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코미디언이자 토크쇼 진행자 엘렌 드제네레스(60·이하 엘렌)는 올해 총 8750만달러(약 1000억원)를 벌어들였다. ‘포브스’ 집계 기준 ‘2018 미국 유명인 수입 순위’ 15번째다.

여성 유명인으로 한정해 순위를 매기면 세번째로 수입이 많다. 여기에서 유명인은 기업가나 정치가를 제외한 운동선수와 연예계 인물, 작가까지 포함한다.

엘렌의 이름값에 따른 광고 효과 등을 모두 고려하면 브랜드로서 그의 가치는 더욱 뛴다. 현재 엘렌의 소셜 계정 팔로어 수는 트위터 7610만명, 인스타그램 5610만명에 달한다(8월 16일 기준). 매일 평균 390만명의 사람들이 그의 쇼를 시청하고 있다. ‘포브스’는 이 모든 것을 고려해 엘렌의 가치를 화폐로 환산하면 약 2억7500만달러(약 3100억원)에 달한다고 계산했다.

버락 오바마 전(前) 대통령 부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방부 장관, 비욘세, 조지 클루니…. 올해 초 방탄소년단(BTS)의 ‘엘렌 드제네레스 쇼(이하 엘렌 쇼)’ 출연 소식이 전해지자 팬들은 물론 전 국민이 열광했다. 엘렌쇼 출연 자체가 세계적인 화제의 인물이라는 일종의 보증서이기 때문이다.

유명인이라면 ‘반드시 거쳐 가는 자리’라는 엘렌쇼, 그리고 쇼를 만든 인물 엘렌은 누구일까. 그와 그의 쇼가 가진 강점을 종합해 다섯 가지로 분석했다.


강점 1 | 소수자에서 최고의 쇼호스트로

“TV 프로그램에서의 게이(동성애자) 캐릭터는 엘렌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USA 투데이)

엘렌은 TV에 나오는 유명인 중 미국 사회에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 논란을 촉발한 선구자로 꼽힌다. ABC의 인기 시트콤 ‘엘렌’의 주인공으로 시즌 4까지 쇼를 이끌던 엘렌은 한창 잘나가던 1997년 4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돌연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고백했다. 그는 이 시기 여성을 좋아하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하고 커밍아웃을 감행했다.

‘맞아요, 난 동성애자입니다(Yep, I’m gay)’라는 제목과 엘렌의 사진이 함께 실린 잡지 커버는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당시 미국인 전체의 68%가 성소수자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다. 유명 목사를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 보이콧 움직임에 JC페니·크라이슬러 등은 계약을 중단했다. 살해 협박에 못 이긴 ABC의 모회사 월트디즈니컴퍼니는 결국 다음 시즌 제작을 취소했다. 이 여파로 3년 동안 방송계에서 모습을 감춘 엘렌은 후에 “동성애자임을 밝혔을 뿐인데 사람들이 화가 난 이유를 알 수 없었고,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회상했다.

엘렌은 다시 시작했다. 2003년 스탠드업 코미디 분야에서 자신의 장기를 살려 토크쇼 ‘엘렌 드제네레스’를 시작했다. 성 정체성을 숨기지 않았고, 이런 그의 당당함은 대중의 호응을 얻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된 2008년엔 지금의 아내와 공개 결혼식도 올렸다. 히스토리채널은 엘렌을 미국 방송계에서 성소수자 이슈를 확대시킨 기념비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2016~2017년 프라임타임 성소수자 주제의 프로그램 비율은 2005~2006년보다 3배 이상 증가한 6.4%를 기록했다.

엘렌은 2016년 각 분야에 큰 공헌을 한 21명의 인물 중 한 명으로 뽑혀 미국 최고 권위의 시민상인 ‘자유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모든 결혼이 동등함을 인정받게 된 이 순간 사람들은 20년 전 엘렌이 대중 앞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고백하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지를 쉽게 잊곤 한다”고 평가했다.


강점 2 | 폭넓은 시청자층 포용

“친근하면서도 편안하고 현실적이기까지 해 함께 있으면 재미있다.” 코미디언인 제리 사인펠트는 엘렌을 이렇게 평가했다. 

엘렌쇼의 강점은 진행자와 프로그램의 ‘밝은 에너지’다. 그는 종종 자신의 쇼에서 출연자들을 상대로 농담을 건네거나 뒤에서 놀라게 하는 등의 다소 유치하면서도 가벼운 장난을 친다. BTS가 출연한 에피소드에서도 대화 도중 상자에서 여성 팬으로 분장한 스태프가 뛰어나와 출연자들을 놀라게 해 웃음을 이끌어내는 식이다.

덕분에 시청 연령층도 넓다. 미국 동부 시간 기준으로 오후 4시쯤 시작하는 영향으로 여성과 어린이 시청자가 많다. 코난 오브라이언, 지미 키멜 등이 진행하는 성인 대상 심야 토크쇼에서 정치 풍자나 성적·자극적 농담이 난무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청정한’ 토크쇼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출연자들도 부담 없이 출연한다. 버라이어티는 “출연진들이 최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쇼”라고 전했고, 가디언도 “그의 쇼는 따뜻하고 다정한 느낌을 준다”고 했다.

이런 배경은 엘렌쇼를 장수로 이끈 동력이 됐다. 지금까지 15개의 시즌을 거치는 동안 총 59차례에 달하는 에미상(TV 프로그램판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여태까지 방송된 시간만 해도 6200만시간에 달한다.


강점 3 | 이미지와 브랜드력 적극 활용

엘렌은 밝고 따뜻한 자신의 이미지와 이에 따른 화제성을 영리하게 이용할 줄 아는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2014년 아카데미상 시상식 사회자로 나섰을 때 시상식 도중 무대 아래 참석자 좌석으로 걸어 나가 유명인들과 셀카를 찍어 트위터에 올리는 쇼맨십을 보였다.

제니퍼 로렌스, 메릴 스트립, 줄리아 로버츠, 브래드 피트, 안젤리나 졸리 등 유명 배우들과 찍은 사진은 335만번 리트윗(해당 게시글을 다른 사람이 다시 게시한 것)되며 2017년까지 트위터 역사상 가장 많이 리트윗된 게시글로 꼽혔다.


강점 4 | 매회 신선한 아이디어로 인기 견인

“인기 세제 ‘타이드’ 가격은?” “4달러 정도 하겠네.”

빌 게이츠(63)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지난 2월 엘렌 쇼에 출연해 서민들의 생필품 다섯가지의 가격을 맞히는 퀴즈에 도전했다. 타이드의 정가는 게이츠 추측의 5배에 달하는 20달러. 그가 번번이 틀리고 말아 쩔쩔매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외신들은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한해 수십억달러씩 기부에 나서는 게이츠가 서민들의 생필품 가격을 몰라 곤경에 빠지는 구성이 시청자들의 열광을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

프로그램 아이디어는 엘렌과 팀원들이 함께 짠다. 엘렌은 패스트컴퍼니와의 인터뷰에서 “콘텐츠를 신선하게 유지하기 위해 모든 팀원이 한자리에 모여 아무 아이디어나 말하는 회의를 자주 가진다”고 말했다. 인턴부터 프로듀서, 의상 담당자까지 독특한 아이디어를 끄집어내기 위해 열린 자세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점 5 | 발 빠른 섭외력도 큰 몫

제작진의 섭외력도 쇼의 흥행을 뒷받침하는 동력으로 꼽힌다. NBC 대표 프로그램이라는 이름값에 유명인들이 ‘제 발로’ 출연을 자청하기도 하지만 엘렌쇼 팀의 섭외력도 한몫하고 있다. BTS가 지난해 11월 엘렌쇼에는 처음 출연했는데, 제작진이 한달 전부터 적극적으로 섭외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plus point

‘포브스’선정 2018 여성 유명인 수입 순위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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