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마지막 시장으로 불리는 검은 대륙 ‘아프리카’가 뜨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소비·투자뿐만 아니라 자원개발 시장으로 아프리카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아프리카가 선진국이나 또 다른 개도국의 성장동력인 셈이다. 우리나라에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가 아프리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 무덥거나 사막이나 밀림에 둘러싸여 있는 가난한 미개발 대륙이라는 게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의 전부다. ‘아프리카의 관문’ ‘아프리카의 파워하우스’로 불리는 남아공을 방문한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가 한창이었던 지난 10월 초. 하지만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는 전 세계적인 금융 위기의 폭풍 속에서도 끄떡없는 모습이었다. 수많은 국적의 정부와 기업이 이곳에서 위기의 돌파구와 미래의 희망을 찾고 있었다. 협찬:posco

요하네스버그는 세계 금 시장을 좌우하는 광업 도시다. 그래서 ‘황금의 도시’로도 불린다. 금의 발견은 요하네스버그 생성의 촉매제 구실을 했으며, 남아공의 발전은 항상 금과 관련지어졌다. 급속한 성장으로 신흥부자들이 많고, 활기가 넘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항에서 도심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는 시원하게 뚫려 있다. 유럽, 미국, 일본 자동차들이 무서운 속도로 질주한다. 아프리카에서 이런 도로를 갖춘 곳은 요하네스버그가 거의 유일하다.

남아공은 북쪽으로부터 각기 다른 부족의 흑인들이 이주해 부시맨 대신 들어앉았고, 다시 이 흑인들은 유럽의 이주민에게 자리를 내놓게 된다. 요하네스버그는 상이한 문화적 요소를 한눈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도심외곽의 정원과 수영장을 갖춘 고급주택은 고속도로 옆으로 흑인들이 몰려 사는 판잣집 같은 주택과 대조를 이룬다. 마치 유럽이나 미국의 어느 곳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교차로마다 잡화를 팔고 있는, 빈곤에 찌든 흑인들은 여기가 아직 미개지 아프리카임을 실감하게 한다.

아프리카는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지닌 지구촌 마지막 황금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내전 감소에 따른 정치적 안정,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에 힘입어 2004년 이후 매년 5% 이상의 높은 경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매년 5% 이상 성장

남아공 경제는 지난 2000년 이후 경기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다. 높은 수준의 민간소비, 저금리에 따른 설비투자 확대, 완만한 물가 상승률 등과 같은 호조 요인에 힘입어 4~5%대의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다.

남아공 정부의 적극적인 경제 성장 정책 추진도 경기 호조의 주요 요인이다. 남아공 정부는 2006년 2월, 2014년까지 연평균 6% 경제 성장률 달성을 목표로 하는 신경제 정책을 발표했다. 빈곤층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감축하고 25.6%에 달하는 높은 실업률을 15% 미만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전력, 도로, 철도, 항만 등 사회 인프라 확충을 위해 2009년 3월까지 530억달러가 투자되며, 미래 성장 유망 산업인 관광 산업, 바이오연료 산업 등을 육성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른바 남아공형 뉴딜정책이다.

지난해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지원을 골자로 하는 신산업 정책을 입안했다. 이 산업 정책은 단기간에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룬 한국 등 신흥개도국의 정책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내용은 산업을 크게 3개 분야로 나눠 각기 다른 방식의 육성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자원의존형 산업은 원가 절감 및 생산기술 향상을 통해, 자본집약형 산업은 생산설비 효율화와 R&D 지원을 통해, 노동집약형 산업은 고용 유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정책을 펼칠 계획이다.

나이지리아, 케냐, 모잠비크, 보츠와나, 가나, 탄자니아, 우간다, 잠비아 등 사하라 이남의 8개국도 제2의 이머징 마켓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이들 지역의 총 GDP 증가율은 평균 6.9%에 달했다. 1980년 이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연 7.3%로 같은 기간 동안 아세안 국가의 16.5%를 훨씬 밑돈다. 특히 나이지리아의 경우 2004년부터는 오일 붐을 타고 해마다 큰 기복 없는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남아공은 BRICs 이후 새로운 유망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등장하고 있는 IBSA(인도·브라질·남아공), BRICKS(BRICs+카자흐스탄·남아공)라는 신조어가 이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 1월 개최된 다보스포럼에서도 남아공은 중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 등과 함께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흥 경제대국으로 거론됐다.

남아공은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경제 규모와 상품 교역액의 4분의 1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아프리카 전체 외국인 직접투자의 절반가량을 끌어들이며 이 지역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IMF에 따르면 남아공 경제가 1% 성장하면 아프리카 경제는 0.5~0.75% 성장한다. 이러한 파급효과를 가진 아프리카 국가는 남아공이 유일하다.

남아공이 신흥 유망 시장으로 부상한 것은 지난 1993년 인종차별정책 철폐 이후 UN의 경제 제재조치가 해제되면서부터다. 경제 성장이 가속화된 것도 이 때부터였다.

2007년 기준 남아공의 국내총생산(GDP)은 2826억달러로 아프리카 53개국 전체 GDP의 약 22%를 점유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은 5906달러로서 인구 소국을 제외한 아프리카 국가들 중 최대 규모다. 상품 교역액 역시 1498억달러로 아프리카 최대 규모이며, 전체 아프리카 상품 교역액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남아공은 전체 아프리카 전력의 50% 이상을 생산하고 있으며, 산업 생산량의 40%, 광물 생산량의 45%를 점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남아공은 그동안 골드만삭스가 BRICs 이후 유망 시장으로 꼽은 11개국(넥스트11)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등 저평가돼 왔다. 골드만삭스는 남아공이 장기적으로 건실한 경제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에이즈 등에 따른 인구 증가율 감소 등을 넥스트11에서 배제한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이제 남아공 경제는 아프리카 핵심 시장 및 포스트 BRICs 유망 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1994년에 세계 10대 거대 신흥 시장국에 남아공을 포함시킨 바 있다. 아프리카개발은행은 남아공, 알제리, 나이지리아, 이집트로 구성된 SANEs가 향후 아프리카의 경제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남아공의 시장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입증한다.

강영수 코트라 요하네스버그 무역관장은 “남아공을 아프리카 대륙의 낙후된 국가 가운데 하나로 간주하는 회의론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남아공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남아공에 대한 기업의 투자는 이제 관망 단계를 지나 확신을 갖고 적극적인 자세로 투자에 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가 미지의 세계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아프리카에 가면 뭔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만으로는 사업을 영위할 수 없을 겁니다. 철저한 전략과 준비과정을 거쳐야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직접 자원 개발보다 인프라 건설 참여 바람직

남아공은 아프리카 대륙의 정치·경제의 중심지이자 물류의 허브로서, 아프리카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서의 전략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특히 자원 개발 측면에서는 남아공의 잠재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남아공의 광활한 대륙에는 석유를 제외한 수많은 광물자원이 다량 매장돼 있다. 백금, 망간, 크롬의 경우 전 세계 매장량의 70~90%를 차지한다. 광산업이 남아공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GDP의 7.7%, 수출액의 30%에 달한다.

풍부한 철광석을 바탕으로 발전한 철강 산업은 남아공의 제1의 제조업으로, 제조업 생산량의 21%를 차지하고 있다. 석유화학 산업이 두 번째로 큰 제조업이다. 자동차 산업은 남아공 정부의 육성정책에 따라 BMW, 벤츠, 도요타 등 세계 주요 자동차 메이커의 생산기지로 변모하면서 주요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자원시장으로 가치 부각

아프리카는 소비 또는 투자 시장으로서의 가치보다는 자원 시장으로서의 가치가 부각되는 대륙이다. 특히 남아공은 아프리카의 ‘광물자원의 보고’로 불린다. 1961년 독립하기까지 약 150년간 영국의 식민지였던 남아공에는 19세기 말부터 유럽계 광업회사들이 대거 진출해 있다. 그동안 한국 업체들이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별로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원거리 해상운송으로 인해 가격 경쟁력 없었던 것도 한국 기업 진출의 걸림돌이었다. 현재 남부 아프리카 지역 자원 개발 분야에는 광업진흥공사와 포스코 등 2개 기업만이 진출해 있는 상태다.

이런 남아공에 한국 기업들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고려아연 등 제련소 건설 및 광산물 가공 등의 기술을 가진 한국 기업들이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의 식민시대를 경험하고, 수많은 내전을 치른 아프리카는 자원 개발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루려하고 있습니다. 비단 남아공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풍부한 자원이 아프리카 르네상스의 원동력인 셈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의 아프리카 자원 개발 시장 진출은 너무 느린 편입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과 주택 개량, 도로 건설 등 건설 붐이 일고 전력 수요 급증으로 발전소 건설이 시급해 한국 기업들이 할 일이 많습니다.”(강영수 코트라 관장)

이미 남아공 인근 섬나라인 마다가스카르에는 광진공이 대우인터내셔널, 경남기업과 함께 니켈광산 개발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암바토비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사업은 암바토비 광산에서 생산된 니켈을 제련하기 위한 공장 등의 시설을 짓는 플랜트 공사다. 니켈 채광, 파이프라인 및 플랜트 건설을 합쳐 총 36억8900만달러가 투자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2006년 시작된 이 공사는 2010년까지 계속된다. 암바토비 광산의 니켈 매장량은 1억2500만 톤. 2010년 생산을 시작해 2013년부터는 단일 광산으로 세계 4위 규모인 연간 6만 톤의 니켈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캐나다 셰리트가 지분 40%를 보유하고 일본 스미토모(27.5%),SNC라발린(5%) 등도 함께 참여했다. 한국의 대한광업진흥공사·경남기업·대우인터내셔널·STX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 27.5%의 지분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컨소시엄은 주주사 투자분 15억8900만달러 중 4억4500만달러를 투자했다. 뿐만 아니라 산업은행이 광진공과 함께 건설 완공 보증을 맡았으며, 수출입은행은 주채권 은행의 투자 몫 21억달러 중 6억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광산 개발업체와 자원 실수요 업체, 금융기관이 한데 뭉친 경우다.

한국컨소시엄과 스미토모는 각각 3만 톤씩을 15년 동안 우선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3만 톤은 한국 내 니켈 수요의 25%에 달하는 수치다. 스테인리스강, 특수합금강, 건전지 등의 합금 소재로 쓰이는 니켈의 국내 소비량은 세계 5위인 연간 12만 톤에 이른다.

이러한 컨소시엄형 자원 개발은 향후 아프리카에서 자원 개발 사업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이 충분히 참고할 만한 전략이다. 암바토비 프로젝트는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과 금융공기업의 공신력 있는 보증이 합작해 탄생시킨 ‘패키지형 자원 개발의 성공사례’라는 평가다.

광진공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대주주 자격을 최대한 활용해 한국 기업의 플랜트 건설 참여를 지원했다. 한국 측은 플랜트 수주에 따라 암바토비 프로젝트의 현금 투자 비중 가운데 97%를 이미 회수하는 효과를 거뒀다.

경남기업은 석탄 열병합 발전소(45MW급 3기) 건설 외에도 플랜트 부지 정지공사를 맡았다. 대우인터내셔널이 암모니아 저장, 분배시설 건설, 전기장비 조달사업을 수주했고, STX는 석회석 저장고를 건설할 예정이다. 특히 열병합 발전소 건설 사업 수주는 중국 기업이 계약만 남겨 놓은 상태에서 중국 기업의 기술력과 시공력을 개발주관사가 신뢰하지 않는다는 정보를 입수한 광진공이 주주 자격으로 입찰 기한 연장을 관철시켜 한국 기업이 최종 낙찰 받는 데 기여했다.

김종인 광업진흥공사 프리토리아 사무소장은 “초대형 자원 개발 및 플랜트 건설 과정 참여를 통해 공사 및 국내 기업의 대규모 프로젝트 운영 능력을 확보했다”며 “향후 아프리카 자원 개발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라고 말했다,

지금이 아프리카 자원 개발 시장 진출 적기

아프리카에 진출한 지 10년이 넘은 포스코의 진출 사례도 자원 개발 분야의 성공 케이스로 꼽힌다. 포스코는 1996년 전 세계적으로 최대 매장량을 가진 크롬광산을 소유한 사만코(SAMANCOR)와 조인트벤처(JV)인 포스크롬을 설립했다. 호주 등지에는 광산에 직접투자한 것과 상이한 투자 형태다. 포스크롬 공장은 세계 2위 페로크롬(Fe-Cr)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이찬우 포스크롬JV 매니저는 “아프리카의 광물 자원의 확보 여부가 미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한국 기업도 아프리카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포스코도 페로크롬 신규 공장 설립이나 아프리카 중부 지역의 광산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아프리카 시장에 대한 연구와 준비를 해왔다면 지금이 아프리카 자원 부문 진출의 적기입니다. 한국 기업들의 광산을 탐사하고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이면 이곳 시장 개척에도 충분합니다.”

그는 아프리카 자원 개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지 파트너 기업을 먼저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남아공의 현지 기업과 손을 잡는다면 사하라 이남 지역의 아프리카 진출은 저절로 이뤄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

“아프리카 현지에 자본을 직접투자하는 것은 한국 기업에게 적절치 않은 투자 방식입니다. 양질의 인력이 부족하고, 생산과 관리의 비효율성 때문입니다. 한국의 7분의 1 수준인 인건비에 걸맞게 생산성도 5분의 1에 불과할 정돕니다. 아프리카 이외의 지역에 동일한 비용으로 동일한 설비를 갖출 수 있다면 차라리 그곳이 더 낫습니다.”

그는 또 다른 성공방식으로 미국의 서부개척시대를 상기시켰다. 금광을 개발하는 것보다 청바지를 파는 것이 오히려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얘기다. 자원 개발보다는 이를 위한 인프라와 플랜트 건설에 매진하면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남아공 전력 시장 진출을 통해 아프리카 전력 시장의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거세지고 있다. 남아공은 2010년 월드컵을 대비해 향후 5년간 총 140억달러 규모의 전력설비 확충을 계획 중이다. 이에 따라 원자력 발전 관련 원천기술을 확보한 미국, 프랑스 등이 사업수주를 위해 활발히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력도 110조원 상당의 남아공 발전소 건립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해 이들과 한 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우선협상 대상자는 올 연말께 발표될 예정이다.

이양수 한국수력원자력 과장은 “1987년 유럽형 원자력 발전을 도입한 지 20여 년 만에 세계 시장에 던진 첫 번째 도전장”이라며 “원자력 발전 부문에서 기술 자립을 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과장은 기술 경쟁력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 기술력은 실질적인 건설 단가 면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남아공은 우리나라가 제안한 원자력 발전소 시운전이나 운영기술 등에 대한 기술 전수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남아공은 남부 아프리카 12개국과 ‘전력 공동 풀(Pool)제’를 맺고 있다. 이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발전소 건립 사업에 참여만 하면 아프리카 전력 시장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전력 산업이야말로 한국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틈새시장입니다. 중국 등은 자원 개발에 몰두하면서 이 시장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남아공이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과 거래(deal)를 한다는 생각으로 장기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이양수 과장)

대한전선, 전력선 시장 선점

특히 부족한 전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아공이 지난해부터 5년에 걸쳐 대대적인 전력망 확충에 나서면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케이블 시장에서도 한국 기업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대한전선이 남아공에 설립한 케이블 업체인 엠텍(MTEC: Malesela Taihan Electric Cable Pty. Ltd.)은 지난해 현지의 국영 전력 기업인 에스콤(ESKOM)과 4억달러 규모의 고압송전용 전선제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전선 시장은 물론 국내 전선 기업의 해외진출 사상 유례가 없는 대규모 수주였다. 엠텍은 지난해 2억5000만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

대한전선이 아프리카대륙 진출의 거점으로 지난 2000년에 설립한 엠텍은 광통신케이블과 각종 전력용 전선을 생산·공급하는 종합전선 업체다. 대한전선이 아프리카 시장에 관심을 가진 것은 1995년 남아공에 3500만달러어치의 전선을 수출하면서부터다. 이후 대한전선은 남아공 시장과 인근 국가 공략을 위해 1999년 지사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외국 업체로서 전선 시장에 발 딛기가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유통망을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지 파트너를 찾았습니다. 마침 도산 직전의 케이블 업체인 말레셀라(MALESELA) 테크놀러지를 발견하고, 그 모기업인 말레셀라 홀딩스와 합자투자를 하게 된 겁니다.”(하준영 MTEC 사장)

엠텍의 설립 초기 매출은 4000만달러. 설립 초기인 지난 2002년 현지의 통신공사인 텔콤(TELKOM)으로부터 광통신케이블 장기공급계약을 수주해 소요 물량의 70%를 공급하는 등 현지의 전력과 통신 부문에서 최강자로 거듭나고 있다. 최근 2년 동안에는 매년 2배 이상 성장하면서 매출은 5배가 늘었다.

하준영 MTEC 사장은 지난 2년 동안 시설 증설과 신규 아이템 투자에 나선 것이 결실을 보고 있다며 5년 안에 세계 50대 전선 업체에 진입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남아공은 향후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전력과 통신 부문의 사회기반시설 확충을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남아공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중남부 지역이 영업권입니다. 이에 따라 엠텍의 현지 시장 판매 규모도 더 확대될 것입니다.”

최근 한국 기업들의 진출이 빨라지고, 현지의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가 급증하자 한국 금융공기업도 진출 채비에 나서고 있다. 산업은행은 아프리카 진출의 교두보 확보를 위해 남아공에 사무소 설립을 위한 준비단계에 착수했다. 남아공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인프라 투자가 급증하면서 이에 대한 PF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남아공에서 세계은행 주최로 열린 PF 관련 세미나에 산업은행 PF 전문가가 초청받아 강연하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전 세계적으로 PF를 가장 많이 한 은행으로 꼽힌다.

김용강 산업은행 요하네스버그 사무소장은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과 공동으로 참여하는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아프리카의 인프라 투자가 급증하면서 투자 기회도 많아 질 것으로 보여 현지 금융기관의 제휴 등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뒷전으로 밀린 우리나라 자원외교

아프리카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단연 중국이다. 중국은 지난 6년간 아프리카에 120억달러를 투입해 5600km의 고속도로와 2600km의 철도를 건설하면서 아프리카 최대 교역국으로 부상했다.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방문한 아프리카 국가만도 17개국에 이른다. 2006년 11월에는 아프리카 48개국 정상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을 개최한 것이 요즘도 외교가에서 회자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행사 때마다 사회간접자본 건설 지원 등 대규모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아프리카 주요 대학 내에 ‘공자 연구소’ 설립을 추진하면서 소프트 파워 확산에도 나서고 있다.

그동안 채무 변제 능력이 없다며 차관 제공을 거부하던 일본도 지난해부터 엔화 차관을 개시했다. 금액으로는 중국을 넘어선다. 일본은 아프리카 자원외교 전략을 통해 남아공에서 철·크롬·망간을, 나이지리아에서는 우라늄, 마다가스카르에서는 니켈 사업권을 따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은 24년만인 2006년에야 이뤄졌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자원외교 총력전을 표방했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올 초 방문할 예정이었던 한승수 총리도 일정을 취소해 한국 기업인들을 실망시켰다. 뒷전으로 밀려난 우리나라 자원외교의 단면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의 진출도 더디기는 마찬가지다.

강영수 관장은 “정부의 준비도 늦은 편이고, 기업도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자원 개발 전문가도 없고, 그럴만한 조직을 갖춘 기업도 드문 상태”라고 말했다. 강 관장은 “최근 남아공 정부의 요청으로 발전소 건립 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기회가 있었지만 잠깐 머뭇하는 사이 중국 기업이 가로챘다”고 아쉬워했다.

아프리카 시장에서 우리나라 수출 상품이 차지하는 위상도 중국 등과 비교하면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출 실적은 2006년 100억달러 가까이 이르렀지만, 수입 시장 점유율은 2~3%선이다. 반면 중국의 시장 점유율은 7.5%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 아프리카 투자 실적도 2006년 말 기준 12억달러로 전체 해외 투자액의 1.7%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아프리카 자원외교는 중국 등에 비해 한참 더디지만 ‘중국식 투자 전략’으로 진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어 단기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인권문제 등 한계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우리나라 기업인들은 한국만의 강점을 가지고 아프리카 진출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전과 광산을 마구잡이로 사들이고,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차관을 제공하며 시장 공략에 나선 중국 방식이 한국에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의 경우 고부가가치 플랜트 건설, 파이프라인 건설, 발전설비 건립 등에 기회를 보고 이에 상응하는 진출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미 중동이나 동남아 등지에서 입증된 플랜트 및 SOC 건설 경험이 있으며, 이에 따른 세계적인 경쟁력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가 제2의 중동으로 평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한수 주 남아공대사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한국의 눈부신 경제 성장에 대해 경외감을 갖고 있으므로 우리가 강점을 가진 IT·플랜트 건설 분야에 집중하거나 현지 공무원들을 초청 연수시키는 게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강영수 관장도 “경제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 아프리카 국가들은 그냥 물고기를 얻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배우고 싶어 한다”며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해 도로, 항만 건설 등에 한국 기업들이 많이 참여한다면 자원 개발에 한국이 우선순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프리카는 미래 시장 아닌 현재 시장

사실 남아공은 잠재적 측면이 강조되는 미래형 시장이 아닌 이미 구매력이 갖춰진 현재화한 시장이다. 남아공의 경제 규모는 웬만한 넥스트11 국가들보다도 높을 뿐만 아니라 베트남 등 일부 아시아 신흥 경제국들을 압도하고 있다. 국민소득 면에서도 남아공은 이미 6000달러에 육박하면서 넥스트11 국가를 능가하고 있다. 남아공이 ‘아프리카 속의 유럽’ 또는 ‘아프리카 경제의 파워하우스’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래전 이를 간파한 세계 주요국들은 남아공을 본격적인 무역 및 투자 협력 파트너 관계로 발전시키며 협력 수준을 격상시키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남아공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함으로써 아프리카 진출의 거점을 확보했고, 미국과 중국 역시 무역협정 등을 통해 남아공에 새롭게 접근하고 있다.

남아공의 지난해 상품 수출액은 699억달러, 수입액은 799억달러로서 아프리카 최대 무역국이다. 하지만 아직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0.6%에 불과할 정도다. 주요 수출품목은 금·백금류, 석탄, 자동차 등이며, 주요 수입품목은 원유, 자동차 부품, 휴대전화 등이다. 주요 교역국은 미국, 독일, 영국, 중국, 일본 등인데 우리나라는 2005년에 처음으로 남아공의 10대 수입 대상국으로 진입했다. 우리나라의 대남아공 수출액은 17억5000만달러로, 2006년 17억9000만달러에서 소폭 감소했다.

최근 남아공 경제는 글로벌 경기와 맞물려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 물가와 금리가 오르면서 민간소비는 저조하고, 투자의 성장세도 꺾였다. 하지만 흑인 중산층이 대폭 늘어나면서 소비 위주의 경제 성장에 대한 잠재력은 크다. 흑인 중산층은 늘어난 소득을 자동차와 가전, 휴대전화 등 내구재 소비에 아낌없이 지출하고 있다. 남아공은 지리적으로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우리나라 전자제품은 어딜 가나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친숙해져 있다.

우리나라 대표기업인 삼성과 LG전자는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을 구사해 남아공에서 성공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요하네스버그 국제공항을 나서면서부터 도시 곳곳에서는 어김없이 삼성과 LG전자의 휴대전화, TV 등의 광고탑과 조형물을 찾아볼 수 있었다.

삼성전자의 올해 매출 목표는 8억달러. 법인 설립 당시인 1995년 2000만~3000만달러였던 매출이 40배 가까이 급성장한 것이다. 효자 제품은 역시 휴대전화다. 올 매출 목표의 절반인 4억달러를 휴대전화 부문에서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남아공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1위는 노키아. 노키아의 저가전략이 먹히면서 판매 대수에서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벌어들이는 돈으로 따지면 별반 차이가 없다. 그동안 삼성의 프리미엄 전략이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는 반증이다.

구본중 삼성전자 남아공법인장은 “남아공만 하더라도 아직 미개척지가 많은 만큼 10억달러 이상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하고 있다”며 “올해부터는 프리미엄 전략을 저가제품으로 확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사하라 이남의 14개국을 관할하고 있는 삼성전자 남아공법인의 임직원은 모두 160여 명. 한국 진출 기업 중 가장 규모가 크다. 한국 본사의 관심도 상당히 많다. 매달 본사에서 2~3개 팀이 출장을 올 정도다. 마침 현지법인을 방문한 날에도 휴대전화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본사에서 방문한 마케팅 관계자들의 회의가 끊이질 않고 있었다.

“아직 인프라도 미비하고, 소비자 수준도 낮지만 남아공은 아프리카 전역으로 확산할 수 있는 잠재력 가지고 있습니다. 2010년 월드컵이나 정부의 경제 정책으로 향후 4배 이상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점쳐집니다.”

LG전자는 1989년 요하네스버그에 지사를 설립, 아프리카 시장에 진출한 이래 주요 가전제품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TV, 에어컨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 LG전자는 남아공에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5년 연속 브랜드 파워 1위를 차지했다. ‘LG’라는 브랜드가 이미 소비자와 시장에 퍼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누구보다도 먼저 시장을 선점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현지인 마인드를 파고든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피트 반 루옌 법인장(Peet van Rooyen)은 “1995년 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경쟁자보다 앞선 투자로 시장을 선점했다”고 말했다. 루옌 법인장은 지난 10월1일 LG전자의 현지화 전략에 따라 선임된 현지인 법인장이다. LG전자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해외 법인장 30%를 현지인으로 교체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루옌 법인장은 2002년 가전제품 세일즈 디렉터로 LG전자 남아공법인에 입사해 4년 만에 가전제품 판매 증가율을 100% 이상으로 높이는 등 LG전자가 남아공 및 남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성공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 준 것이 성공 요인입니다. 소비자 연구를 통해 요구를 계속 파악하고, 이에 적절히 대응했기 때문에 브랜드 파워를 높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처음부터 부자를 타깃으로 해, 부자가 되면 사고 싶은 브랜드로 만든 것이 주효했던 것입니다.”(루옌 법인장)

IT 산업이 새로운 성장 분야

아프리카의 정보화 수준은 세계 수준에 비해 크게 뒤쳐져 있지만 유선통신을 거치지 않고 무선통신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IT 산업은 저개발국가인 아프리카에서도 새로운 성장 섹터다. 르완다는 농업경제에서 IT 경제체제로의 탈바꿈을 시도하며 ‘모든 냄비 안에 닭’ 대신 ‘모든 주머니 안에 휴대전화’라는 슬로건을 내걸기도 했다.

남아공의 경우 전체 인구의 85%가 휴대전화 가입자다. 성인이라면 누구나 휴대전화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을 정도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진 IT 분야에서 기회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지 한국 교민인 황재길 영 파이오니아(Young Pioneer) 사장도 IT 분야의 틈새시장에 집중했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황 사장은 OBF(Out of Box Failure) 사업과 휴대전화 배터리, 충전기, 케이스 등을 남아공 네트워크 회사인 보다콤에 납품하거나 일반 판매를 통해 월 200만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OBF 사업은 반품된 휴대전화나 TV 등을 저렴한 가격에 사들여 정상가의 50~60%선에서 판매하는, 일종의 중고상 사업이다. 황 사장이 주로 다루는 제품은 삼성과 LG의 휴대전화나 TV, 냉장고 등이다. 그는 “워낙 한국 제품이 인기가 있지만 가격이 비싸 신제품을 사지 못하는 흑인들이 중고 시장에 몰린다”고 말했다.

황 사장이 아프리카에 첫 발을 디딘 것은 1991년. 동대문에서 원단장사를 하던 그는 선교를 위해 남아공 인근 국가인 보츠와나를 방문했다 아예 눌러 앉았다. 당시 국내 양잠 산업이 중국산에 밀려 자취를 감출 때 보츠와나에는 야생누에가 천지에 깔려 있었다.

“처음에는 돈이 되겠다 싶어 누에를 300톤이나 모았죠. 하지만 중국산이 금방 들어오더라고요. 모았던 누에를 전부 폐기 처분하고 그냥 할 일없이 지냈습니다.”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지인이 판매를 부탁한 한국산 휴대전화 가죽케이스를 들고 휴대전화 액세서리 판매점을 찾았는데, 그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대박 예감이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그는 곧바로 한국의 가방 제조업체에 다양한 휴대전화 케이스 제조를 주문했다.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었다. 200개로 시작한 사업은 이제 컨테이너 단위로 늘어났다. 아이템도 배터리, 충전기 등 각종 휴대전화 액세서리로 불어났다.

“1991년 아프리카에 자리를 잡을 때가 48살이었습니다. 영어 한 마디 모르는데 그 나이에 유럽이나 미국에 갔다면 뭘 할 수 있었겠습니까. 아프리카는 그만큼 기회가 많다고 봅니다. 물론 리스크도 크지요. 지금도 그렇습니다.”

성공요인은 현지화와 한국화

이처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남아공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기본적인 기술 경쟁력과 함께 프리미엄 마케팅과 현지화 전략이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진출 초기부터 부자들을 중심으로 제품을 판매하면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했다.

구본중 삼성전자 법인장은 “경쟁사에 비해 비싼 제품을 월 소득 1000달러 이상의 고소득자를 타깃으로 판매하고 있다”며 “이러한 프리미엄 마케팅 기조를 엔트리 시장으로 확산시켜 판매 물량을 계속 증가시키는 것이 향후 마케팅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도 프리미엄 제품군인 헬스케어 제품군과 스칼렛TV 등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아프리카 지역은 최근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삶의 질에 대한 요구가 함께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알레르기를 예방하는 스팀트롬 세탁기, 공기를 정화하는 에어컨과 또 다른 성공요인으로는 현지화 전략이 꼽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지 특성에 맞는 제품을 잇달아 내놓아 호평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아프리카 시장을 겨냥한 바 타입의 휴대전화 ‘B100M’을 내놓았다. 이 제품은 동부 아프리카에서 많이 쓰이는 스와힐리어, 나이지리아 지역의 3대 언어인 스와힐리·하우사·요르보어와 남아공 주변에서 사용하는 아프리칸스·세소토·줄루·소사어 등을 지원한다. 이 휴대전화에는 손전등 기능이 탑재돼 있다. 아프리카가 전력 사정이 좋지 않고 정전이 잦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이 회사의 휴대전화 ‘D880’에는 이동통신사의 전파를 잡아주는 칩인 심카드가 두 개 장착돼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이동통신사에 따라 통화가 가능한 지역이 천차만별이어서 심카드를 두 개 장착하면 통화수신율이 높아진다. 또 남아공 태권도 대표팀 후원,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후원 등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문화적으로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LG전자도 아프리카 지역 언어가 자막으로 뜨는 TV를 집중 마케팅하고 있다. 특히 서부 아프리카에서는 한국식 A/S를 펼치면서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상반기, LG전자는 나이지리아에 70여 명의 기술진을 배치한 A/S센터를 설립했다. 시장 규모도 크지 않고 교통도 불편해 전자업체들이 A/S센터 설립을 꺼리는 것과는 정반대의 전략을 택한 것이다.

LG전자는 남아공 상류층이 즐기는 크리켓 월드컵을 후원해 인지도를 높였으며, 대형 매장오픈, 부자들이 많이 찾는 쇼핑몰 등에 전시공간을 마련하는 등 명품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신흥부자 지역으로 꼽히는 포웨이 가든에 위치한 LG전자의 전시장에는 주말에 많게는 하루 6400명이 방문할 정도로 성황을 이룬다. 루옌 법인장은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남아공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부자들의 씀씀이는 크게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아프리카 최고의 인기 스포츠 이벤트인 2008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후원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삼성전자는 대회 기간 중 현장 브랜딩과 광고뿐만 아니라 다양한 마케팅 활동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러한 마케팅을 통해 나이지리아, 모로코, 알제리 등 주요 지역에서는 평판 TV 판매량이 두 배 이상 급성장했다. 휴대전화 역시 차별화된 광고와 마케팅 활동을 통해 120% 성장했다.

현지화 대신 ‘한국화’가 성공요인이 되기도 한다. 대한전선이 설립한 엠텍의 현지인 매니저들에게 ‘폭탄주’는 낯선 술 문화가 아니다. 현지인들은 오히려 한 달에 한 번씩 폭탄주를 돌리며 한국인 사장과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기다린다. 폭탄주는 철저한 개인주의 문화를 한국식으로 탈바꿈시킨 계기가 됐다.

“한국인이 남아공을 모르듯, 남아공 근로자들도 한국을 모르긴 마찬가집니다. 그래서 한국을 제대로 알리자는 생각에 1년에 두 차례 정도 현지인 매니저들이 한국을 방문하게 합니다. 방문을 하고 돌아온 매니저들은 한국의 발전상에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최근에 방문한 매니저들은 명동에서 막걸리를 마셨다고 하더군요.”(하준영 사장)

과시적 소비성향의 흑인 중산층이 소비 주도

소비자 분석을 통한 시장 공략도 차별화된 요인이다. 남아공 전체 인구의 80%가량은 흑인이며, 백인은 9.0%, 인도·아시아인계 등 유색인종이 11%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부유층인 백인계층이 실질적인 비즈니스 대상자로서 흑인 정권이 들어선 지금에도 남아공 경제를 움직이는 경제주체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블랙 다이아몬드(Black Diamond)’로 불리는 흑인 중산층(월 소득 1000달러 이상의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흑인 성인 기준)이 증가하는 추세다. 1994년 흑인 정권 출범 이후 남아공 정부에서 흑인계층의 경제력 향상을 위한 각종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2007년 기준 남아공의 흑인 중산층 인구는 260만 명으로 추산된다. 흑인 성인 인구(2160만 명)의 12%에 불과하지만 구매력 측면(260억달러)에서는 전체 흑인계층 구매력의 54%를 점유하고 있다. 백인계층 구매력(336억달러)의 77% 수준이다. 흑인 중산층의 급증으로 남아공 전체 중산층 급증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이들은 조만간 남아공 최대 소비계층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흑인 중산층은 소비성향이 높고, 충동적인 구매가 많은 편이다. 특히 남들에게 보여주려는 과시적인 소비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남아공과 비슷한 소득 수준을 가진 국가에 비해 고급 휴대전화, 고급 자동차 등 고가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다. 삼성·LG전자의 프리미엄 전략은 이러한 흑인 중산층의 소비 형태를 감안한 것이다.

루옌 법인장은 “흑인 중산층 인구가 급증하고 있으나, 아직 절대적인 소득 수준은 그리 높지 않아 전반적으로 중저가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으나 과시적인 소비성향이 있어 고가 제품 구매가 확대 추세”라고 분석했다.

구본중 법인장도 “과시적인 소비가 가능한 제품에 대해서는 고가 마케팅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해 나가고, 이를 중저가 제품 마케팅으로 확대시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회공헌 활동으로 이미지 제고

한국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도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한몫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부터 남아공, 나이지리아, 케냐, 이집트에서 넥스트 히어로(Next Hero)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삼성 휴대전화 모델의 판매 수익의 일부를 유소년 축구 자선단체에 기증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2010 월드컵을 겨냥한 사회공헌활동으로 확산, 전개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현대차)도 흑인 밀집 거주지역 내 저소득층 유소년 축구교실 운영 등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홍보하고 있다. 현대차는 흑인 거주지역에 방치된 축구장 개보수 등을 통해 향후 5년간 흑인 유소년 축구교실 등 운영하기로 하고 35만달러를 투자했다. 또 기술고등학교와 자매결연을 통해 기술인력 양성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남아공은 전 산업계에 걸쳐 기술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며 자동차 정비 분야도 기술인력 부족으로 차량 정비 불만이 높은 국가 중 하나다. 현대차의 현지 대리점은 자매결연 한 기술고등학교의 3학년 학생들을 자동차 정비 트레이닝 1년 코스에 참여시켜 교육과정을 이수하도록 했으며, 테스트를 통과할 경우 현대차 정비소에 취업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집트 자동차 시장 점유율 1위(27%)로 북부 아프리카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 이집트에서는 최근까지 포니 모델의 택시가 운행 중일 정도였다. 액센트와 아토스 등 소형 저가차와 엘란트라(아반떼 모델)는 없어서 못 팔 정도다. 현대차는 이러한 북부 아프리카의 고속성장에 따라 그동안 통합 관리하던 중동·아프리카 지역본부를 분리, 독립시킬 계획이다. 북부 아프리카의 고속성장을 밀착관리하기 위해 아프리카 지역본부는 이집트에 둘 예정이다.

하지만 남아공 자동차 시장은 BMW·벤츠 등 유럽차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자동차 메이커들은 직접투자를 통해 조립공장을 만들고 있다. 유럽차는 이곳에서 국민차 대접을 받고 있다시피 했다. 때문에 남아공 자동차 시장은 현대차가 뚫고 들어갈 여지가 없을 정도다. 하지만 현대차는 2005~2006년 각각 3만 대와 4만 대를 판매하면서 100% 성장했다.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소형차 클릭(수출 모델명 겟츠)으로, 전체 판매 대수 중 25%를 차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SUV모델인 투산이 2006년 6000~7000대가 팔렸으며, 1톤 트럭인 포터도 8000~9000대가 팔렸다.

하지만 최근 신차 판매가 급감하면서 현대차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2005년 부임해 사하라 이남 17개국을 혼자서 담당하고 있는 박종태 현대차 요하네스버그 사무소 과장은 올해가 가장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전체 판매 대수가 3만9000대로 주춤하더니 올해는 3만대 판매가 예상될 정도로 실적이 저조하다. 이러한 현상은 현대차뿐만 다른 자동차 메이커도 마찬가지다.

2006년부터 금리가 인상되고,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6월부터는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할부조건이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남아공의 경우 신차 판매의 80%가 60개월 장기할부로 판매되고 있어 까다로운 할부조건이 신차 판매 급감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환율까지 급등해 신차 판매가 20% 이상 급감한 것이다. 남아공 란드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자동차 수입가격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현대차의 뉴싼타페 판매가격은 한국보다 1.5배 비싼 5000만원 수준이었다.

“법인용, 렌터카 업체 등에 판매된 것을 제외하면, 소매 판매는 40%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대리점이나 수입상은 거의 패닉상태에 빠진 상탭니다. 하지만 월드컵이 열리는 2010년을 분기점으로 판매가 다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기업 진출의 가장 큰 장애물 ‘치안 불안’

요하네스버그 도심에는 화려한 호텔과 쇼핑몰, 빌딩 등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하지만 도심은 흑인들 천지다. 정권이 백인에서 흑인으로 교체된 뒤부터 흑인들이 이 도시의 대부분 거리에서 판자를 깔고 야채나 음식을 파는 장사를 생업으로 삼고 있다. 흑인들이 도심을 차지하자 백인들은 이런 부조화를 극복해 내지 못하고 도심을 빠져나와 시외에서 살면서 출퇴근하며 생활한다. 정권이 교체된 뒤부터 온 국민은 범죄 등에 시달리면서 몸서리를 치고 있다. 저소득 흑인 소외계층과 짐바브웨 등 인근 국가 밀입국자들의 강·절도, 살인, 납치, 마약 등 강력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남아공 정부는 월드컵 개최에 대비해 단속에 주력하고 있으나 여전히 증가 추세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 대부분은 불안한 치안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한국 기업들도 빈번한 강·절도나 강탈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창고에 세워둔 컨테이너가 트럭째 도난당하기도 하고, 창고나 항구 등지에서 운반하는 도중 강탈당하는 것도 예사다. 황재길 사장은 “최근 한 달 동안 네 번 강탈을 당했다”며 “계약하고 있는 보안회사만 세 곳”이라고 말했다.

우수인력 확보 어려움도 큰 문제다. 흑인 종업원들 중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을뿐더러 고등교육을 받았더라도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흑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백인 핵심기술 인력이 대거 해외로 빠져 나갔기 때문이다.

김성태 LG전자 남아공법인 차장은 “대학을 나온 흑인도 같은 내용을 여러 번 얘기해야 하는 등 전문성이 부족하고, 생산 효율성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노조가 강하고 정부의 흑인 경제 정책으로 인해 함부로 해고도 할 수 없어 골치가 아픈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정환 삼성전자 남아공법인 차장도 “한국에선 여직원 한 명이 몇 시간이면 처리하는 업무를 이곳에선 2~3명이 며칠 동안 끙끙대는 일이 허다하고 업무를 배우려는 열의도 없는 편”이라고 지적했다.

상이한 비즈니스 문화도 적응하기 쉽지 않다. 한국 기업치고 한두 번쯤은 비즈니스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기업문화 때문에 낭패를 당하지 않은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김한수 대사도 외교적인 약속마저 지켜지지 않을 때가 가장 황당했다고 말했다.

“여기서는 ‘확실하다’는 말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는 말로,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은 ‘확실하게 안 된다’는 말로 이해해야 합니다. ‘이번 주까지’라는 말을 들었다면 실제 3~4주는 늦겠구나라고 생각해야 합니다.”(이찬우 소장)

소비시장은 이제 계륵이라는 지적도 대두되고 있다. 중국의 저가제품이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부분의 공산품은 중국제였으며,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진 휴대전화, TV 등에서도 중국산 저가제품이 시장을 확대하는 추세였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의 아프리카 교역량은 1995년 34억달러에서 2005년 310억달러로 급성장했다. 2005년 말 현재 800여 중국 기업이 아프리카 49개국에 진출해 있다. 남아공의 경우 중국산 의류의 시장 잠식률이 86%에 달한다. 한국 기업 관계자들은 “안하자니 아깝고, 하자니 값싼 중국제품 때문에 수익을 올리기가 만만찮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Interview   

김한수 주 남아공 한국대사

“기업의 최고 경영자가 먼저 관심 가져야”

“아프리카에 진출한 중국, 인도 기업은 허다하지만 한국 기업은 거의 없는 수준입니다. 유럽 기업도 미래의 수요에 대비해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습니다. 한국 기업의 전략적 진출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한수 주 남아공 대사는 “남아공은 다양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자원외교의 중점 대상 지역이지만 아직 한국 정부나 기업의 진출은 거의 없다”며 “전략적인 진출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아공 정부가 2030년까지 투자확충계획을 세워둔 상태라며 한국 기업은 남아공의 발전 분야 등에 초점을 맞춰 진출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남아공을 비롯해 아프리카에서의 비즈니스 기회는 많습니다. 하지만 한국 기업의 진출이 더딘 것은 최고 경영자의 관심이 그리 많지 않다는 반증입니다. 아프리카를 방문한 대기업 총수가 누가 있었습니까.”

대기업의 최고경영진이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들여다보기만 하면 바로 아프리카에 대한 진가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기도 하다.

올 초 부임한 김 대사는 초라한 대사관 건물에 실망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한국 내에서 자원외교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외교관만 80여 명에 이르지만 우리나라 외교관은 김 대사를 포함해 11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진출은 늦었지만 승산은 충분하다는 게 김 대사의 생각이다. 덩치로는 밀리지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아공 정부의 한국 기업에 대한 인식이 좋습니다. 특히 철광 및 조선 산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을 갖춘 한국 기업에 대해 참여 요청이 잇따르고 있을 정돕니다. 초청외교의 덕을 많이 봤습니다.”

한국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한 번 한국을 방문한 남아공 정부나 국영기업 관계자들은 바로 친한파가 된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요하네스버그 도로공사 고위관계자는 한국의 도로신호체계와 시스템에 반해 한국 전문가를 바로 요청했다고 그는 전했다.

“잠재적 가치가 부각됨에 따라 남아공 진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한국 기업의 수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재 남아공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수는 4000여 명입니다. 내년 한국과 남아공 간에 직항이 개설되면 더욱 많은 한국인이 남아공을 방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Interview 

사크 반 데르 발(Sake van der Wal) DTI(통상산업부) 국제협력실 과장

“제조부문과 기술 전수가 한국 기업의 핵심 경쟁력…고부가가치 품목으로 승부해야”

남아공 경제의 황금기는 1960년대다. 금광업이 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며, 연 5.5% 경제 성장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1970년대 인종차별정책 등 부정적 국가 이미지와 두 차례 석유 파동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1980년대 경제 제재의 여파 등으로 1990년대 중반까지 남아공 경제 성장률은 1% 이하로 저조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견실한 성장세로 돌아서면서 2000년 이후 연 3%대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물론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남아공 정부가 경제 성장률 연 6% 달성을 위한 야심 찬 경제 회생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이번 계획이 2015년까지 빈곤율 절반 감축이라는 목표 달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사크 반데르 발(Sake van der Wal) DTI(통상산업부) 국제협력실 과장으로부터 남아공 경제의 각종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주한 남아공 대사관 경제 참사관으로 근무하다가 지난 6월 남아공으로 돌아왔다.

아프리카 경제와 세계 경제에서 남아공이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은 무엇인가.

A  아프리카의 관문으로 알려진 남아공은 아프리카 대륙 총 인구의 6%, GDP의 18%를 차지한다. 또한 광물자원의 45%, 구매력의 50%를 점유하고 있다. 남아공은 ‘아프리카 개발을 위한 새로운 파트너십(NEPAD)’ 형성에 주요한 역할을 해왔다.

남아공은 아프리카 전력의 50%를 생산하고 있으며, 금융, 물류, 관광, 무역 및 투자의 허브다. 최근에는 통신과 광산, 인프라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아프리카의 가장 큰 투자자가 됐다. 심지어 남아공은 미래 세대를 위한 문서를 보관하기 위해 말리에 도서관을 짓고 있다. 남아공 경제는 농업에서부터 자동차, 발전설비 등 고도 기술 기반의 제조업과 진보된 서비스를 갖춘 복잡한 경제다.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남아공이 안전하다는 것을 보면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남아공의 역할을 알 수 있다.

2006년 남아공의 외국인 직접투자는 마이너스였다. 남아공 정부는 외국인 직접투자, 특히 그린필드투자(Greenfield Investment)를 증가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A  외국 기업 등 잠재적 투자자 등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남아공은 인프라와 각종 혜택 등을 제공하기 위한 산업개발지역(IDZ)을 지정해 두고 있다. 통상산업부는 원스톱 프로세스을 갖추고 모든 투자자들을 보다 자세히 지원하고 있다. 각종 투자 혜택, IDZ, 인프라 건설에 대규모 투자 등을 통해 투자 기업들은 물류의 흐름을 원활히 하고 이를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남아공은 EU, EFTA 등과 FTA를 체결했으며, 미국과도 무역협정을 맺었다. 누구나 이들 국가들에 제품을 수출하는 경우에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기업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들은 불안한 치안, 인력 부족 등을 현지 진출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고 있다. 특히 남아공 정부가 목표하고 있는 관광 부문의 급속한 성장을 위해서는 안전성 확보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과 이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

A  치안은 매우 중요하다. 남아공 정부는 경찰 인력과 이와 관련된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증대시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치안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회·경제적 구조에 관해서도 이슈화하고 있다. 남아공의 관광산업은 최근 몇 년 새 엄청나게 성장했다. 관광산업은 고용창출효과가 큰 경제 분야 중 하나다. 정부는 관광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치안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남아공 정부는 부족한 기술 인력이 국내에 쉽게 들어오도록 이민법규 등을 개정하고 있다. 또 기술교육과 연관된 구체적인 대책을 내거는 등 기술 인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Q  남아공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국가나 기업은 어디인가. 중국 정부나 기업이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무엇인가.

A  남아공은 유럽, 미국, 일본 그리고 다른 많은 국가들로부터 매력적인 투자처다. 이미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 등과 굳건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투자자로서 남아공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광물 및 철광 파이프라인 사업과 제조, 서비스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있다. 남아공 정부는 중국이 고부가가치 제조와 관광산업, 서비스산업 등에 대한 투자를 증가시키기를 바라고 있다. 인도 기업의 투자도 엄청나다.

Q  한국 기업의 남아공 투자에 있어 부족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 기업이 남아공에 진출한다면 어떤 부문에서, 어떤 형식을 취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고 생각하는가.

A  남아공과 아프리카는 새로운 시장이며, 한국 기업에게는 새로운 투자처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정보가 부족할 것이다. 주한 남아공대사관이나 코트라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많다. 남아공 경제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가장 경쟁력 있는 핵심 분야에 집중한다면 남아공 내의 동일한 분야에서 충분한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무엇보다도 제조 부문과 기술 전수 등 그들의 핵심적인 경쟁력에 집중해야 많은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한국이나 다른 국가에 고부가가치 생산품을 수출하기 위한 철강 및 광물 분야와 전력선 사업이 한국 기업에게는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다. 이외에도 관광, 농업, 자동차 제조, 화학 및 연관 산업 등 모든 경제 분야가 외국인 직접투자에 항상 개방돼 있다.

Q  한국 기업이나 정부로부터 벤치마킹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A  남아공 정부는 한국의 제조에서부터 전자 정부에 이르는 많은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위해 한국 정부 등과 협력관계를 다져가고 있다.

Q  최근 남아공 경제 성장은 저조하고 소비는 둔화되고 있다. 연 6% 이상의 경제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회의론도 만만찮다.

A  거시 및 미시적 경제 요인을 살펴보면 남아공의 경제는 호조세다. 물론 내년에는 6% 경제 성장률 달성이 힘들지 모른다. 1년이나 1년 반 정도 후에 세계 경제가 회복되면 성장세도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 장시형 기자 / 사진 : 주한 남아공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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