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필레이의 대표 메뉴인 ‘오리지널 치킨 샌드위치’. 사진 블룸버그
칙필레이의 대표 메뉴인 ‘오리지널 치킨 샌드위치’. 사진 블룸버그

71년 동안 매출이 단 한 번도 줄지 않은 패스트푸드 업체가 있다. 창업자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 일요일엔 문을 닫는데도 지난해에만 매출이 10억달러(약 1조1400억원) 넘게 늘었다. 점포당 평균 매출은 약 400만달러(약 45억원)로 스타벅스와 맥도널드, 서브웨이의 점포당 평균 매출을 합친 것보다 많다.

미국의 치킨 전문 패스트푸드 업체 ‘칙필레이(Chick-fil-A) 이야기다. 아직 우리나라엔 매장이 없지만, 외식사업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기억해 둘 필요가 있는 이름이다. 칙필레이만큼 짧은 기간에 폭발적으로 양적∙질적 성장을 이룬 패스트푸드 업체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칙필레이는 미국에만 약 220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과거 캐나다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진출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철수했다. 내년 중 캐나다 토론토 매장 오픈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그런데도 칙필레이의 지난해 매출은 약 90억달러(약 10조2500억원)로 전 세계 48개국에서 60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는 KFC의 세 배 가까이 된다. 고객만족도에서도 독보적이다. 미국 소비자만족지수협회(ACSI)의 패스트푸드 만족도 평가에서 올해까지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칙필레이의 전신은 1946년 사무엘 트루엣 캐시가 고향 조지아주에 문을 연 ‘드와프그릴(Dwarf Grill∙난쟁이식당)이다. 칙필레이란 이름은 1967년 애틀랜타 교외에 식당을 오픈하면서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다. 현 회장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댄 캐시는 창업자의 아들이다. 댄 캐시의 ‘포브스’ 추정 재산은 56억달러(약 6조3800억원)다.

치킨 샌드위치와 너깃 등이 주메뉴인 칙필레이가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패스트푸드 업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비결을 알아봤다.


성공비결 1│가맹 조건 강화해 서비스 차별화

프랜차이즈 창업은 미국에서도 인기 있는 ‘인생 2막’ 아이템이다. 칙필레이는 그중에서도 최고 인기 업체 중 하나다. 장사가 워낙 잘되다 보니 프랜차이즈 운영자가 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해마다 2만명 이상이 지원하지만 80명 정도만 행운의 주인공이 된다. 1만달러만 있으면 창업 지원 자격이 된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참고로 국내에서 맥도널드를 창업하려면 가맹비와 보증금, 인테리어 비용 등을 포함해 수억원의 자금이 든다.

비용이 저렴한 대신 까다로운 조건들이 따라붙는다. 회사가 지정한 위치에서 매장 하나만을 맡아 온전히 운영에 집중해야 하며, 수개월 동안 계속되는 교육과정도 이수해야 한다. 지원 자격도 남다르다. 과거 자산관리나 리더십 부문에서 특출난 성과가 있으면 가산점이 붙는다. 까다로운 기준으로 운영자를 선발해 장기간 트레이닝까지 제공하기 때문에 수준 높은 서비스를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었다.

‘직원 행복이 곧 고객 행복’이라는 믿음도 칙필레이의 서비스를 향상시켰다. 칙필레이는 1973년부터 ‘리마커블 퓨처스(Remarkable Futures∙주목할 만한 미래)라는 이름의 직원 대상 장학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1인당 최대 2만5000달러(약 2800만원)가 지급되며, 지금까지 수혜자가 3만6000명을 넘어섰다.


성공비결 2│최고의 맛에 대한 고집

미국 시장조사업체 라우샤(Rauxa)는 2016년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80개 업체에 대한 이미지 조사를 했다. 칙필레이의 경쟁사인 맥도널드에 대해서는 저렴하고 빠른 서비스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는 응답이 주를 이룬 반면, 칙필레이에 대한 이미지로는 ‘맛’에 대한 언급(delicious, tasty 또는 yummy)이 두드러졌다.

칙필레이는 경쟁 업체에 비해 메뉴를 자주 교체하지 않는다. 한때 메뉴 가짓수가 140가지가 넘었던 맥도널드에 비하면 구성도 단출하다. 대신 목표한 맛을 구현하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인다. 칙필레이의 최고 인기 메뉴인 ‘오리지널 치킨 샌드위치’는 개발에 4년이 걸렸다. 집 뒤뜰에서 구운 바비큐 치킨 맛을 구현하기 위해 7년을 쏟아붓기도 했다. 간혹 시험 삼아 신메뉴를 선보여도 고객의 반응이 엄청나게 뜨겁지 않으면 출시하지 않는다. 창업 초기부터 이어 내려온 ‘최고의 맛’에 대한 고집 때문이다.

식품 안전 관련 이슈에 대한 발 빠른 대응도 신뢰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2년 가축 사료에 사용되는 항생제가 사람에게 치명적인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칙필레이는 “향후 5년 안에 항생제 먹인 닭을 완전히 퇴출하겠다”며 패스트푸드 업체 중 처음으로 2014년에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성공비결 3│최적의 창업 입지와 시기

사무엘 트루엣 캐시가 1946년 칙필레이의 전신인 ‘드와프그릴’을 창업한 곳은 조지아주 애틀랜타 교외에 있는 조지아주 헤이프빌이었다. 그런데 이듬해 12월 미국 자동차회사 포드가 드와프그릴 인근에 공장을 설립하면서 꾸준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때마침 포드 공장이 문을 열지 않았다면 손해를 감수하고 몇 년에 걸쳐 메뉴를 개발하기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포드의 헤이프빌 공장은 한때 북미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공장으로 꼽혔지만, 포드의 경영 악화로 2006년 10월 문을 닫았다. 1960년대 초 압력 튀김기(pressure fryer)가 대중화된 것도 칙필레이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치킨 샌드위치를 맥도널드나 버거킹에서 햄버거를 만드는 것과 비슷한 속도로 준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plus point

기업공개 안 하는 이유도 ‘신앙’ 때문

미국 뉴욕 맨해튼의 칙필레이 매장. 사진 블룸버그
미국 뉴욕 맨해튼의 칙필레이 매장. 사진 블룸버그

칙필레이는 미국을 대표하는 기독교 기업 중 하나다.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던 창업자 캐시 회장은 설립 초기부터 주일(일요일)에 매장문을 열지 않는 등 성경적 가르침에 입각한 경영원칙을 고수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이 일요일에 교회에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기업공개를 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수익의 일정 부분을 빈곤층과 학생 그리고 어린이들에게 되돌려주는 경영철학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기업공개가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칙필레이는 신앙적인 신념 때문에 어려움도 겪었다. 캐시 회장의 뒤를 이은 아들 댄 캐시 회장은 2013년 동성결혼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고, 동성결혼 지지자들의 불매운동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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