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무주택자와 1주택자 등 서민들의 계층 이동 사다리를 끊어버리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무주택자와 1주택자 등 서민들의 계층 이동 사다리를 끊어버리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우리들은 ‘개천에서 용 났다’ 식의 일화를 좋아한다. 그러나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하고, ‘10 대 90 사회’가 되면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확률은 극히 줄었다.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용이 돼 구름 위로 날아오르지 않아도, 개천에서 붕어·개구리·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012년 3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절 트위터에 이 같은 글을 올렸다. 사법고시 존치론에 대한 반박 차원에서 올린 글이었지만, 6년이 지난 현재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서민이 부동산을 통해 한 계단 올라설 수 있는 사다리를 끊어버리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현금을 두둑하게 보유하고 있는 부자들은 큰 타격 없이 현 부동산 가격 상승장의 달콤한 열매를 독식하고 있다. 용이 더욱 높은 하늘을 향해 오르는 동안 붕어와 개구리·가재는 열악한 개천에 머물러야 하는, 조 수석의 말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현 부동산 정책이 자산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무차별적’ 대출 규제에서 기인한다. 지난해 발표한 8·2 대책 이후 현금 없는 무주택자는 사실상 집 사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투기 지역의 경우 주택 가격의 40%까지만 대출이 가능해, 나머지 60%는 직접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서울 전역이 투기·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데다,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빠른 속도로 치솟고 있어 ‘60%’의 액수가 점차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8월 기준 서울 중형 아파트(전용 62.8~95.9㎡) 평균 매매가격은 6억9798만원을 기록했다. 현 추세대로라면 이달에 7억원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서울 중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6억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6억원에서 7억원까지 도달하는 데 10개월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5억원에서 6억원이 되는 데 23개월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그 속도가 두 배 이상 빨라졌다. 7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려면 4억2000만원의 자기 자본이 필요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무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까지 규제하는 것은 집을 사서 자산을 늘리려는 이들의 꿈을 산산조각내는 행위”라며 “이 같은 정책이 계속되다 보면 결국 돈 있는 사람만 집을 살 수 있고, 돈 없는 사람은 부동산 시장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별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무주택자 대상 규제를 완화하기는커녕 1주택자까지 다주택자와 함께 옥죄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9·13 대책’이 대표적이다. 이번 대책으로 1주택자는 투기·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 지역 내에서 이사, 부모 봉양 등을 제외하면 새로 주택을 살 때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다. 보유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아 다시 보유 주택 수를 늘려가는 ‘재테크’를 막겠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1주택자라도 집을 살 때 대출이 필요하다면 ‘돈 있는 사람’은 아니란 뜻인데, 이들의 대출을 막는 것은 결국 강남 등 ‘부촌’ 입성은 쳐다도 보지 말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이어 “이미 보유세 등이 인상되고 있는 만큼 1주택자의 세부담도 커지고 있어 이들을 겨냥하는 추가 규제는 불필요하다”며 “무주택자와 함께 1주택자 역시 철저히 보호하되, 2주택자 이상에게만 규제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주택자와 1주택자의 부동산 투자는 원천 봉쇄된 반면, 대출 규제에 개의치 않는 현금 부자들은 부동산 투자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KB금융지주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8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부동산 자산 비율은 2012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며 2016년 51.4%까지 떨어졌지만, 지난해 52.2%, 올해 53.3% 등 2년 연속 증가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부동산 자산 비율의 증가는 수도권 중심의 주택 시장 매매가격의 상승세, 투자 수요로 인한 분양 및 재건축 시장의 활성화 등으로 (이들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의 가치가 상승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부자들은 향후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는 유망 투자처 1위로 ‘국내 부동산(29%)’을 꼽았다. 게다가 최근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로 보유 주택 중 일부 또는 전체를 매각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4.7%에 불과했다.

현재 부자와 서민의 소득 격차는 벌어질 대로 벌어진 상황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소득 1000분위 자료에 따르면, 종합소득 상위 0.1%는 2016년 1인당 평균 25억8900만원을 벌었다. 이들의 총액은 15조2099억원으로 전체 종합소득의 8.63%를 차지했다. 종합소득은 이자·배당·부동산임대·근로소득 등을 모두 합산한 것이다. 반면 하위 10%의 종합소득은 1인당 평균 193만원에 불과했다. 부동산만 보면 소득 쏠림 현상은 더욱 극심하다.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4~2016 귀속연도 부동산 임대소득 백분위’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전체 부동산 임대소득 17조8357억원 중 절반 이상인 약 9억원을 상위 10%가 가져갔다. 특히 상위 1%는 전체 임대소득의 18%인 3조2062억원을 벌었다.


수요 몰리는 도심에 공급 집중해야

수요 억제책만 잇따라 내놓는 현 상황은 집값 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이에 따라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더욱 요원한 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규모 공급을 통해 집값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는 9월 21일 주택공급방안을 발표했다. 서울에는 총 1만282가구가 공급되는데, 성동구치소(1300가구) 부지를 제외하면 모두 소규모에 불과해 효과가 다소 떨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수요가 집중되는 서울 도심의 경우 장기적 관점에서는 재건축 규제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현재 국토부가 주택 공급 후보지로 고려하고 있는 서울 내) 그린벨트 지역의 경우, 환경 문제 때문에 해제하기는 쉽지 않다”며 “서울 주택은 노후화가 심해 도시재생을 통해 공급을 늘리는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재 부동산 시장은 작은 호재에도 큰 폭으로 움직이는 만큼, 지금 당장 재건축 규제를 풀기보다는 집값이 안정되는 시기를 잘 노려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대도시는 이미 도심 중심 도시재생에 나섰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허드슨 야드’가 대표적 사례다. 허드슨 야드는 250억달러(약 28조원)를 쏟아부어 고층 아파트, 호텔, 오피스 빌딩 등을 짓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 개발 사업이다. 2005년 시작돼 20년 뒤인 2024년 완공된다. 허드슨 야드의 실제 용적률은 최대 3300%에 달한다. 용적률이 높을수록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다. 뉴욕은 허드슨 야드 외에도 꾸준히 주택 공급을 늘리고 있다.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2015년 뉴욕의 주거용 건물 인허가 건수는 전년 대비 80.1% 늘어 미국 전국 평균(12.4%)의 6배를 웃돌았다.

이 같은 도심 위주의 주택 공급은 집값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뉴욕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전역에서 가장 안정적인 집값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14년 이후 미국 전역의 주택 가격 상승률은 연간 5% 수준이었지만, 뉴욕은 3% 내외에서 움직였다.

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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