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오리어리 라이언에어 최고경영자(CEO)가 자사 항공기 모형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마이클 오리어리 라이언에어 최고경영자(CEO)가 자사 항공기 모형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월마트는 물건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싸게 팔아치운다. 우리의 전략도 이와 비슷하다.”

아일랜드 저비용항공사(LCC) 라이언에어의 최고경영자(CEO) 마이클 오리어리의 말이다. 회계사 출신인 오리어리는 1994년 부도 직전이었던 라이언에어를 인수해 한 해 이용 횟수가 1억2000만 회에 달하는 굴지의 항공사로 키웠다.

초창기에 미국 LCC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사업 모델을 벤치마킹하면서도 비용 절감에 있어서는 한층 강도를 높였다. 일례로 사우스웨스트항공은 항공권의 88%를 여행사를 거치지 않고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판매해 비용을 절감했지만, 라이언에어는 한발 더 나아가 전량 웹사이트를 통해 판매했다.

품질이나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은 데도 매출과 수익이 꾸준히 늘고 있다면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 가격 경쟁력이다. 라이언에어는 ‘마른 수건도 수백 번을 다시 짜는’ 극도의 비용 절감 노력으로 규모와 수익 등 모든 면에서 명실상부한 유럽 최대 LCC로 우뚝 섰다.

지난해 가을에는 ‘조종사의 휴일 근무 계획 입력 오류’라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6주간 매일 50~60편의 항공편이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를 빚기도 했다. 평소 거침없는 언행으로 유명한 오리어리가 직접 나서 사과했고, 보상금 등을 포함해 3000만달러(약 334억8000만원)의 관련 손실이 예상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라이언에어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7.6% 늘어난 71억5100만유로(약 9조3000억원), 영업이익은 9.6% 증가한 16억1100만유로(약 2조1000억원)였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였다. 영업이익률은 23%로 2005년 이후 가장 높았다.

이 같은 성과 역시 가격 경쟁력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라이언에어의 항공권 평균 가격은 39유로로 최대 라이벌인 영국의 이지젯(60유로)과 북유럽 대표 LCC인 노르웨지언(51유로)보다 한참 낮다. 그런데도 매출과 영업이익률 등 모든 지표에서 경쟁 업체를 압도한다.

이지젯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0억4700만파운드(약 7조4600억원), 4억2800만파운드(약 6300억원)였다. 라이언에어와 매출 격차는 25% 정도지만, 영업이익은 세 배가 넘게 차이 난다.

레드오션이 돼 버린 LCC 시장에서 라이언에어가 가격 경쟁력과 수익률,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성공비결 1│ 비행기 아닌 기차‧버스와 가격 경쟁

라이언에어를 인수한 오리어리는 차원이 다른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항공 업계가 아닌 대중교통을 경쟁자로 규정했다. 기차나 버스로 4~5시간 걸리는 거리가 초기 타깃이었다. 대중교통 요금보다 적은 돈으로 비행기를 탈 수 있게 한다는 목표를 정한 그는 다른 항공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료 서비스를 없애거나 유료로 전환했다.

모든 좌석에 동일한 가격을 매겼고, 좌석번호도 없앴다. 승객들은 탑승하는 순서대로 앉고 싶은 자리에 앉으면 된다. 좌석 앞쪽에 잡지 등을 넣는 주머니도 없앴다. 안전 지침은 동영상 상영 대신 의자에 스티커로 붙여놨다. 기내식과 음료도 원하는 사람에게만 돈을 주고 판매하기 시작했다. 항공기 청소나 승객 수속 등 일체의 업무들은 아웃소싱해 비용을 절감했고, 좌석을 뒤로 젖히는 기능도 제거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극강의 가격 경쟁력은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기대치를 낮추기에 충분했다. 지난해 무더기 취소 사태를 비롯해 서비스에 대해 끊임없이 제기되는 불만에도 라이언에어가 성장을 이어 갈 수 있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오리어리가 항공권 출력을 깜빡 잊고 공항에 온 고객들에게 “멍청함의 대가로 60유로를 더 내야 한다”고 큰소리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LCC 이용자들이 원하는 것은 첫째도 둘째도 ‘저렴한 항공권’이라는 것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성공비결 2│ 그래도 기본은 충실히

라이언에어는 지난해 기준으로 총 207개 공항에 취항하며, 운영 노선만 2000개에 이른다. 이지젯은 138개 공항에 취항하며 862개 항로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도 라이언에어의 정시 운항률은 LCC는 물론 전 항공 업계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항공기 결항·지연에 따른 승객들의 배상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 ‘에어헬프(Airhelp)’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라이언에어의 정시 운항률은 86%로 에게안항공(90%), 콴타스항공, 카타르항공(이상 89%), 에티하드항공(86%) 등과 함께 상위권을 형성했다. 이지젯의 정시 운항률은 79%였고, 대한항공은 64%로 조사 대상 72개 항공사 가운데 66위를 기록했다.

높은 정시 운항률 또한 비용 절감을 위한 노력과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좌석번호를 없애고 의자가 뒤로 젖히지 않도록 해서 발권과 탑승 수속, 청소 등에 드는 시간을 줄였고, 좌석번호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혼란도 없앨 수 있었다. 정시 운항률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전반적인 만족도 순위가 67위(이지젯은 69위)에 그친 것은 서비스의 기름기를 쫙 뺀 LCC의 한계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영국 맨체스터 공항에 라이언에어와 이지젯 항공기가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 블룸버그
영국 맨체스터 공항에 라이언에어와 이지젯 항공기가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 블룸버그

성공비결 3│수익원 다변화

라이언에어는 ‘프리코노믹스(freecono mics)’ 전략을 잘 활용하는 기업이다. 프리코노믹스는 공짜(free)와 경제(economics)의 합성어로, 기업이 특정 상품을 소비자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실제 수익은 다른 방법으로 얻는 것을 뜻한다.

라이언에어의 경우 항공권은 저렴하게 판매하지만 대신 수화물 서비스와 기내 음료수 판매, 신용카드 취급 수수료, 탑승자 보험, 호텔 및 렌터카 예약 연계 수수료 등에서 많은 수익을 창출한다. 일반 항공사의  기본요금에 포함된 요소들까지 분리해 소비자들이 선택 가능한 옵션으로 만든 것이다. 라이언에어는 지난해 이를 통해 승객 1인당 14.83유로를 추가로 벌어들였다(이지젯은 12.29유로).

이 같은 서비스의 중심에는 ‘여행 업계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웹페이지(ryanair.com)가 있다. 항공권 예약은 물론 호텔과 렌터카 연계 서비스 등 다양한 여행 상품을 서비스하는 라이언에어 웹페이지의 회원 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2000만 명에 달했다. 라이언에어는 올해 안으로 회원 수를 3000만 명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용성 차장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