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됐다. 사진은 지난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표결을 마친 위원들이 회의장을 나서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2019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됐다. 사진은 지난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표결을 마친 위원들이 회의장을 나서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7530원)보다 10.9%(820원) 오른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됐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74만5150원(월 174시간 근로 기준, 주휴수당 포함)으로 지금보다 월 17만1380원이 오르는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7월 14일 새벽 정부 세종청사에서 사용자위원 9명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공익위원 9명과 한국노총 소속 노동자위원 5명 등 14명만 참석한 상태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사용자위원들은 ‘최저임금 미만율(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노동자의 비율)이 높은 업종에 인상률을 구분해 적용하자’고 주장했지만, 공익위원과 노동자위원의 반대로 인해 부결되자 불참을 결정했다. 최저임금위가 사용자위원 없이 최저임금을 결정한 것은 1991년 이후 27년 만이다.

이에 따라 현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6470원이었던 최저임금은 2년 만인 내년 8350원으로 29.1%나 오르게 됐다. 최저임금위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전체 노동자의 13.3%(266만4000명)가 최저임금에 못미치는 임금을 받았다. 내수 부진 등으로 실물 경제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최저임금만 급격하게 오르자 영세 사업주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올해 역시 두 자릿수의 인상률을 기록하면서 최저임금을 못 주는 사업주, 결과적으로 위법 상태에 몰리는 사업주가 속출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이미 결정됐지만, 소상공인연합회·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등 영세 사업주를 대표하는 경영계가 지역별·업종별 차등적용 주장을 놓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의 취지는 노동의 가치가 지나치게 떨어지는 것을 막고 노동자들의 최저생계비를 보장하기 위함인데, 최저임금을 일률적으로 올려 부담을 느끼는 사업주가 생길 경우 결국 노동자들에게 불이익이 갈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지역, 업종 등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는 방안을 면밀히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는 국가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미국은 지역별로 최저임금이 다른 대표적 국가 중 하나다. 미국의 연방정부는 시간당 7.25달러를 최저임금으로 정해두고 있지만, 이는 권고사항일 뿐이다. 주·시의회가 자율적으로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50개주 중 29개주는 연방정부 기준치보다 높은 최저임금을 채택하고 있다. 시애틀시는 2014년부터 최저임금을 올려 2021년 15달러까지 인상할 계획이고, 워싱턴DC·뉴욕·로스앤젤레스 등도 15달러 정책을 추진 중이다. 반면 연방정부의 기준치보다 낮은 최저임금을 받는 지역도 있다. 시간당 5.15달러를 받는 조지아주가 대표적이다. 

일본은 지역에 더해 산업별로도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한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일본에는 총 280종의 최저임금이 존재한다. 일본의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이 각각 다른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는 데다, 지역 내에서도 산업별로 최저임금 수준이 나뉘기 때문이다. 일본 내 최고수준인 도쿄의 최저임금은 958엔으로, 최저 수준인 오키나와(737엔)보다 약 30% 높다. 산업별로도 차이가 난다. 도쿄의 경우 철강업의 최저임금은 871엔, 상품소매업은 792엔이다.

지역·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할 경우 가장 큰 장점은 최저임금보다 적게 받는 노동자들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각 지역과 업종의 사정에 맞는 최저임금인 만큼 사업주들이 이를 감당하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다. 2016년 일본 정부가 1만2925개 사업장의 16만6570명 노동자를 조사한 결과, 최저임금 미만자는 5590명으로 전체의 3.4%에 불과했다. 미국 역시 같은 기간 최저임금 미만율이 2.7%였다. 한국의 13.3%에 비하면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을 무리해서 일률적으로 올릴 경우, 사실상 이를 적용할 수 없어 법을 위반하는 사업주를 양산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도 지역별,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해야 할 유인이 충분하다. 먼저 지역별로 편차가 큰 물가와 소득수준 등이 문제다. 행정안전부 지방물가정보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비빔밥 한 그릇의 평균 가격은 서울이 8385원이었던 반면, 충북은 6571원으로 1800원가량 낮았다. 서울에서는 한 시간 일하고 받은 시급 7530원으로 비빔밥 한 그릇도 사먹을 수 없지만, 충북에서 7530원은 비빔밥을 먹고 아이스크림까지 사먹을 수 있는 돈인 것이다. 


차등적용땐 소득 양극화 우려도

박지순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지역별 생활수준을 고려해 최저임금도 차등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중앙기구에서 최저 수준의 최저임금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지역단위 최저임금위가 일정 범위 내에서 증감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종별로도 경영 환경이 다른 만큼 최저임금 수준을 달리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 최저임금위 사용자위원 측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임금 미만율은 전기가스업이 2.5%였던 반면 숙박음식업 34.4%, 5인 미만 소상공인 31.8%, 도소매업 18.1% 등 업종별로 편차가 극심했다. 다만 업종별 차등적용 방안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박지순 교수는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할 경우 노동자 사이에서도 소득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는 데다, 현재 한국에는 업종별 구분을 위한 합리적 기준이나 이를 뒷받침할 유의미한 통계도 부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plus point

최저임금 잔뜩 올려놓고 세금으로 다시 보전?

인건비 부담으로 고용 사절을 내건 충남 당진시의 한 편의점. 사진 연합뉴스
인건비 부담으로 고용 사절을 내건 충남 당진시의 한 편의점. 사진 연합뉴스

정부는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규모로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지난해 최저임금 16.4% 인상 후, 영세 기업과 소상공인 인건비를 정부가 현금으로 직접 보조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올해에만 3조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내년도 최저임금 역시 두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하면서,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은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일자리안정자금 상한을 높이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저임금을 시장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올려놓고 그 부담을 세금으로 충당하는 데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시장의 적합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최저임금을 대폭 올린 뒤, 국가 재정으로 만회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며 “이 방식은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이나 지속적 경제 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세금으로 최저임금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일자리의 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자리안정자금 등에 소요되는 세금은 대기업이 낸 법인세에서 주로 나온다”며 “최근 법인세율 인상에 주 52시간 시행으로 대기업의 비용이 늘어나고 있는데, 대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받아 최저임금에 쓰는 것은 대졸자가 원하는 대기업 일자리를 줄이고 최저임금 일자리를 늘리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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