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6일 찾은 코스트코 양평점은 무더위를 잊고 쇼핑 나온 사람들로 붐볐다. 사진 백예리 기자
8월 6일 찾은 코스트코 양평점은 무더위를 잊고 쇼핑 나온 사람들로 붐볐다. 사진 백예리 기자

공조 시스템이 그대로 드러난 노출 천장에 물류창고 같은 매장, 교통 체증을 유발하는 불편한 주차장, 현금 또는 특정 카드만 이용해야 하는 결제 시스템, 경쟁사에는 없는 연회비. 불편함으로 점철된 이 외국계 기업은 해가 갈수록 인기를 더하며 성장하고 있다. 심지어 이 매장을 겨냥한 비슷한 경쟁 업체가 한국에 우후죽순 생겼는데도 매출에 타격이 없다. 이렇다 할 마케팅이나 광고도 하지 않는 이 매장에 소비자가 몰린다.

글로벌 유통 기업의 무덤으로 알려진 한국 시장에서 지속 성장 중인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 이야기다. 코스트코는 1983년 미국 시애틀 인근 커클랜드에서 시작해 1998년 코스트코 코리아를 설립하고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글로벌 유통 대기업 월마트와 카르푸가 현지화 노력에도 정착에 실패하고 2006년 모두 철수한 것과 달리 코스트코 코리아는 지난해 3조8000억원 매출로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2010년 한국의 유통 공룡인 이마트가 코스트코와 대적하기 위해 창고형 할인점인 이마트 트레이더스를 내놓자 코스트코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코스트코는 흔들림이 없었다. 국내에 14개 매장을 둔 코스트코 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1670억원으로 2011년보다 각각 83%, 28% 증가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매출이 진출 이듬해인 2011년 2840억원에서 지난해 1조5200억원으로 커지는 동안에도 코스트코의 성장이 계속된 것을 보면 코스트코는 한국 시장에서 코스트코만의 차별화된 강점을 바탕으로 소비자층을 확고하게 구축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8월 6일 찾은 코스트코 양평점은 무더위를 잊고 쇼핑 나온 사람들로 붐볐다. 계산대에 줄지어 선 행렬은 월요일 저녁이라 하기 무색할 정도였다. 손자·손녀 손을 잡고 온 할아버지부터 모녀, 부자, 쇼핑카트에 아이 둘을 태운 부부까지 가족 고객이 주로 눈에 띄었다.


성공비결 1 | 품목 수 줄여 고품질 확보

코스트코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비자들은 ‘코스트코에서만 살 수 있는 값싸고 품질이 우수한 제품’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10년간 코스트코를 이용해온 직장인 이수연(45)씨는 “향수·의류 등 매 시즌 코스트코에서만 살 수 있는 제품이 달라진다”며 “주로 여기서만 살 수 있는 제품을 사러 오기 때문에 다른 할인점에 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약 14만 개 품목을 취급하는 월마트와 달리 코스트코는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 품목을 4000여 개로 제한한다. 품목별로 품질이 좋으면서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한 가지씩만 들여오기 때문에 제품당 판매 물량이 늘어나 납품 업체와의 가격 협상력이 올라간다. 한 가지 제품의 구매 단위를 크게 해 단가를 낮추는 방식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질 나쁜 상품은 취급하지 않는다는 게 코스트코의 핵심 전략 중 하나다. 품목별로 가장 품질이 좋고, 값이 싸며, 큰 사이즈 제품 하나만 제공하는 것이다. 고객이 비슷한 제품 4~5개 중 고르다가 결국 안 사는 것보다 확실한 제품 하나가 잘 팔리는 게 낫다는 믿음 때문이다. 판매가 잘될 만한 제품만 엄선해 팔기 때문에 재고가 빠르게 소진된다.


성공비결 2│ 납품 대금은 현금으로 한 달 내 지급

코스트코가 고품질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납품 업체에 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지급기일을 짧게 유지하기 때문이다. 일부 유통 업체가 60~90일 내로 납품 대금을 어음으로 지급하는 것과 달리 코스트코는 현금을 지급한다. 업체마다 다르지만 최소 10일~최대 30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한다. 납품 업체로서는 현금으로 보다 일찍 대금을 받을 수 있는 코스트코와의 계약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코스트코에 채소 등을 납품하고 있는 업체 관계자는 “원물을 거래하기 때문에 농민에게 대금을 바로 지급해야 한다”며 “중소 업체 경영에는 자금 회전력이 정말 중요한데, 코스트코는 10일에 한 번, 한 달에 세 번 대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무척 도움된다”고 말했다.

코스트코에 식품을 납품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대기업 입장에서도 이자 비용을 고려하면 경쟁 유통 채널보다 빨리 대금을 지급하는 코스트코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공비결 3│ 싸게 팔수록 많이 남는 사업 모델

코스트코는 회원제도를 운용하면서 국내에서 기업 회원 3만3000원, 개인 회원 3만8500원의 연회비를 받는다. 소비자 입장에서 절대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이미 국내 회원만 100만 명(전 세계 회원 수는 9200만 명)이 넘었다. 고객 충성도를 가늠할 수 있는 멤버십 갱신율은 90%에 이른다. 일단 회원이 되면 낮은 마진율을 통해 확보된 고품질 제품을 저렴하게 마음껏 구매할 수 있다.

이렇게 확보된 연회비는 코스트코의 순이익을 늘리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런 이유로 코스트코는 품질 좋은 제품을 싸게 팔아 고객 만족도를 높여 멤버십 회원을 유지하고 확대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지난해 코스트코 본사의 영업이익(41억1100만달러) 중 69%가 판매 마진이 아닌 회원들의 연회비 수입(28억5300만달러)이었다. 고객이 많이 구매할수록 이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많이 만족할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셈이다.

※ 이 기사 작성에는 하지은 인턴기자가 참여했습니다.


plus point

코스트코 핫도그는 왜 34년 동안 계속 1.5달러?

코스트코 양평점 푸드코트 모습. 사진 백예리 기자
코스트코 양평점 푸드코트 모습. 사진 백예리 기자

코스트코 매장에 가면 코스트코의 주력 메뉴인 핫도그, 피자, 베이크 등을 파는 푸드코트가 있다. 1984년 매장 앞 카트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이 핫도그를 34년 동안 한 번의 가격 인상도 없이 1.5달러(한국은 2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그대로지만 소시지는 10% 더 굵어졌고, 핫도그 세트 메뉴에 포함된 음료 용량은 12온스에서 20온스로 커졌다.

이 저렴한 핫도그의 역할은 무엇일까. 첫 번째로 멤버십 회원의 만족감을 위한 수단이다. 핫도그는 연회비를 낸 회원에게 ‘적은 돈으로 많은 음식을 샀다’는 만족감을 준다.

또 코스트코는 핫도그를 먹으러 매장에 올 정도로 고정 팬이 많은 핫도그가 회원을 늘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봤다. 현재 한국 코스트코 매장과 미국 일부 매장에서는 고객이 회원카드 없이도 푸드코트를 이용할 수 있다. 회원이 아닌 사람도 매장에 와서 핫도그를 먹을 수 있도록 해 회원 가입을 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1.5달러짜리 핫도그가 ‘미끼상품’ 역할을 해 베이크, 피자 등 다른 제품의 판매고를 높인다는 분석도 있다. 피자 1조각의 가격은 1.99달러, 치킨베이크는 2.99달러, BBQ햄버거는 4.99달러로 저렴하긴 하지만 핫도그만큼 파격적이진 않다.

핫도그가 워낙 많이 팔려 ‘규모의 경제’를 이룬다는 분석도 있다. 코스트코의 연간 핫도그 판매량은 약 1억 개로 미국 모든 메이저리그 야구장에서 판매되는 핫도그보다 4배 많다. 연매출만 1억5000만달러(1600억원)인 셈이다.

백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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