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대학의 채용 게시판에 채용공고는 없고 광고만 가득하다. 사진 조선일보 DB
서울 시내 한 대학의 채용 게시판에 채용공고는 없고 광고만 가득하다. 사진 조선일보 DB

고용 악화가 여전히 멈추질 않고 있다. 5월 취업자 증가폭은 7만여명에 그쳤다. 3개월 연속 10만명대에 머물던 취업자 증가폭이 10만명 밑으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이는 2010년 1월 이후 8년 4개월 만에 최악의 수치다.

취업자 증가폭은 올해 들어 계속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난 1월 33만4000명이었던 취업자 증가는 2월에 10만4000명, 3월 11만2000명, 4월 12만3000명 증가에 그치더니 5월에는 10만명 선마저 무너졌다. 취업자 증가폭이 넉 달 연속 20만명대를 밑돈 것은 2008년 9월부터 2010년 2월까지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산업 분야별로 보면 제조업 취업자 수가 자동차, 조선 등 산업 구조조정 여파로 1년 전보다 7만9000명 줄었다. 두 달 연속 감소다. 한국 경제의 근간이 제조업이라는 점에서 지금 상황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게 보는 이유다. 이는 앞으로 실업대란이 더욱 장기화, 악화할 개연성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건설 경기도 좋지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건설 업황 부진은 이 분야의 임시·일용근로자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다. 지난달 임시근로자는 1년 전보다 11만3000명 감소했고, 일용근로자는 12만6000명 줄어 7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숙박·음식점업, 도매·소매업, 교육서비스업 역시 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로 내수 불황이 심화되면서 취업자 수가 줄었다. 실업자는 112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12만6000명 늘었다. 실업률은 4.0%로 1년 전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5월 기준으로 2000년 4.1%를 기록한 이후 1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일본 등보다 높은 수치이기도 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조선업과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으로 인해 일자리가 줄면서 도소매업 등 다른 산업에까지 악영향을 미쳤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저임금 인상도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특히 청년(15∼29세) 실업률은 10.5%로 1년 전보다 1.3%포인트나 상승했다. 5월 기준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청년층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23.2%다. 청년 4명 중 1명이 직장을 잡지 못하고 길거리를 헤매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추경 예산 등을 쏟아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 실업이 나날이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문제는 이 같은 고용 부진을 해결할 만한 호재가 없다는 점이다. 7월부터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도 서비스업 고용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근로자들의 소득은 줄고, 중소기업은 인건비 부담이 커진다. 근로자들의 소득이 감소하면 음식점 등의 매출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 위기론도 대두되고 있다. 현 취업자 증가 추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고용대란의 초기 모습과 닮았다. 금융위기가 가시화한 2008년 9월 취업자 증가는 10만명대로 내려앉았고 3개월 연속 10만명대를 기록했다. 그리고 4개월째인 12월 10만명 선이 무너졌다. 이후 본격적인 경기 침체로 1년 넘게 취업자가 감소했다. 성태윤 교수는 “취약계층 근로자의 고용악화가 이미 시작됐다”며 “경기도 더 안 좋아질 것으로 보이는 등 대량 실업의 위기마저 감지된다”고 강조했다. 성 교수는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기업이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용 부진 해결할 돌파구 없어

무엇보다 청년 실업 대책을 세우는 것이 급선무다. 청년 실업률 증가는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하락시킬 뿐만 아니라 향후 국가 재정의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청년 실업 대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근로자나 기업에 그냥 돈을 쥐여 주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 결국 기업 투자가 늘어나고 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이 기본이고, 정부는 이를 지원하고 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한시적이며 기업에 부담을 안기는 것 투성이다. 청년 채용을 늘리라고 하면서, 기존 직원의 퇴직은 제한하고 동시에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까지 더하면서 기업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노동 시장을 경직적으로 만드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재검토와 함께 최저임금 인상 속도도 조절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경수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의 계속된 인상은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을 수반해 순기능보다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한 독일은 2년마다 이를 조정하는데, 그 이유는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판단하는 데 최소 2년이 소요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plus point

일본에서 일자리 찾는 한국 청년들

국내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한 김영호씨는 졸업 후 한국 기업 취업에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거듭된 실패 속에 앞날을 고민하던 김씨는 과감히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일본 기업 취업을 목표로 무역협회 무역아카데미에서 1년간 IT(정보기술) 교육을 받기로 한 것이다. 

1년간 혹독하게 교육을 받은 김씨는 일본 기업 취업에 도전, 지난해 라쿠텐에 입사했다. 스펙만을 보는 한국 기업보다 동료와의 협업과 성장 잠재력을 보는 일본 기업의 선발 기준에 맞춘 것이 주효했다. 김씨처럼 최근 5년간 일본 기업 취업에 성공한 한국 청년은 3796명이다. 매년 700명 넘게 일본 기업 취업에 성공한 셈이다.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한국무역협회 주최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 IT 마스터 채용 박람회’도 한국 IT 인재를 뽑으려는 일본 기업들로 북적였다. 

이번 채용 박람회에 참여한 일본 IT기업은 라쿠텐, 소프트뱅크 등 93곳이었다. 이들과 최종 면접을 본 한국 청년은 132명. 일본 기업이 뽑으려는 인력이 300명인 데다 최근 2년 합격률이 98%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이들 대부분이 일본 기업 취업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고령자들의 빈곤화가 심각해 은퇴가 늦어져 청년 실업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지만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은 오히려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 내 체감 실업률은 0%, 구직자 1명당 일자리 수를 뜻하는 ‘유효구인배율’은 1.59배다. 0.6배인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일본은 ‘취업 천국’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이 때문에 일본에 취업하려는 한국 청년도 갈수록 늘고 있다. 

또 한국의 IT 인재를 눈여겨보는 일본 기업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일본 내 IT인력 공급이 크게 감소한 반면,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와 아베노믹스 등으로 개발수요는 많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IT인력난이 장기화될 경우 2030년 일본의 IT인력 부족 규모가 59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무역아카데미의 강호연 사무총장은 “일본 기업의 근무여건이 한국 기업보다 좋기 때문에 처음부터 일본 취업을 목표로 하는 청년들이 많다”며 “우수한 인력이 일자리를 찾아 일본으로 더 많이 빠져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시형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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