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무라 모토노부 맨덤 사장이 맨덤 제품을 배경으로 서 있다. 사진 맨덤
니시무라 모토노부 맨덤 사장이 맨덤 제품을 배경으로 서 있다. 사진 맨덤

결코 잘생기지는 않은, 평범한 남자가 느끼한 표정으로 얼굴에 거품을 묻혀 세수를 한다. 얼굴을 씻으려 카메라 앵글에서 벗어났다가 돌아오니, 잘생긴 일본 유명 연예인 기무라 타쿠야(木村拓哉)로 변해 있다. 몇 해 전 한국에서도 화제가 됐을 정도로 유명한 이 영상은 일본 남성용 화장품 브랜드 ‘개츠비(GATSBY)’ 광고다. 한국엔 머리에 발라 스타일링을 돕는 개츠비의 헤어 왁스가 유명하지만, 이 브랜드는 세안제와 보디로션 등의 제품도 생산한다. 개츠비를 만드는 회사가 맨덤(MANDOM)이다.

맨덤은 1927년 설립된 일본의 화장품 업체다. 창업자 니시무라 신파치로(西村新八郎)는 프랑스에서 수입한 향수 등을 팔던 잡화점에서 일하다가 독립해 회사를 창업했다. 현 사장 니시무라 모토노부(西村元延)는 창업자의 손자다.

맨덤의 주력 제품은 헤어 스타일링용 왁스 등 남성용 화장품이다. 남성용 화장품 시장에선 일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2017년 4월~2018년 3월) 매출액 813억8600만엔, 영업이익 84억5700만엔, 당기순이익 60억8600만엔을 기록했다. 각각 5년 전보다 34.7%, 42.2%, 68.7% 증가했다.


성공비결 1│ 남성용 화장품에 집중한 역발상

화장품은 여성이 사용하고, 남성은 몸에 아무 것도 바르지 않는다는 편견이 있다. 그러나 맨덤은 초창기부터 남성 고객을 타깃으로 제품을 개발했고, 이런 역발상으로 시장을 석권했다. 지금의 맨덤을 키운 제품은 1933년 발매된 ‘단초(丹頂) 치크’다. 머리에 바르는 포마드 제품으로, 기본적인 헤어 스타일의 틀을 형성할 때 유용하다.

위기도 있었다. 1963년 대형 화장품 회사 시세이도(資生堂)가 남성용 화장품을 내놓은 것이다. 매출이 떨어져 회사가 파산할 지경에 이르렀다. 1970년 새로운 남성용 화장품 브랜드 ‘맨덤’을 출시하고, ‘황야의 7인’에 출연한 유명 할리우드 배우 찰스 브론슨을 모델로 기용한 광고가 큰 인기를 끌면서 회사가 기사회생했다. 이 제품의 성공으로 사명(社名)을 기존의 ‘단초주식회사’에서 ‘맨덤’으로 변경했다. 현재 주력 브랜드인 ‘개츠비’는 1978년 신세대를 겨냥해 만들었다. 이후 개츠비 제품을 개선해가며 지금에 이르렀다.

제품 다각화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 기반도 마련했다. 오랜 남성 화장품 회사라는 전통을 깨고 1984년 최초로 여성용 화장품을 만든 것이다. 2005년부터는 여성용 화장품을 집중적으로 개발하며 상품 라인업을 다각화했다. 지난해 매출액 중 남성용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63%, 여성용은 28%, 기타 9%였다.


성공비결 2│ 스메하라 관련 제품 각광

일본엔 ‘스메하라(smell+harassment)’라는 단어가 있다. 몸에서 풍기는 불쾌한 냄새로 주위 사람들에게 괴로움을 준다는 뜻이다. 불쾌감을 주는 냄새는 구취, 땀 냄새, 담배 냄새, 지나친 향수 등 다양하다. 작년 5월 맨덤이 일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의하면 60%의 응답자가 동료의 체취와 구취 등 냄새가 신경 쓰인다고 답했다.

지난 2월 코트라는 “최근 3년간 스메하라가 일본 직장인들 사이에서 신조어로 자리잡았다”며 “직장 내 냄새로 인한 휴직이나 퇴직이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일본 서비스업계를 중심으로 스메하라가 주목을 받고 있다”고 했다. 파나소닉은 도쿄 사무실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신경 쓰이는 냄새’에 대해 설문조사를 하고, 담배 냄새, 땀 냄새, 과도한 향수 냄새 등에 주의해달라는 메시지를 담은 스타일북을 전사적으로 배포했다.

체취로 인한 고통에 신경 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스메하라는 관련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와이셔츠 제조업체인 야마키는 땀이 많이 나는 목과 겨드랑이 부분에 냄새 제거 기능 소재를 사용한 제품을 출시했다. 코니카미놀타에서 개발한 스마트폰 연동 체취 측정기 ‘쿤쿤보디’는 일본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 5000만엔의 자금을 모았다. 이 기기는 구취, 땀 냄새 등의 체취를 측정한 후 1~100단계로 표시해준다.

스메하라의 원인이 되는 냄새 중 화장품 업계에서 주목하는 것은 남성에게서 나는 체취다. 흔히 ‘홀아비 냄새’라고 부르는, 50대 이상의 중년 남성에게서 나는 ‘가령취(加齡臭)’와 30~40대 남성이 풍기는 이른바 ‘아재 냄새’다.

일반적으로 몸에서 나는 불쾌한 냄새를 가리기 위해 개발된 것이 향수다. 그러나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일본인들은 향수를 뿌리는 것이 필요 없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 샴푸와 섬유유연제 향기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있다. 맨덤은 이런 트렌드를 감안한 후각 전문가들의 연구를 통해 30대 후반~50대 후반 중년 남성의 체취를 분석한 뒤, 탈취제로 쓸 수 있는 무향료 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만들어져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은 샴푸와 보디워시, 데오드란트 등 다양하다.

맨덤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2014년부터 ‘냄새 관리 세미나’를 열어 심각성을 환기시키며 관련 상품을 알리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50개사의 3000명 넘는 직장인들이 이 세미나를 수강했다.


성공비결 3│인도네시아에 조기 진출해 성공

지난해 맨덤의 전체 매출액 중 일본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59%였다. 나머지 매출 중 절반 이상을 인도네시아에서 벌어들였다. 전체 매출 가운데 인도네시아가 24%, 기타 해외 지역이 17%를 차지했다. 아예 맨덤은 실적을 발표할 때도 ‘일본’ ‘인도네시아’ ‘기타 해외’로 분류한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매출액은 196억1600만엔으로, 전년보다 7.1% 늘었다. 3.9% 증가하는 데 그친 일본 시장보다 성장 속도가 빠르다.

맨덤은 인도네시아 외에 싱가포르, 대만, 홍콩, 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중국, 인도 등에 진출해 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인도네시아가 ‘제2의 내수시장’으로 성장한 것은 현지화 전략이 성공한 덕분이다.

맨덤은 1969년 인도네시아에 생산공장을 설립하면서 진출했으며, 맨덤의 자회사인 ‘맨덤 인도네시아’는 현지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다. 맨덤의 남성용 화장품 브랜드 개츠비와 여성용 화장품 브랜드 픽시를 모르는 인도네시아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인도네시아인들이 맨덤을 자국 기업으로 생각할 정도다. 맨덤의 남성 헤어 제품은 인도네시아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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