는 것이다. 혼자서 개인적, 직업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보고,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의견도 들어보는 식으로 다각도에서 문제 요인을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모든 요인을 충분히 이해했다면 우선순위를 매겨야 한다. 바로 ‘명료성(Clarity)’이다. 많은 요인 사이에서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수록 상황을 정리하기 쉬워진다.
셋째는 ‘자신감(Confidence)’이다. 변화를 감당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지원자를 만나보거나 관련된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으로 자신감은 올라갈 수 있다.
넷째는 ‘창의성(Creativity)’이다. 새로운 환경에서 기존 전략을 수정해보고 새 전략을 개발하며,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식이다. 그다음은 이를 실행하는 ‘헌신(Commitment)’이다. 새 직무에 주력하는 것으로 가장 힘든 단계다.
여섯째는 ‘강화(Consolidation)’다. 이전의 정체성을 뒤로 하고 새로운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단계다. 예전 회사를 여전히 ‘우리’라고 지칭한다면 아직 이 단계를 넘어가지 못했다는 의미다. ‘우리’는 현재의 팀을 의미해야 한다. 마지막은 ‘변화(Change)’다. 변화의 과정에서 얻게 된 긍정적인 성과를 되짚어보면서 의도치 않게 발생한 결과나 새로 발생한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다. 다음에 새로운 기회가 나타나지 않는가를 살피는 것도 포함된다.”


▒ 린다 브림(Linda Brimm)
미국 코넬대·노스이스턴대, 프랑스 파리대 정신분석학 박사, 인시아드 경영대학원(MBA) 국제상담심리 서비스 과정 개발 및 운영

장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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