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서를 형상화한 파이어하우스 서브 매장 전경. 사진 파이어하우스 서브
소방서를 형상화한 파이어하우스 서브 매장 전경. 사진 파이어하우스 서브

1994년 10월 10일,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의 전∙현직 소방관 형제 두 명이 서브(sub∙잠수함을 닮은 긴 빵에 육류와 채소, 소스 등을 넣어 만드는 샌드위치) 가게를 열었다. 빈털터리였던 둘은 3만5000달러(약 4000만원)의 창업 자금 중 소방공제회 지원금 2000달러를 제외한 나머지를 가족과 친구, 친척에게 빌렸다.

초기에는 소방관 출신이란 사실이 무색할 만큼 많은 빵과 고기를 ‘불조절’ 실패로 태워 먹기도 했다. 그로부터 24년이 지난 지금, 형제의 샌드위치 가게는 미국 내 44개 주와 캐나다, 푸에르토리코에 1100개가 넘는 매장을 거느린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업체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7억1500만달러(약 8000억원), 그중 미국 매출이 4억7700만달러를 차지했다. 미국의 샌드위치 프랜차이즈 ‘파이어하우스 서브(Firehouse Subs)’와 창업자인 크리스와 로빈 소렌슨 형제 이야기다.

미국 외식업계에서 매장 수 1000개 돌파는 명실상부한 ‘전국구 플레이어’가 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프랜차이즈의 천국’ 미국에서 2016년 기준으로 매장 수 1000개를 넘긴 업체는 약 40개에 불과했다. 몸집만 커진 것은 아니다. 미국 ‘포브스’는 2015년 파이어하우스 서브를 ‘최고 프랜차이즈 업체(Best franchise to buy)’로 선정했다. 세계적인 레스토랑 컨설팅 업체인 테크노믹의 외식 브랜드 평가에서는 2016년과 지난해 각각 음식과 서비스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제대로 된 사업 경험이 전혀 없었던 빈털터리 소방관 형제의 외식업 창업 ‘대박’ 비결은 뭘까.


성공비결 1│ 일관성 있는 매장·메뉴 콘셉트

미국에서 소방관은 ‘존경받는 직업’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자주 1위에 이름을 올릴 만큼 이미지가 좋다. 소방관 복장을 하고 상점에 들어서면 물건값을 깎아주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적지 않은 소방관들이 우울증에 시달리며 직업 만족도에서 최하위를 맴도는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매우 다르다.

크리스와 로빈 형제가 가게 이름에 ‘소방서(firehouse)’를 넣은 것은 그런 면에서 훌륭한 선택이었다. 형인 크리스는 창업 이후에도 4년 동안 소방관 생활을 병행했다(부친인 로버트도 소방관으로 43년을 일하다 은퇴했다). 생계 유지를 위한 것이었지만 ‘현역 소방관이 운영하는 소방서 테마 식당’이라는 흥미 요소가 더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매출과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파이어하우스 서브 매장 내부. 사진 파이어하우스 서브
파이어하우스 서브 매장 내부. 사진 파이어하우스 서브

매장 내부에도 방화복과 헬멧, 구조용 로프와 만능도끼 등을 비치해 이름에 걸맞은 공간을 연출하는 데 공을 들였다. 파이어하우스 서브 매장에는 진화와 구조 작업 등 소방관의 일상을 주제로 한 대형 벽화가 걸려 있다. 주변 지역의 특색을 반영했기 때문에 서로 같은 그림은 한 쌍도 없다.

메뉴도 최대한 소방서 느낌이 들도록 구성했다. 파이어하우스 서브의 간판 메뉴는 ‘훅앤드래더(hook & ladder∙사다리 소방차)다. 훈제 칠면조 가슴살과 허니햄, 몬터레이 잭 치즈, 토마토와 양파, 양상추 등을 넣어 만든다. 여기에 로스트비프를 추가하고 잭 치즈 대신 프로볼로네 치즈를 넣은 ‘파이어하우스 히어로(소방서의 영웅)’와 스위스 치즈, 튀긴 버섯이 들어간 ‘엔지니어’도 인기다. 


성공비결 2│ 토끼 이긴 거북이의 절약과 인내

소렌슨 형제는 파이어하우스의 성공 비결로 주저 없이 ‘절약 정신’을 꼽는다. 창업 당시 통장 잔액이 100달러도 안 됐던 이들에게 절약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그렇다고 무작정 지출만 줄이는 건 사업 포기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절약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이들은 창업 직전까지 약 2년 동안 미래의 경쟁 업체에 대한 철저한 시장 조사를 진행했다. 동생 로빈이 한때 매니저로 일했던 식당의 식자재 배달 직원이 큰 도움이 됐다. 배달 내용이 담긴 영수증을 모아뒀다가 로빈에게 보여주곤 했는데, 이를 통해 식당마다 사용하는 고기 종류와 가격 등 유용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경쟁업체를 능가하는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최고 품질의 빵을 구매하기 위해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프렌치 베이커리를 찾아가 거래를 텄다. 피클은 128년 전통의 뉴욕 카츠델리(Katz’s Deli)와 같은 업체에서 공급받고 있다.

반면 핵심 사업 역량과 무관한 비용 지출은 지나치다 싶을 만큼 아꼈다. 창업 후 몇 년간 로빈은 가게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수입만 챙겼다. 1년에 1만2000~1만5000달러 정도였다. 소방관 일을 병행했던 크리스는 별도의 급여를 받지 않았다. 직원도 한 명을 제외하면 모두 가족이어서 비용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었다.

절약 정신의 미덕은 비용 절감에 그치지 않는다. 소렌슨 형제는 “빈털터리였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사업 성공에 필요한 것들을 배워갈 수 있었다”고 입을 모은다. 넉넉한 형편이었다면 섣부른 욕심으로 덤비다가 낭패를 봤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성공비결 3│지역사회와 함께 커가기

소렌슨 형제는 2004년 2500여명의 사망̇실종자와 수십만명의 이재민을 낸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쓸고 지나간 미시시피 지역에 대형 트럭으로 음식과 물을 공급하며 구호 활동을 지원했다. 이를 계기로 이듬해 ‘공공안전재단(Public Safety Foundation)’을 설립, 지금까지 3500만달러(약 400억원) 상당의 응급의료 및 구호 장비를 지원했다. 이들은 신규 매장 오픈을 수익 창출을 넘어 새로운 지역사회와 인연을 맺는 소중한 기회로 받아들인다.

이와 함께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매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차별화 포인트는 “매장을 찾는 모든 고객을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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