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디자인과 젊은 감각으로 유명한 W호텔도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계열이다.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에 있는 W호텔의 로고. 사진 AP 연합
혁신적인 디자인과 젊은 감각으로 유명한 W호텔도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계열이다.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에 있는 W호텔의 로고. 사진 AP 연합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대기업들이 자구책으로 ‘브랜드 통폐합’이란 극약 처방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2009년 파산을 맞은 미국 자동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당시 보유 중이던 8개 브랜드 중 쉐보레와 캐딜락 등 4개 핵심 브랜드만 남기고 폰티악과 사브 등 나머지 절반을 정리했다. GM은 자동차 업계의 대표적인 구조조정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탈리아 명품 패션 기업 조르지오 아르마니 그룹은 2017년 실적 부진 속에 기존 7개 브랜드 중 4개를 쳐내고 고급 라인인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중가 엠포리오 아르마니, 저가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등 3개 브랜드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한 업종에서 무려 30개나 되는 브랜드를 거느리고도 큰 부작용 없이 세계 1위를 질주하는 기업이 있다. 놀라운 것은 고객은 물론 직원들도 각각의 브랜드 차별화 포인트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몰라서’가 아니라 구별이 어려워서다.

언뜻 방만해 보이기까지 하는 브랜드 관리의 주인공은 세계 1위 호텔 그룹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이하 메리어트)이다. 19개 브랜드를 운영 중이던 메리어트는 2016년 136억달러(약 15조2800억원)에 스타우드 호텔&리조트를 인수하면서 보유 브랜드를 30개로 늘렸다. 이로써 130개국에 6700여 개 호텔과 리조트(이하 2018년 12월 27일 기준)를 거느리게 된 메리어트는 힐튼(109개국에 5500여 개 호텔과 리조트 보유)을 제치고 세계 1위 호텔 기업으로 도약했다.

메리어트 그룹 브랜드 중에는 JW메리어트와 리츠칼튼, W 호텔 등 ‘럭셔리’ 호텔과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와 알로프트 등 ‘비즈니스호텔’의 경우처럼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포지션이 애매한 경우도 많다. 그룹 내에서 ‘클래식 프리미엄’ 브랜드로 분류하는 메리어트와 쉐라톤, ‘디스팅크티브(distinctive·현대적인 개성을 강조) 프리미엄’ 브랜드인 웨스틴과 르메르디앙이 대표적인 예다. 공식적으로는 ‘럭셔리’ 등급 아래 ‘프리미엄’을 두고 있지만 이런 구분도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일례로 1937년 탄생해 그룹 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쉐라톤의 경우 북미에서 낡은 시설과 모호한 정체성으로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의견이 많지만,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는 최고급 호텔로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스타우드 인수 이후 메리어트의 실적은 크게 개선됐다.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 본사를 둔 메리어트의 2017년 매출은 229억달러(약 25조7000억원)로 1년 전보다 60억달러 가까이 늘었고, 순익은 13억7200만달러로 같은 기간 75.9% 증가했다.

메리어트가 30개나 되는 브랜드를 운영하면서도 중복 또는 과잉 투자에 대한 큰 논란 없이 순조롭게 성장을 이어 갈 수 있는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성공비결 1│
브랜드 다변화는 투자 유치 전략

메리어트를 비롯한 글로벌 호텔 체인의 ‘브랜드 늘리기’ 경쟁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업계 2위 힐튼도 콘래드와 월도프 아스토리아, 더블트리 바이 힐튼 등 총 15개의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유럽 최대 호텔 그룹인 프랑스의 아코르는 소피텔과 풀만, 노보텔, 이비스 등 20여 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이해하려면 호텔 업계의 운영 방식을 알아야 한다. 글로벌 호텔 기업은 대부분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호텔과 리조트를 운영한다. 대지와 건물은 부동산 투자 회사가 소유하고, 브랜드에 따라 차별화된 서비스와 운영을 호텔 기업이 맡는다. 호텔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고객 만족 못지않게 ‘투자자 만족’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는 욕구와 취향을 달리하는 폭넓은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미끼인 셈이다.

그렇다 해도 자동차의 경우처럼 개별 브랜드의 마케팅을 위한 비용 부담이 크다면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호텔 업계는 개별 브랜드 마케팅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다. 고객들이 개별 브랜드보다 모기업(메리어트·힐튼·아코르 등)에 대한 선호와 신뢰를 바탕으로 숙소를 결정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성공비결 2│
‘규모의 경제’ 구현으로 비용 절감

호텔 업계에서 부킹홀딩스(옛 프라이스 라인 그룹)와 익스피디아 등 온라인 예약 업체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부킹홀딩스의 2017년 매출은 126억8000만달러로 12년 연속 증가했다.

같은 해 순이익은 23억4100만달러로 10년 사이 17배 가까이 늘었다. 2017년 한 해 동안 부킹닷컴과 아고다 등 부킹홀딩스 소속 기업을 통해 이뤄진 숙소 예약은 총 6억7310만 박(泊)에 달한다.

또 대부분의 호텔은 익스피디아에 18~ 30%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어트도 한때 18%의 수수료를 부담했지만, 지금은 12%로 낮아졌고, 머지않은 미래에 10%로까지 끌어내릴 계획이다. 전 세계 호텔에서 메리어트 계열 호텔의 비중이 커진 것과 비례해 협상력이 향상됐기 때문에 가능한 변화다. 메리어트는 이와 함께 자체 웹사이트를 통한 예약 비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메리어트의 온라인 예약 업체 의존도는 12%로 매우 낮다.


성공비결 3│
브랜드 관리 원동력은 ‘직원 교육’

메리어트의 창업자 존 윌러드 메리어트는 ‘직원을 정성껏 보살피면, 직원이 고객을 정성껏 보살필 것이고 결국 고객 만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었고, 이는 메리어트의 중요한 경영 철학으로 뿌리내렸다.

모든 것이 사람의 손끝에서 이뤄지는 호텔 업계에서 직원 교육이 중요하지만 30개나 되는 브랜드를 운영하는 메리어트의 경우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메리어트는 대졸 직원들을 대상으로 ‘보이지(Voyage·여행)’란 이름의 12~18개월짜리 매니저 양성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재무와 영업, 인사관리(HR), 서비스 교육은 물론 30개 브랜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과정도 포함된다. 그룹의 규모가 크다 보니 자체적으로 다양한 전문가들을 초청해 실무 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극복해야 할 악재도 있다. 과거 스타우드 계열 호텔들에서 메리어트 인수 전인 2014년부터 대규모 고객 정보가 유출된 것이 얼마전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데이터베이스(DB)에 포함된 고객 5억 명 중 약 3억2700만 명의 이름, 주소, 휴대전화 번호, 이메일 주소, 여권 번호 등이 유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스타우드 인수 이후 전산망과 교육 시스템 등 ‘디지털 통합’을 가속하고 있는 메리어트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신뢰를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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