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오른쪽)과 아이패드용 덕덕고 브라우저의 초기화면. 사진 덕덕고
아이폰(오른쪽)과 아이패드용 덕덕고 브라우저의 초기화면. 사진 덕덕고

“구글은 여러분을 추적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습니다(Google tracks you. We don’t).”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덕덕고(Duck DuckGo)’의 광고문구다. 덕덕고는 동명의 검색엔진을 운영하는 검색 전문 업체다. ‘사용자를 추적하지 않는 검색엔진’을 표방한다. MIT에서 물리학과 기술정책을 공부한 가브리엘 와인버그가 2008년 창업했다. 실리콘밸리가 아닌 펜실베이니아주 파올리에 본사를 두고 있는 점도 이채롭다.

와인버그는 MIT를 3년 만에 조기졸업한 수재다. 남은 1년치 등록금에 가족과 친구의 도움을 받아 여러 기업을 연쇄창업했다. 대부분은 실패로 끝났지만, 2002년 지금의 페이스북과 비슷한 ‘네임즈데이터베이스(Names Database)’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운영하는 오포박스를 창업해 2006년 클래스메이츠(Classmates.com)에 1000만달러(약 112억원)를 받고 팔면서 사업가로서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올해로 창업 10주년을 맞은 덕덕고가 최근 검색 시장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구글이 전체의 77%를 점유하고 있는 검색 시장에서 덕덕고의 존재감은 아직 미약하기 짝이 없다. 지난달 말 기준 점유율은 0.18%로 바이두(14%), 빙(5%)과도 격차가 크다.

하지만 성장 속도는 눈부시다. 덕덕고는 10월 12일(현지시각) 일일 직접 검색 3000만 건을 돌파했다. 1000만 건을 돌파하는 데 7년이 걸렸고, 이후 2000만 건 돌파에는 2년, 3000만 건까지는 그로부터 1년이 채 안 걸렸다.

한때 잘나가던 AOL(점유율 0.03%)도 따돌렸다. 구글의 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7만 명이지만, 덕덕고의 직원은 약 60명에 불과하다는 것도 참작할 필요가 있다.

‘덕덕고’란 이름은 우리나라의 ‘수건돌리기’와 비슷한 미국 아이들의 놀이인 ‘덕덕구스(duck duck goose)’에서 따왔다. ‘Google’이란 영어단어는 ‘구글에서 검색하다’라는 동사로 널리 쓰인다. 와인버그는 언젠가 ‘Duck’이란 단어도 ‘덕덕고에서 검색하다’라는 뜻으로 널리 사용되는 날이 오길 기대하고 있다. ‘구글의 경쟁자’로 불리기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덕덕고의 급성장은 최근 IT 산업의 트렌드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공비결 1│적의 아픔은 나의 기쁨

덕덕고 검색엔진의 기본 구성은 겉보기에 구글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구글과 달리 사용자의 브라우저와 검색 기록, 디바이스 타입, IP 주소 등을 추적하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구글에서는 같은 단어를 검색해도 사용자에 따라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사용자의 검색 기록 데이터가 쌓여 관심을 가질 만한 결과를 우선적으로 보여준다는 이야기다. 가급적 빨리 필요한 자료를 찾아야 하는 입장에서 유용한 기능이기도 하지만, 정보 유출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덕덕고는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가 있을 때마다 이를 놓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홍보에 이용해 왔다.

일 검색 3000만 건 돌파 사실은 구글의 SNS 서비스 ‘구글플러스’ 이용자 개인 정보 유출과 은폐 스캔들이 터진 며칠 뒤에 집중 보도됐다. 2014년에는 구글이 가입자 정보를 정보기관에 제공했다는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를 물고 늘어지면서 트래픽이 단기간에 두 배 가까이 늘기도 했다.

구글은 익명(incognito) 모드를 사용하면 사용 기록이 저장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와인버그는 이에 대해 ‘컴퓨터상에서만 안 보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긴 어렵지만, 덕덕고가 정보 유출 관련 이슈를 부각해 재미를 본 것만은 분명하다.

와인버그는 미국 경제지 ‘포브스’ 인터뷰에서 “구글은 거대한 광고 네트워크에 더해 이메일(지메일)과 포토 서비스 등을 제공하지만, 우리는 오직 검색에만 집중한다”며 덕덕고의 경우 사용자 추적이 필요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덕덕고의 수익 모델은 키워드 광고다. 사용자가 검색창에 ‘자동차’를 검색하면 자동차 관련 광고가 따라붙는 식이다.


가브리엘 와인버그 ‘덕덕고’ 창업자. 사진 트위터캡처
가브리엘 와인버그 ‘덕덕고’ 창업자. 사진 트위터캡처

성공비결 2│적의 적은 내 친구

현재 전 세계 스마트폰의 양대 운영체제(OS)는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다. 라이벌이 운영하는 구글 검색엔진 외에 뚜렷한 대안이 없었던 애플은 기존 야후와 빙 검색엔진에 더해 덕덕고를 2014년 자사 iOS8과 사파리7.1(맥북용) OS의 검색엔진으로 추가했다. 이후 약 2년 사이 덕덕고의 트래픽은 약 600% 성장했다. 구글의 성장이 곱게 보일 리 없는 애플이 드러나지 않게 덕덕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애플이 지속해서 iOS에서 구글의 서비스를 지워나간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구글맵을 자체 지도 애플리케이션으로 대체하면서 구글맵 사용자가 1년 만에 2230만 명 감소하기도 했다.

현재 덕덕고 모바일 트래픽의 상당 부분은 애플의 스마트 기기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OS 점유율(지난해 1분기 기준)은 안드로이드 86%, iOS 14%, 윈도 0.1%였다. 점유율에서는 안드로이드가 압도적이지만 수익에서는 가격과 마진율이 높은 iOS가 앞선다.


성공비결 3│보안이 전부는 아니다

보안에 장점이 있어도 사용이 불편하거나 품질이 떨어진다면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덕덕고는 구글과 야후 등 기존 검색 포털의 장점을 비교적 충실히 살리면서 독특한 기능을 추가했다.

‘!뱅(Bang)’ 기능이 대표적이다. 검색어 앞에 느낌표(!)를 붙이면 해당 검색어를 이름으로 사용하는 포털이나 기업 웹페이지로 곧바로 데려다준다. 검색창에 ‘!amazon’을 치면 amazon.com(아마존닷컴)으로, ‘!apple’을 치면 apple.com(애플 홈페이지)으로 이동하는 식이다. ‘!naver’를 입력하고 바로 뒤이어 검색하고자 하는 단어를 입력하면 네이버에서 해당 단어를 검색한 결과를 보여준다. 마우스 사용 없이 검색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다양한 단축기 조합도 덕덕고의 독특한 기능 중 하나다. 단 두 번의 클릭으로 검색 기록을 모두 제거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안전 검색(Safe Search)’ 설정을 변경하면 누구나 성인 콘텐츠를 쉽게 검색할 수 있기 때문에 어린 자녀의 사용은 차단하는 것이 좋다. 디지털 신상 정보를 저장하지 않기 때문에 이전 검색 내용이나 사용 장소에 따른 검색어 자동 완성 기능은 사용할 수 없다는 것도 단점이다. 보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그 정도 불편은 감수해도 괜찮지 않을까?

이용성 차장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