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블랭크코퍼레이션 사무실에서 남대광 대표가 웃고 있다. 사진 블랭크코퍼레이션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블랭크코퍼레이션 사무실에서 남대광 대표가 웃고 있다. 사진 블랭크코퍼레이션

소셜미디어를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영상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흙탕물 같은 한강 물을 필터 샤워기로 걸러 샤워하거나, 베개 사이에 날달걀을 두고 밟아도 깨지지 않는 영상. 별생각 없이 보며 웃다 보면 어느새 ‘지름신’이 오곤 한다.

이 영상을 만든 블랭크코퍼레이션(이하 블랭크)은 미디어 커머스 스타트업이다. 생활에 필요한 아이디어 상품을 만든 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의 타임라인에 관련 영상을 노출하고 판매하는 ‘디지털 방문판매’ 전략으로 초고속 성장을 이뤘다. 2016년 2월 설립된 이 회사는 2017년 495억원, 지난해 128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블랭크는 스타트업 성공 모델의 ‘정석’에 들어맞는 부분이 많다. 독창적 사업 모델로 변화를 멈추지 않고, 시장을 적극적으로 확대한다. 올해는 설립 3년 만에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기 시작해 이달 내로 IPO 주관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스타트업 성공 신화를 그린 영화 한 장면을 보듯, 남대광(34) 블랭크 대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동 자택 인근 저택을 현금 62억원에 매입했다. 짧은 시간에 블랭크가 성공 궤도에 오른 비결은 무엇일까.


성공전략 1│
홍보 전략은 상품 기획 단계부터

블랭크는 일종의 ‘D2C(Direct to Consumer)’ 모델을 지향한다. 별도의 판매처 없이 소셜미디어에서 소비자의 욕구를 ‘직접’ 자극하는 방식이다.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제품을 파는 것도 아니고 영상 광고만으로 사람을 모아 자사 몰에서 판매하겠다고 하니, 처음엔 협력 업체들이 반신반의했다. 제품 10만 개를 생산하려 발주처를 찾아다녔지만 거절당해 선수금을 줘야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사업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현재 70여 개 협력 업체들이 상품 제조와 유통에 참여한다.

‘정보의 바다’ 소셜미디어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 상품은 기획 단계부터 철저한 검증을 거친다. 상품 기획자는 ‘프로덕트 스코어’라 부르는 자체 기준을 토대로 상품을 개발한다. ‘소비자 니즈’뿐만 아니라 온라인 판매에 적합한 제품인지 판단하는 ‘미디어지수’, 획기적인 홍보 영상을 만들 수 있는지 점검하는 ‘콘텐츠지수’까지 기획 단계에서 감안한다. 온라인 홍보의 이점을 살려, 해외 구매자의 관심 여부를 판단하는 ‘글로벌 기준’도 고려한다.

그 결과 소비자의 니즈를 공략하는 독창적인 제품이 재미있는 영상 광고와 함께 탄생한다. 인플루언서나 연예인, 일반인들이 전하는 후기 영상 콘텐츠가 대표적 예다.

죽은 물고기가 떠 있는 한강 물을 정수 필터 샤워기로 걸러 샤워하거나, 한도 끝도 없이 벗겨지는 발 각질제 사용기를 보면 없던 니즈도 절로 생긴다. 시청자들은 영상에 링크된 쇼핑몰에서 바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성공전략 2│
신사업은 상상력이다

블랭크는 틈새시장을 찾아 끊임없이 신사업을 추진한다. 첫 사업은 뜨는 옆머리로 불편을 느끼는 남성의 고민을 해결하는 ‘셀프 옆머리 다운펌’ 제품이었다. 남성 미용 시장은 50억원 정도의 작은 시장으로 평가됐지만, 소비자의 니즈를 공략한 결과 1년 만에 매출이 300% 증가했다. 성장세에 안주하지 않고 블랭크는 ‘발 각질 제거제’ ‘정수 필터 샤워기’ ‘마약 베개’ 등 리빙, 뷰티, 생활건강, 패션, 반려동물, 식음료 부문에서 23개 브랜드, 250여 가지 아이디어 상품을 출시했다.

블랭크의 다음 목표는 ‘엔터테인먼트계의 스타트업’이다. 현재 엔터테인먼트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대형 소속사처럼 아이돌을 초기 단계부터 키우는 것이 아니라 기성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를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고, 이들과 협업하는 구조다. 남 대표가 과거 인디 가수가 노래하는 모습을 담은 소셜미디어 콘텐츠 ‘세상에서 가장 소름돋는 라이브’ 기획에 참여하고, 이들의 노래를 음악 차트 순위권에 올린 경험이 아이디어의 원천이 됐다.

커머스 사업과 연계한 여행 콘텐츠도 개발한다. 한국인에게 해외 여행지를 추천하는 식상한 콘텐츠가 아니다. 블랭크는 한류 열풍의 영향을 받은 외국인 여행자들을 한국으로 유입시킬 글로벌 아이템을 구상하고 있다. 블랭크 관계자는 “사업 아이템은 무궁무진하다. 한류 아이돌의 해외 팬을 한강에 모으는 여행 상품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예시”라고 했다.


성공전략 3│
왜 국내만 생각?…무조건 해외로 나가라

블랭크는 지난해 8월 중순 모바일 보급률이 높은 대만, 홍콩, 싱가포르 지역에 법인을 설립했다. 블랭크는 ‘바디럽(BODYLUV)’ ‘공백0100’ ‘아르르’ 등 브랜드별 페이스북 페이지를 별도로 개설하고, 현지 언어로 번역한 커머스 영상을 올린다. 대만 법인에서 운영 중인 ‘바디럽’의 페이스북 페이지는 팔로어가 1만2000여 명까지 오르면서 ‘마약 베개’ 제품이 큰 호응을 얻었다.

현지화 전략도 이뤄지고 있다. 예컨대 대만은 제품을 체험한 후 구매하는 소비 습관이 정착된 곳이다. 블랭크는 온라인 커머스가 주력이지만 대만에서는 오프라인 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월평균 방문자가 6000여 명에 달한다. 이곳에서 QR코드를 통해 온라인 쇼핑몰도 방문 가능한데, 월평균 1000여 명이 접속한다. 이 중 20%에 해당하는 200여 명이 실제 구매 고객이다.

글로벌 매출액은 지난해 42억원을 달성했다. 해외 시장의 가능성을 엿본 블랭크는 지난달 중국 진출을 위한 법인 설립을 마치고,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 공식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남 대표는 “올해 아시아 3개 지역 및 중국 등 중화권 공략에 주력하며, 이후 새로운 신규 지역도 타진하며 글로벌 실험을 지속해서 이뤄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plus point

실리콘밸리 못지않은 사내 문화

블랭크코퍼레이션 사무실 내부에 비치된 세그웨이. 사진 블랭크코퍼레이션
블랭크코퍼레이션 사무실 내부에 비치된 세그웨이. 사진 블랭크코퍼레이션

블랭크는 대기업을 능가하는 복지제도로 유명하다. 사내 이동 수단으로 공용 세그웨이를 비치하는가 하면 연 1회 해외 여행비 300만원을 지원한다. 남 대표가 사재를 출연해 구성원들에게 최대 1억원 한도의 전세보증금을 빌려주고, 월 200만원의 적금을 대신 내주는 제도도 운영한다. 사내에는 무료로 이용 가능한 편의점도 있다.

남 대표는 “직원들이 업무에 몰입하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그들이 신경 쓰는 것을 회사에서 해결해줘야 한다. 전세보증금을 대여한다고 직원들의 주거 문제를 100% 해결할 순 없겠지만, 최대한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 신뢰를 얻는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블랭크의 모든 구성원은 직급 없이 ‘프로(PRO)’로 통한다. 팀도, 업무 목표도 없다. 유닛이라 불리는 역할 조직을 기반으로 한 사람이 어떤 프로젝트를 제안하면 관련 부서가 협업한다. 직원 모두 업무 결정의 자유를 갖고 원하는 프로젝트를 펼칠 수 있다. 실력으로 본인과 소속 구단, 에이전트의 가치를 모두 올리는 호날두처럼, 각 구성원의 성장을 바탕으로 회사도 함께 성장한다. 모든 프로젝트가 성공할 순 없다. 이 회사엔 함께 다과를 즐기며 실패의 경험을 나누는 실버벨 문화가 있다. 남 대표는 “결과로 평가한다면 누구도 실패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곧 도전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패든 성공이든 공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려고 한다”고 했다.

김소희 기자, 김은영 조선비즈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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