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터레스트 주가는 12월 7일(현지시각) 70.3달러를 기록해 올해 들어 270% 넘게 상승했다.
핀터레스트 주가는 12월 7일(현지시각) 70.3달러를 기록해 올해 들어 270% 넘게 상승했다.

조용한 소셜미디어(SNS) 핀터레스트의 선전이 심상치 않다. 연일 새로운 이슈가 만들어지는 트위터나 인스타그램·틱톡과 비교해 자극적인 얘깃거리가 없는 데다 ‘좋아요’나 ‘하트’를 받기 위해 이용자끼리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지도 않지만, 핀터레스트는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뜨거운 회사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3분기 핀터레스트의 글로벌 매출액은 4억4262만달러(약 4800억원)로, 지난해 3분기 2억7970만달러(약 3000억원)보다 58%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소셜미디어 회사가 이득을 본 점을 감안하더라도 핀터레스트의 성장은 가파르다. 연초 18.8달러에 불과했던 주가는 12월 7일(이하 현지시각) 기준으로 70.3달러(약 7만6000원)를 기록해 270% 넘게 상승했다. 페이스북·트위터·스냅을 압도하는 수치다.

핀터레스트는 이용자가 핀보드를 만들어 관심 있는 사진이나 짧은 영상을 올리고 다른 이용자와 나누는 서비스를 한다. 2010년 출시했는데, 지난해 5월 127억달러(약 13조원)의 평가액으로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현재 핀터레스트의 시가 총액은 434억달러(약 47조원)다. 부산스럽고 떠들썩해야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던 SNS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핀터레스트가 관심을 끄는 비결은 무엇일까.


1│아이디어 제공하는 SNS

핀터레스트는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애플이 9월 선보인 스마트 기기 운영체제 ‘iOS14’는 이용자가 핀터레스트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잘 보여준다. 온라인 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iOS14가 출시된 지 5일 만인 9월 21일 핀터레스트는 다운로드 61만6000건으로 일일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iOS14는 이용자가 직접 아이콘이나 위젯(미니 응용 프로그램) 등을 꾸밀 수 있도록 개선됐는데, 이용자들이 핀터레스트를 통해 아이디어를 찾아 나선 것이다. 9월 17일 애플의 앱스토어 순위 43위였던 핀터레스트는 9월 18일 29위로 뛰고서 다음 날 7위까지 올랐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처럼 자기 자랑을 하거나 다른 이용자와 논쟁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오로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이를 통해 영감을 떠올릴 수 있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이 핀터레스트의 가장 큰 강점으로 평가받는다. 새로운 기능인 스토리 핀(story pins)에 대한 반응도 긍정적이다. 비즈니스 계정의 경우 이 기능을 통해 사진과 비디오·오디오·텍스트를 혼합해 게시할 수 있는데, 향후 더 많은 사용자를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 상거래 플랫폼으로 진화를 시작한 것이다. 글로벌 온라인 쇼핑 플랫폼 쇼피파이에 따르면, 100명 중 66명은 핀터레스트에서 브랜드의 ‘핀’을 본 후 상품을 구매한다고 답했다.


2│정치적 편향 가능성 차단

핀터레스트는 정치와 동떨어져 있다. 혐오나 정치적 편향 등에 엮여 이용자의 입에 오르내릴 가능성이 크지 않단 얘기다. SNS의 최대 수입원이 기업 광고라는 점에서 다른 SNS보다 안정적으로 광고를 내보낼 수 있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다. 트위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혐오 발언이 쏟아질 때마다 화제가 되고, 틱톡은 중국의 정보 유출 리스크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도 정치적인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핀터레스트는 다르다. 2018년 정치 광고를 금지했고 미국 대선 때도 정치 관련 단어 검색에서 광고를 제거했다. 10월에는 큐어논(QAnon·극우음모론자)과 관련한 콘텐츠를 금지하기도 했다. 광고주들은 부정적인 이슈나 이미지 없이 오로지 광고만 노출할 수 있는 이 플랫폼을 선호한다.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같은 대형 테크놀로지 기업과 비교해 이용자가 적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미국과 전 세계 반독점 규제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대형 플랫폼이 장악하던 광고 시장의 니치 마켓(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한 것이 지속적인 효과로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3│꾸준한 매출 증가

핀터레스트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 회사의 2018년 매출액은 전년보다 60% 늘었고, 지난해는 51% 증가했다. 월간 순 이용자도 1년 전보다 37% 늘어 4억4200만 명을 기록 중이다. 이 중 3억4300만 명은 글로벌 이용자이며, 9800만 명은 미국 이용자다.

월스트리트 투자가들은 구매력이 높아 광고주들이 선호하는 미국 이용자를 더 늘릴 여력이 있다고 본다. 골드만삭스는 “핀터레스트의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장기적인 수익 창출 기회가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며 회사의 목표 주가를 61달러에서 86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광고 매출이 예상보다 급증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포브스’는 “올해 매출액 증가율은 29%이며, 2023년에는 19%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매출 증가 폭이 계속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광고 시장에서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탓이다.

이용자 수도 경쟁사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핀터레스트의 월간 순 이용자는 페이스북(27억 명)·인스타그램(10억 명)·유튜브(20억 명)와 비교하면 적다. 한정된 광고를 두고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핀터레스트의 상황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포브스’는 “핀터레스트가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선 이용자당 평균 매출(ARPU)이 급증하거나 비용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보도했다. 주가와 회사의 미래가 지나치게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은 “아직 디지털 광고 분야에서 미국만큼 성숙하지 않은 글로벌 시장 이용자들이 회사의 주축”이라며 “수익 측면에서 미국에 버금가는 시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핀터레스트가 성장하기 위해선 더 많은 이용자를 늘리는 대신 ‘미국’ 같은 시장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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