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덱스펀드가 진화하고 있다. 대부분 코스피200 지수를 주로 추종하며 밋밋하기 그지없던 인덱스펀드가 투자자들에게 ‘고르는 재미’를 주고 있다. 그동안 인덱스펀드는 단순히 추종하는 지수만큼의 수익률을 목표로 설계해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쉽고 수수료가 저렴하다는 것은 장점이었다. 하지만 다이내믹한 성향의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다소 따분한 펀드로 인식되어 인기가 별로 없었다. 그랬던 인덱스펀드의 놀라운 진화상을 들여다본다.

인덱스펀드 진화, 어디까지 왔나

스타일·테마·레버리지…

인덱스펀드 고르는 재미 ‘쏠쏠’

인덱스펀드들이 다양하게 변화하면서 인덱스펀드를 구분하는 기준도 세분화하고 있다. 인덱스펀드를 ‘추종하는 기초지수’와 ‘운용방식’에 따라 나눠볼 수 있다. 

먼저 기초지수별 분류는 시장 인덱스형, 스타일 인덱스형, 테마 인덱스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시장 인덱스형. 이것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반적인 유형의 인덱스펀드다. 국가나 산업을 대표하는 지수를 추종한다. 삼성KODEX200처럼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 또는 ‘삼성KODEX반도체 ETF’와 같이 KRX 반도체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가 시장 인덱스형이다. ETF란 인덱스펀드 가운데 상장한 펀드를 말하는데, 개별종목처럼 증시에서 거래할 수 있다.

둘째, 스타일 인덱스형. 가치주·배당주·성장주 혹은 대형주·중소형주 등 종목들의 특징을 잡아서 만든 지수를 추종한다. 우량한 코스닥 상장종목 30개를 모아 만든 ‘코스닥스타30’ 지수, 혹은 코스피 시장의 우량주를 모아 만든 MF블루칩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 등이 스타일 인덱스형으로 분류된다. 

셋째, 테마 인덱스형. 녹색산업주·그룹주 등의 테마를 모아 만든 지수를 따라간다. 예를 들어 그룹주형이라면 MF현대차그룹지수, MKF LG그룹&지수 등을, 녹색산업주형이라면 MKF그린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를 지칭한다.

다음으로, 운용방식별 분류를 보자. 펀더멘털 인덱스형, 레버리지 인덱스형, 리버스(인버스) 인덱스형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펀더멘털 인덱스형. 펀더멘털형은 매출액·현금흐름·장부가치·배당 등 기업의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들을 기준으로 삼아 종목별 편입 비중을 산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의 인덱스펀드들은 보통 시가총액 방식으로 종목별 편입비중을 계산했다. 그러나 이 방식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코스피200 같은 시가총액 방식 지수는 코스피 시장에서 해당 종목의 시가총액이 전체 코스피 시장의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지에 따라 편입 비중을 정한다. 종목의 시가총액은 ‘개별종목의 주가×주식 수’로 계산된다. 따라서 어느 종목의 주가가 많이 올라 시가총액이 커지면 그만큼 비싸진 종목을 더 사들이고, 상대적으로 주가가 떨어져 저평가된 기업은 펀드 내에서 비중을 줄이게 된다. 이는 결국 ‘쌀 때 사고 비쌀 때 판다’는 투자의 기본 원칙을 정면에서 위배하는 모순을 지니고 있었다. 

반면 펀더멘털형은 이런 시가총액 방식의 모순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됐다. 펀드에 종목을 편입할 때 시장가치(주가)가 아닌 해당 기업의 본질가치를 기준으로 잡아 편입 비중을 산정하는 것이다. 펀더멘털 인덱스펀드는 가치주를 모아 만든 지수(MF순수가치지수나 WISE 삼성그룹 밸류 인덱스 등)를 추종한다. WISE 삼성그룹 밸류 인덱스의 경우, 특정 그룹주 안에서 종목을 고른 터라 가치주 지수인 동시에 테마형 지수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

둘째, 레버리지 인덱스형. 레버리지형은 기준지수 등락률의 일정 배수의 수익률을 목표로 설계한 인덱스펀드다. 파생상품 투자기법을 활용하는 기법이다. 1.5배 레버리지형이라면 기준지수가 1% 오를 때 이 인덱스펀드는 1.5%의 수익률을 내도록 설계했다는 얘기다. 레버리지형은 상승장에서는 기준지수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는 그 만큼 더 많이 까먹을 수 있어 위험 부담도 지니고 있다. 현재 시장에 출시된 레버리지 인덱스펀드는 기준지수의 1.5배 수익률을 추구하는 ‘NH-CA 1.5배 레버리지 인덱스펀드’와 1.6배 수익률을 노리는 ‘대신 포르테 레버리지 인덱스 1.6’ 등이 있다. 

셋째, 리버스(=인버스) 인덱스형. 리버스형은 증시가 하락해도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설계한 인덱스펀드다. 리버스형은 주식시장이 하락할 경우 해당 펀드가 보유하고 있던 주가지수 선물을 매도하고 가격이 낮아진 현물 주식을 사들여 그 차익을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리버스형은 하락장세에는 유리하지만 거꾸로 상승장에서는 마이너스 수익을 내기 때문에 하락장에서만 단기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리버스형은 몇 년 전부터 엄브렐러 펀드(여러 종류의 펀드를 자(子)펀드로 두고 있는 펀드)의 하위펀드로 운영되던 터라 ‘신상’ 펀드는 아니지만, 금융위기 발생 후 주식시장의 등락폭이 커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증권의 배성진 펀드애널리스트는 “일반형 인덱스펀드는 지수의 상승 추세만 예측하고 따라가면 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비교적 쉽게 대할 수 있었지만 새로 등장한 레버리지형이나 리버스형의 경우 투자자들 스스로 가입 및 환매시기를 잘 선택해야 손해를 입지 않는다”며 “그만큼 투자자의 내공이 필요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신종 인덱스펀드는 투자자의 메인 투자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위험을 분산한다는 차원에서 자산의 일부만 투자하는 식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진화하는 인덱스펀드, 방향은 어디?

ETF·가치형·파생형 인덱스펀드에 주목해야

▷▶▷ 인덱스펀드의 진화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전문가들은 인덱스펀드 진화 방향의 키워드로 ‘ETF·가치형·파생형’ 등을 제시하고 있다.

삼성투신운용의 배재규 인덱스운용본부장은 “인덱스펀드 중에서도 상장한 인덱스펀드인 ETF가 더 주목을 받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인덱스펀드는 일반 펀드에 비해 판매 수수료가 낮다는 것이 장점인데, ETF는 그런 인덱스펀드보다 평균보수율이 0.4~0.5%가량 더 저렴하다. 주식처럼 증시에서 거래할 수 있어  보통 펀드 가입 시 펀드 판매사에 내는 판매 보수 부분이 빠지기 때문이다.

성격이 비슷한 펀드라면 당연히 비용이 저렴한 펀드로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ETF는 사실 주식편입비율 면에서 인덱스펀드보다 유리한 측면이 있다. 인덱스펀드는 개별종목을 편입할 때 코스피 비중의 10%를 넘길 수 없지만 ETF는 개별종목을 최대 30%까지 편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대차그룹주 펀드에서 현대차를 편입할 때, 현대차그룹 인덱스펀드에서는 현대차를 10%까지만 넣을 수 있지만 현대차그룹 ETF는 현대차를 30%까지 담을 수 있다. 따라서 현대차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시기라면 같은 인덱스형이라도 인덱스펀드보다 ETF의 수익률이 더 좋게 나타날 여지가 큰 것이다.

인덱스펀드의 또 다른 진화 키워드로 꼽히는 ‘가치형’과 ‘파생형’의 경우는 신종 인덱스펀드들의 등장에서 이미 힌트가 나왔다고 할 수 있다. 가치형, 즉 펀더멘털 인덱스펀드는 등장의 이유 자체가 시가총액 방식 인덱스펀드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것인 데다, 가치추구형 지수들도 계속 새로 출시되고 있다.

파생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배성진 현대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주식 외에도 투자 대상이 다양해지는 추세인 만큼 설탕 등 상품(원자재·곡물 등)을 지수로 엮는 파생형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인터뷰  배재규 삼성투신 인덱스운용본부장

글로벌 시장 인덱스펀드가 장악… “한국 시장도 같은 길 갈 것”

금융위기를 거치는 동안 인덱스펀드는 위기에 강한 면모를 보이며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국내 자산운용 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인덱스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삼성투신운용의 배재규 인덱스운용본부장(상무)을 만나 인덱스펀드가 당면한 현실과 앞으로의 전망을 들어봤다.   

 “작년에 인덱스펀드와 ETF(상장지수펀드)가 수익률 상위에 오르며 액티브펀드와 비교해 위기에 강한 면모를 보였습니다. 대개 펀드매니저들은 증시가 하락하기 전에 미리 펀드에 들어있던 주식을 파는 게 아니라, 하락하고 나면 뒤늦게 팔기 때문에 액티브펀드는 급락장에서 대응이 늦습니다. 하지만 ETF를 포함한 인덱스펀드는 추종하는 지수를 따라가면서, 현물과 선물 간의 가격 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를 통해 추가 수익을 낼 수 있죠.”

배재규 삼성투신운용 인덱스운용본부장은 금융위기를 거치는 동안 인덱스펀드가 액티브펀드보다 좋은 성과를 내 투자자들에게 관심을 받은 것이 반갑다면서도, 인덱스펀드가 지닌 한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가 지적하는 인덱스펀드가 넘어야할 큰 산은 한두 개가 아니다.

“강세장에서 액티브펀드가 인덱스펀드를 앞설 때는 수익률이 수십 퍼센트포인트 이상 높게 나타날 때가 많아요. 하지만 인덱스펀드는 액티브펀드보다 성과가 좋을 때라 해도 고작 1~2%포인트 정도 앞서는 정도입니다.”

투자자들로서는 화끈한 액티브펀드에 더욱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외에도 펀드 판매시장이 액티브펀드에 유리하게 짜여있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은행이나 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들은 기왕이면 판매보수가 비싼 펀드를 팔고 싶어 합니다. 인덱스펀드는 판매보수가 낮아서 판매사들에게는 별로 매력이 없지요. 인덱스펀드가 투자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도 문제예요. 장기투자자 입장에서는 저비용 구조의 펀드가 유리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투자자들이 인덱스펀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판매사들이 권하는 대로 일반 펀드에 많이 가입하곤 하죠.” 투자자들이 펀드의 속성에 더 밝아져야 나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일침이다.

2000년대 들어 적립식 펀드 열풍이 불면서 펀드 투자문화가 많이 보편화되었지만 배 본부장이 보기에 국내 투자문화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1000만원 가진 투자자는 잡주를 사고, 1억원 투자자는 우량주를 사고, 10억원 투자자는 채권을 산다’는 말이 있어요. 사람들은 소득수준이 올라가고 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수익률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기대합니다. 자연스럽게 위험도 관리가 되죠. 하지만 자산이 적은 사람들일수록 대박을 노리면서 위험을 끌어안고 고수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요.”

인덱스펀드 중 ETF 돋보여

하지만 배 본부장은 “시간이 필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선진국 시장 사례를 볼 때 펀드 시장이 인덱스펀드 쪽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면서, “인덱스펀드 중에서도 상장한 인덱스펀드인 ETF가 주류로 부상하게 될 것”으로 관측했다.

“ETF는 미국에서 1993년에 처음 등장했어요. 첫해인 1993년에는 전체 인덱스펀드에서 ETF의 비중이 1%도 안됐는데, 지금은 17%로 늘어났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현재 비상장 인덱스펀드 시장 규모는 1993년 당시와 비슷한데, ETF 시장만은 꾸준히 성장세에 있다는 겁니다.”

그는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순위 변화로 볼 때 ETF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엄청나다는 판단이다.

현재 세계 1위 자산운용사는 블랙록(옛 BGI)이다. 본사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BGI는 원래 영국 바클레이즈은행 계열의 운용사였다. 지난 금융위기 때 바클레이즈가 휘청이면서 BGI를 매물로 내놨고, 이를 미국의 블랙록이 인수합병해 현재에 이르렀다.

2000년대 초반까지 글로벌 자산운용 시장을 호령하던 회사는 바로 피델리티였다. 그런데  ETF를 기반으로 덩치를 키운 BGI가 역전에 성공, BGI는 2005년부터 운용자산 기준으로 전 세계 운용사 가운데 1위에 올라 현재까지 선두를 지키고 있다.

배 본부장은 “세계 최초의 인덱스펀드 운용사이자 세계 1위 인덱스펀드 운용사였던 미국의 뱅가드마저도 BGI에 밀려났다”며 “BGI의 부각은 인덱스펀드 시장 안에서도 특히 ETF의 영향력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전했다.

현재 운용자산 규모 기준 글로벌 운용사 순위는 1위에 ETF 전문 운용사인 BGI, 2위에 역시 ETF 전문 운용사 SSGA가 올라 있으며, 3위에는 일반 운용사인 피델리티, 4위에는 인덱스펀드 전문 운용사 뱅가드가 각각 자리하고 있다. 

배 본부장은 “인덱스펀드 창시자인 존 보글도 초기에는 이단아 취급을 받았지만 지금은 인덱스펀드가 미국의 주류 펀드가 됐다”며 “우리나라에서도 투자문화가 성숙하면 인덱스펀드 시장도 자연스럽게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그는 “국내에서는 자산운용사들이 운용철학이 다른 액티브펀드와 인덱스펀드(ETF 포함)를 함께 운용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이런 경우가 거의 없는데, 앞으로 국내 시장도 인덱스펀드 시장의 자산규모가 10조원 이상으로 커지면 운용철학에 따라 운용사들도 전문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기관 투자자들도 ETF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연기금의 자산운용 담당자나 펀드매니저 등 기관 투자자들 중 인덱스펀드나 ETF의 힘이 세지면 일자리를 잃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전혀 그럴 필요가 없어요. 많은 액티브펀드들이 한국전력·삼성전자 등 대형 우량주를 기본으로 펀드에 담아서 안정성을 추구하듯이, ETF도 이처럼 전략적으로 활용하면 되니까요.”

배 본부장은 끝으로, “그동안 증권거래세가 없었던 인덱스펀드와 ETF에 올 들어 거래세가 부과되면서 거래세율(0.3%)만큼 현·선물 간 가격 차이를 활용한 차익거래의 기회가 줄어들었는데, ETF는 개별 주식처럼 매매되는 만큼 펀드로 취급해 거래세를 물릴 게 아니라, 개별 종목으로 간주하고 다루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앞으로는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만들어 차별화한 상품들이 많이 출시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혜경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