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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4월 30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 선적부두 한쪽이 비어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하반기 한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올 들어 세계 경제 회복세에서 소외됐던 한국 경제가 하반기에는 더 부진할 것이라는 시그널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자동차·철강·조선 등 제조업 불황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대·기아차 등에 자동차 유리를 공급하는 한 중소 업체 대표는 “지난해부터 공급 물량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데다, 올해도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아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부산의 한 중소 조선 업체 대표는 “매출이 급감하면서 공장 유휴 부지에 건물을 지어 임대하는 것까지 검토하고 있다”며 경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국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제조업 가동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 3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0.3%로 2009년 3월(69.9%) 이후 최저다. 통계청의 광업제조업동향조사 대상 69개 제조 업종 가운데 53개 업종의 가동률이 1년 전에 비해 모두 하락했다. 제조업 업황이 전반적으로 크게 악화됐다는 얘기다. 생산과 투자 지표도 부진하다. 3월 전(全) 산업 생산이 전달보다 1.2% 줄었고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7.8%, 건설 투자는 4.5% 줄었다.

서민 경제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자영업 위기도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해 하반기 전국 자영업 8대 업종의 폐업률은 2.5%로 창업률(2.1%)을 앞질렀다. 특히 음식 업종 폐업률과 창업률이 각각 3.1%, 2.8%로 8개 업종 중 창·폐업이 가장 빈번했다. 산업 구조조정 등으로 음식점 창업이 많지만 결국엔 문을 닫는 업소가 더 많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 경기가 계속 하강할 것이라는 위험 신호를 보냈다. OECD에 따르면 올 2월 한국의 경기선행지수(CLI)는 99.8을 기록했다. 지난 1월에도 99.8을 기록해 2개월 연속 100을 밑돌았다. 한국의 경기선행지수가 1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4년 9월(99.8) 이후 약 40개월 만이다.

OECD 경기선행지수는 6∼9개월 뒤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지표다. OECD는 한국은행과 통계청의 제조업 재고순환지표, 장단기 금리 차, 수출입 물가 비율, 제조업 경기전망지수, 자본재 재고지수, 코스피 등 6개 지수를 활용해 이 지수를 산출한다. 100을 기준점으로 그 이상이면 경기 확장, 이하면 경기 하강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상승 흐름인지 하강 흐름인지가 중요하다.

OECD 평균 경기선행지수는 2016년 7월 99.5로 바닥을 찍은 이후 꾸준히 올라 지난해 3~5월에 100.9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계속 내리막이다. 전문가들은 100 이하로 떨어졌다는 점보다는 9개월 연속 하강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더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 차례의 반등도 없이 계속 떨어졌다는 점은 뚜렷한 경고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OECD뿐만 아니라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경기 예상 지표도 하락세다. 국내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올해 3월 100.4를 기록해 전월보다 0.2포인트 하락했고, 8개월 동안 0.8포인트 떨어졌다. 8개월 동안 상승한 달은 올 1월 한 번뿐이었다.

문제는 다른 국가의 경기가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7개국(G7) 평균 경기선행지수는 2016년 7월 99.3으로 저점을 기록한 후 단 한 번도 떨어지지 않고 지난 2월 100.1까지 올라갔다.

이러한 제조업·자영업 불황, 투자 부진으로 인해 올해 하반기 경제 전망은 좋지 않다.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세가 낮아지면서 2분기부터 전분기 대비 1% 성장세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신규 투자와 수출 증가율이 둔화되고 내수 소비가 약화되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 부진의 골이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세계 경제가 올해 말부터 하향세로 돌아서면서 이에 선행하는 한국의 설비투자가 급격히 줄어든다는 점도 한국 경제 성장률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엔 전 세계 투자가 확대되면서 자본재와 중간재를 중심으로 세계 교역이 늘어났고, 이것이 국내 수출·투자의 증가로 이어졌다. 한국이 투자에 필요한 중간재 및 자본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중간재 중에서도 반도체 부문의 설비투자가 대규모로 이뤄졌다. 하지만 올해는 반도체 생산능력이 어느 정도 갖춰졌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가 추진되긴 어렵다. 여기에다 반도체 이외의 주력 제조업에서 투자를 이끌어 가기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위기 신호 외면하는 정부 당국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 당국은 이러한 위기 신호를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아무 문제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 “수출 호조세가 계속되는 추세라면 회복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박한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이런저런 수치가 경제가 하락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데도 한국 경제가 회복하고 있다는 기재부의 해석은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성태윤 교수 역시 “세계 경제가 호황일 때도 한국 경제는 부진했다. 세계 경기가 하락하면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수출 실적에 반도체 호황에 따른 착시(錯視)가 심하고, 미국과의 통상 마찰로 자동차·철강 업종의 부진이 심화되면 상황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특히 현 정부의 대통령 직속 기구에서도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우리 경기는 침체 국면의 초입 단계에 있다”며 정부의 긍정적인 평가를 반박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대통령 직속 경제 자문 기구다. 김 부의장은 자신이 원장으로 있었던 국가미래연구원에 기고한 김상봉 한성대 교수의 ‘정부의 경기 판단, 문제 있다’는 글을 소개하며 “이 글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김상봉 교수는 “소비와 서비스업 일부가 개선됐지만 생산·투자의 지속적인 감소로 인해 한국 경기는 사이클의 4국면(회복기-활황기-후퇴기-침체기)을 기준으로 볼 때 ‘후퇴기의 초입’에 있다”며 “회복 흐름이라는 정부의 경기 판단은 문제 있고, 여기에 근거해 정부의 경제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plus point

세계 경제도 올 연말부터 하락

세계 경제가 올 연말부터 차츰 나빠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기 회복 추세가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세계 경제가 올해 말부터 하향 흐름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미국 금리 인상 본격화에 따른 신흥국 경제 불안과 미·중 간 무역 갈등 확산에 대한 우려가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심리를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과 임금 상승으로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에 근접하면서 각국의 통화긴축 흐름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미국은 올해 3~4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며, 주요 20여 개국이 올해 안에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은 소비보다는 저축률을 높이고 투자 부담을 늘린다. 금리가 인상되면 부동산 가격 역시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건설 투자도 줄어들게 된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미국 금리 인상으로 주요 신흥시장국 가운데 한국이 가장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금융 상황이 긴축적으로 전개될 경우, 한국이 여타 신흥국에 비해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하방 압력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말부터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더라도 연간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보다 소폭 높아질 것”이라며 “지난해 3.7%까지 높아졌던 세계 경제 성장률은 올해 3.8%를 기록하고 내년에는 3%대 중반까지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시형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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