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미러리스 카메라 A7R(왼쪽)과 캐논의 DSLR카메라 5DS R(오른쪽)의 크기 비교. DSLR에 비해 미러리스가 더 작고 가볍다. 사진 트위터 캡처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 A7R(왼쪽)과 캐논의 DSLR카메라 5DS R(오른쪽)의 크기 비교. DSLR에 비해 미러리스가 더 작고 가볍다. 사진 트위터 캡처

‘손자병법’에 ‘공기불비 출기불의(攻其不備 出其不意·적의 방비가 없는 곳을 공격하고 생각하지 못하는 곳에 진출하라)’라는 말이 있다.

지난 몇 년간 소니가 미러리스 카메라(반사거울과 프리즘을 없애 부피와 무게를 줄인 디지털카메라·이하 미러리스) 시장에서 이룩한 눈부신 성과는 이 같은 원칙을 기업 경영에 접목해 성공한 대표 사례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미러리스는 스마트폰 등장 이후 침체에 빠진 카메라 시장에서 유일하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일본 카메라영상기공협회(CIPA) 발표 자료를 보면, 2017년 세계의 일안(一眼) 반사식 디지털카메라(DSLR)는 출하 대수가 759만 대로 1년 사이 10%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미러리스는 408만 대로 30% 증가했다. 미러리스 출하 대수가 DSLR을 곧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러리스는 2008년 올림푸스와 파나소닉이 관련 제품을 선보이며 등장했다. 초기에는 DSLR보다 가볍고 소위 ‘똑딱이’로 불리는 ‘렌즈 일체형’ 카메라보다는 우수한 서브 카메라 정도로 여겨졌다. DSLR 시장을 양분하던 캐논과 니콘은 오랫동안 눈길도 주지 않던 ‘틈새시장’이었다. 하지만 이후 소니가 뛰어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2010년 초소형 미러리스 NEX-5를 출시하며 이 시장에 뛰어든 소니는 이후 혁신적 제품을 쏟아내며 미러리스의 매력도를 높였다. 그 결과 미러리스 시장의 파이가 커지면서 소니는 캐논·니콘과 직접적인 충돌 없이도 글로벌 디지털카메라 시장의 ‘빅3’ 업체로 도약할 수 있었다. 적이 생각하지 못한 곳에 진출해 싸우지도 않고 승리한 셈이다.

앞으로 3~4년 안에 미러리스 시장 규모가 DSLR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오랫동안 미러리스 시장 변화에 미온적으로 대응했던 캐논과 니콘도 고사양 미러리스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경쟁 구도를 갖춰가고 있다. 하지만 DSLR 시장에서 완전히 손을 뗀 소니와 달리 둘은 DSLR과 고사양 미러리스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어 자칫 자사 제품 간 제 살 깎아 먹기식 경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소니는 미러리스 시장에서도 가장 성장 속도가 빠르고 마진이 많은 ‘풀프레임 카메라(이하 풀프레임)’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점하고 있다. 풀프레임이란 35㎜ 필름과 같은 크기인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카메라를 말한다. 풀프레임은 카메라 제품군 가운데 최상위의 고가 기종으로 분류된다.

일본 시장조사 업체 BCN리테일의 발표 자료를 보면, 지난해 10월 소니의 일본 풀프레임 미러리스 시장 점유율은 67%였다. 지난해 처음 출시한 풀프레임 미러리스 EOS R과 Z7을 앞세운 캐논과 니콘의 점유율은 각각 22.1%, 10.4%였다.

소니가 처음부터 미러리스 시장을 주력으로 생각한 건 아니다. 소니는 1990년대 후반 독일 렌즈 명가 ‘칼 자이스(Carl Zeiss)’와 파트너십 구축에 이어 2006년에는 코니카미놀타의 카메라 부문까지 인수하며 DSLR 시장 진출 채비를 마쳤다.

하지만 각각 1930년대와 194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카메라를 생산하기 시작한 캐논·니콘과 경쟁은 힘에 부쳤다. 소니는 2006년 7월 첫 DSLR인 ‘알파100’을 출시했지만, 낮은 브랜드 인지도와 적은 교환렌즈군으로 DSLR 시장에서 합계 95%를 점유한 캐논∙니콘과 경쟁하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업계 양웅(兩雄)과 경쟁을 피하려고 미러리스 시장으로 숨어든 소니가 이들을 위협하는 고수로 성장한 비결은 뭘까.


성공비결 1│기술 혁신으로 인식 파괴

NEX-5로 미러리스 시장에 데뷔한 소니는 2012년엔 180도 회전 LCD를 탑재한 NEX-F3를 출시해 ‘셀카족’들을 열광시켰다. 이듬해에는 세계 최초 풀프레임 미러리스 ‘알파7’을 선보이며 고급 미러리스 시장에서 장기 독주 채비를 갖췄다.

풀프레임 미러리스의 등장은 미러리스에 대한 인식마저 바꿔버린 일대 사건이었다. 이전까지 미러리스의 이미지는 ‘DSLR보다 휴대성이 좋고 똑딱이보다 성능이 괜찮다’ 정도였다. 뒤집어 보면 ‘똑딱이보다는 휴대성, DSLR보다는 성능에서 밀리는 어중간한 카메라’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실제로 그런 인식 때문에 미러리스의 성장세가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많았다.

그런데 소니가 극강의 화질과 휴대성을 모두 갖춘 ‘괴물 미러리스’를 선보이면서 다양한 연령층의 사진 애호가들이 미러리스 시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A7 시리즈는 2013년 11월 출시 이후 9개월간 DSLR을 포함한 전체 풀프레임 시장 누적 판매 1위를 기록하는 등 풀프레임 대중화를 선도했다.

세계 최강의 이미지센서(CIS) 기술도 미러리스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이미지센서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어온 영상 정보를 디지털 신호로 바꿔주는 핵심 부품이다. 소니는 이미지센서 부문 세계 시장 점유율 52%(2017년 기준)를 차지하는 글로벌 1위 업체다. 2위는 삼성전자(19%)다.


성공비결 2│‘새로운 생태계’ 구축

소니가 우수한 성능의 DSLR 제품을 출시하고도 경쟁에 밀렸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19종에 불과할 만큼 선택의 폭이 좁았던 렌즈군이었다.

소니는 당시 뼈아픈 기억을 반면교사 삼아 카메라 제조사 중 가장 많은 80여 종(어댑터로 호환 가능한 DSLR 렌즈 34종 포함) 미러리스 렌즈군을 확보했다. 풀프레임 미러리스 전용 렌즈만 30종이다.

A7 시리즈에 최적화된 매크로 렌즈로 50㎜의 표준 화각대에서 강력한 접사 성능을 발휘하는 ‘SEL50M28’과 소니의 대표 고급 렌즈 라인업 ‘G렌즈’로 광각 28㎜부터 망원 135㎜까지 담을 수 있는 넓은 줌 비율과 전영역 F4의 밝은 고정 조리개를 지원하는 프리미엄 줌렌즈 SELP28135G(FE PZ 28-135㎜ F4 G OSS) 등이 대표적이다.


성공비결 3│ ‘멀티미디어 강자’의 클래스는 영원하다

과거 소니는 TV와 음향기기, 랩톱 PC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를 주름잡던 멀티미디어 분야의 최강자였다. 광학기기 업체로서 브랜드 인지도는 캐논·니콘에 밀렸지만, 디지털 영상이라면 다른 이야기다. 이 때문에 최근 동영상 플랫폼의 발달로 디지털카메라에서 영상 기능이 중요해진 것은 소니에 호재로 볼 수 있다.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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