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이 CES 2021에 선보인 전기트럭 배송서비스 브라이트드롭(BrightDrop)용 경량 전기밴 ‘EV600’. 얼티엄 배터리를 탑재해 최대 약 402㎞를 주행할 수 있으며, 탄소 배출 제로를 실천했다. 사진 GM
GM이 CES 2021에 선보인 전기트럭 배송서비스 브라이트드롭(BrightDrop)용 경량 전기밴 ‘EV600’. 얼티엄 배터리를 탑재해 최대 약 402㎞를 주행할 수 있으며, 탄소 배출 제로를 실천했다. 사진 GM

1월 11일부터 14일(이하 현지시각)까지 온라인으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박람회 CES 2021에서 자동차 부문 주인공은 단연 ‘GM’이었다. GM은 완성차 중 최대 규모로 CES에 참전했다. GM은 전기밴, 드론,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라인업을 뽐내며 테슬라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미국 최대 자동차 기업, 몰락했던 거인이 부활을 꿈꾸고 있다. GM은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파산신청을 하면서 ‘거번먼트 모터스(Government Motors·정부 소유 자동차 회사)’라는 오명을 얻었다. 하지만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미래 차 전략 덕분에 다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GM의 주가는 1월 19일 54.84달러를 기록했다. 파산 이후 주식시장에 재상장한 2010년 11월 18일 이래 최고치다.

증권 업계도 잇따라 GM의 주가 전망을 올려잡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GM의 투자등급을 중립에서 매수로, 목표 주가를 27달러에서 60달러로 상향했다. 모건스탠리는 목표 주가를 44달러에서 53달러로, 뱅크오브아메리카는 60달러에서 65달러로 올려 잡았다. 한때 투자자에게 외면받았던 GM이 다시금 주목받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코노미조선’이 GM의 변화 포인트를 짚어봤다.


포인트 1│전기차·자율주행차 페달 가속

GM은 ‘탈(脫)내연기관’을 목표로 전기차 기업으로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2018년부터 전기차 시장의 리더가 되기 위해 본격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는 CES 기조연설에서 “2025년까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분야에 270억달러(약 30조원)를 투자하고 새 전기차 모델 30여 종을 출시하겠다”고 했다. 앞서 내세운 200억달러 투자, 전기차 신모델 12종 출시보다 더 높은 목표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고 ‘얼티엄(Ultium) 배터리’를 개발해 다양한 전기차 라인업을 선보일 준비를 마친 상태다. 얼티엄 배터리는 완충 시 최대 450마일(약 724㎞)까지 주행 가능하며, 다양한 크기와 모양, 가격대의 전기차에 적용할 수 있다. GM은 향후 소형차부터 대형차까지, 세단부터 트럭까지, 3만달러부터 10만달러 차량까지, 얼티엄 배터리를 적용한 다양한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GM은 2021년을 전기차 전환 원년으로 삼을 계획이다. GM은 1월 10일 발표한 새 로고에서 ‘전기차 시장의 리더가 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탄소 배출 제로가 실현됐을 때 마주할 수 있는 청명한 하늘과 친환경 에너지를 나타내는 하늘색을 로고에 활용했으며, 전기 플러그를 형상화한 소문자 ‘m’ 모양을 적용했다. 데보라 왈 GM 글로벌마케팅최고책임자(CMO)는 새 로고 발표 당시 “GM은 이제 모든 사람이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는 솔루션과 역량·기술·규모를 갖췄다”며 “GM의 새로운 브랜드 정체성과 캠페인에 이러한 자신감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1월 20일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GM의 전기차 전환 계획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운동 당시 “미국에만 최소 50만 개의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고 우편 사업 및 연방·주정부 사업에 사용되는 자동차를 모두 전기차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내연기관차에 대한 엄격한 배출 지침을 만들기 위해 각 주와 협력할 방침이다.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는 “탄소 배출, 교통사고, 교통 체증 없는 ‘3 제로(zero)’ 회사를 만들겠다”고 했다. 사진 GM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는 “탄소 배출, 교통사고, 교통 체증 없는 ‘3 제로(zero)’ 회사를 만들겠다”고 했다. 사진 GM

포인트 2│플라잉카부터 배터리까지…생태계 구축

GM은 전기차를 넘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차 등 신사업을 키우며 성장하고 있다. GM은 올해 CES에서 전기트럭 배송 서비스 ‘브라이트드롭(BrightDrop)’을 선보이면서 모빌리티를 활용해 물류 혁신을 이뤄냈다는 평을 받았다.

브라이트드롭은 전기밴인 ‘EV600’과 전기동력으로 움직이는 ‘EP1’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바퀴 달린 플라스틱 박스 같은 EP1은 물류 창고에서 배송 차량까지 상품을 운반하거나 고객에게 상품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작업자들이 EP1을 활용하면 평소보다 25% 많은 화물을 추가로 처리할 수 있고, 먼 거리에서도 EP1의 위치를 추적하거나 배터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GM은 올해 말부터 EV600과 EP1을 본격적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또 더 많은 EP1을 운반할 수 있는 중거리 차량을 개발하는 등 배송을 위한 전동화 제품을 확대한다. 전기밴은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아직 진출하지 않은 분야로, 경쟁이 극심하지 않은 편이다.

GM의 에어택시와 자율주행차도 관심을 끌고 있다. GM은 CES에서 90㎾ 배터리가 장착된 수직 이착륙 항공기(VTOL)를 공개했다. 이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이자, 초대형 드론으로 최대 시속 90㎞에 이른다. 건물 옥상에서 이착륙할 수 있으며, 교통체증도 피할 수 있다. 함께 공개한 자율주행차 캐딜락 헤일로 포트폴리오는 ‘이동식 거실’에 가깝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습도나 온도, 조명을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다. GM의 자율주행차 개발은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1월 19일엔 GM의 자율주행차 스타트업 크루즈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기관투자자들로부터 20억달러(약 2조20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크루즈의 댄 애먼 CEO는 “MS의 참여로 크루즈가 기술을 상업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GM이 자율주행차 개발을 통해 승차 공유 생태계를 만들 수도 있다고 본다. GM은 2016년 승차 공유 서비스 리프트에 투자하고, 자회사 메이븐을 선보인 바 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일부 서비스를 중단하긴 했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다시금 승차 공유 서비스를 구축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택배차에서 고객의 문 앞까지 물건을 옮기는 데 도움을 주는 전기 팔레트 제품인 EP1. 약 651L, 91㎏의 화물을 운반할 수 있다. 사진 GM
택배차에서 고객의 문 앞까지 물건을 옮기는 데 도움을 주는 전기 팔레트 제품인 EP1. 약 651L, 91㎏의 화물을 운반할 수 있다. 사진 GM

포인트 3│선택과 집중 전략

GM이 이렇게 신사업에 열중할 수 있는데에는 그간의 구조조정이 있다. GM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 왔다. GM은 2013년 말 ‘유럽 지역 브랜드 강화 전략’을 발표하면서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를 결정했으며 호주에서 운영했던 홀덴 공장을 닫기로 했다. 2015년에는 인도네시아·태국·러시아에서 공장을 철수하거나,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GM은 수익성에 초점을 맞춰 글로벌 철수 행보를 이어 갔다. GM은 2017년 유럽 계열사인 오펠·복스홀을 매각하고,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시장국에서 발을 뺐다. 2018년에는 미국 내 다섯 개 공장을 폐쇄하고, 10% 넘는 인력 감축을 발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구조조정하는 GM에 보조금을 끊겠다며 반발했으나, GM은 이에 굴하지 않고 새 시대를 준비했다. 국내에서도 2018년 5월 군산공장을 폐쇄했고, 최근에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부평물류센터 매각, 창원·제주 물류센터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GM이 투자 및 생산 규모를 줄이고 있어 한국에서 철수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 업계 전문가들은 GM이 혹독한 구조조정 덕에 전기차 시대를 이끌 수 있다고 본다. 앤인디야 다스 노무라 애널리스트는 “전기차 개발에는 비용이 많이 들지만 GM은 다른 미국 자동차 업체보다 타격이 덜할 것”이라며 “구조조정으로 비용을 줄였고, 혼다와 제휴를 통해 연구개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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