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싱커피는 인기 배우 ‘탕웨이’를 모델로 내세우는 등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 루이싱커피
루이싱커피는 인기 배우 ‘탕웨이’를 모델로 내세우는 등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 루이싱커피

‘루이싱(瑞幸·Luckin)커피가 중국 최초의 커피 유니콘이 될 것이다.’

중국의 테크전문 매체인 ‘테크노드’의 지난달 기사 제목이다. 테크노드는 이 기사에서 “루이싱커피가 최근 2억~3억달러 규모의 시리즈A(최초 투자 이후의 첫 후속 투자)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며 “루이싱커피가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전했다. 유니콘은 기업 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기업을 일컫는 말이다.

루이싱커피는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중국의 차량호출 서비스 업체인 ‘선저우요우처(神州優車)’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낸 첸즈야(錢治亞)가 작년 말에 설립했는데, 불과 반년 정도가 지난 현재 중국 13개 도시에 500개가 넘는 직영점을 냈다. 중국에서만 33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스타벅스에 비하면 아직 덩치가 작지만, 성장 속도는 가파르다. 

여기에 더해 루이싱커피가 수억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공격적인 확장 전략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 현지에서는 스타벅스 수준인 3000~4000개로 매장을 늘릴 때까지 루이싱커피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첸즈야 루이싱커피 최고경영자(CEO)는 5월 말 중국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직 이익을 낼 시점을 생각하지 않고 있고, 상당히 오랫동안 손실을 감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파란 사슴(루이싱커피의 상징)은 어떻게 세계 커피 시장을 평정한 초록 인어(스타벅스의 상징)를 위협하고 있는 걸까. 

루이싱커피의 커피 가격이 스타벅스보다 20% 정도 저렴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커피 5잔을 사면 5잔을 공짜로 주는 파격적인 마케팅 덕분일까. 이런 식의 저가·물량 공세 이면에 있는 루이싱커피의 핵심 역량을 살펴봤다.


전략 1│디지털 기술에 특화

루이싱커피 매장이 다른 커피 전문점과 다른 것 중 하나는 계산을 하기 위한 줄이 없다는 점이다. 스타벅스 하면 생각나는 긴 줄을 루이싱커피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커피 주문과 결제, 수령까지 모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루이싱커피에서 커피를 마시려면 매장을 방문했더라도 일단 스마트폰의 앱부터 열어야 한다. 앱에서 커피를 고르고 설탕이나 우유의 양을 선택한 다음 주문하기를 누르면 된다. 주문할 커피가 정해지면 매장 카운터를 방문해서 스마트폰의 QR코드를 인식시키면 받을 수 있다. 결제는 스마트폰의 위챗페이나 알리페이로 하기 때문에 따로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꺼낼 필요가 없다. 코트라 베이징무역관 관계자는 “루이싱커피의 앱은 주문 후 커피가 만들어질 때까지 1분 단위로 시간을 정확하게 알려주기 때문에 먼저 가서 기다리거나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스타벅스도 스마트폰 앱으로 미리 커피를 주문하는 ‘사이렌 오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전체 주문 중 사이렌 오더의 비율은 높지 않다. 루이싱커피는 아예 현장 주문을 없애는 파격적인 전략을 택했고,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의 탄생을 지켜본 제프리 타우슨 베이징대 광화경영대학원 교수는 루이싱커피의 탄생 과정이 다른 커피 전문점과 다르기 때문에 이런 선택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첸즈야 CEO는 루이싱커피를 만들 때, 선저우요우처에서 함께 일하던 직원들을 여럿 데려왔다. 차량호출 서비스를 운영해본 경험이 밑바탕이 되면서 커피에 ‘O2O(온라인투오프라인)’를 완벽하게 접목하는 게 가능했다. 

타우슨 교수는 “코스타커피나 카페베네 같은 커피 전문점이 스타벅스와 같은 전략으로 경쟁하려 했다면, 루이싱커피는 기술을 중심으로 커피 전문점 경쟁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고 있다”며 “루이싱커피는 스타벅스가 중국에서 경쟁했던 다른 커피 전문점과 전혀 다른 상대”라고 말했다.

소비자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할 때마다 나오는 데이터도 루이싱커피의 큰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디디추싱이나 모바이크 같은 O2O 서비스 업체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커피는 하루에도 몇 잔씩 마시는 일상적인 소비재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데이터가 그만큼 빨리 축적된다. 지난 5월 중국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첸즈야 CEO는 루이싱커피 앱 가입자가 130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용자가 늘어나고, 중국 사람들이 커피를 더 많이 마실수록 루이싱커피가 보유하는 데이터의 양은 빠르게 늘어난다. 

타우슨 교수는 알리바바나 징둥닷컴, 텐센트 같은 중국의 거대 IT 기업이 루이싱커피의 데이터가 가진 가치에 주목할 것으로 봤다. 루이싱커피가 알리바바 유통망의 일부가 된다면 스타벅스를 넘어서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략 2│선택을 편하게 하라

미국 최초의 가격 비교 쇼핑 사이트인 ‘프라이스그래버닷컴’은 1999년 오픈 초기에 소비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지만 인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상품의 개수를 늘리는데 치중하다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소비자들은 비슷한 상품이 수백 개씩 뜨는 프라이스그래버닷컴 대신 몇 개의 상품만 제시해주는 아마존으로 이동했다. 

UCLA 앤더슨경영대학원의 슐로모 베나치 교수는 프라이스그래버닷컴의 실패를 ‘부주의 맹(inattentive blindness)’으로 설명한다. 

부주의 맹은 정보량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주의력 결핍으로 선택에 어려움을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베나치 교수는 “선택의 가짓수를 줄이는 게 소비자를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이싱커피는 선택의 가짓수를 줄여서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루이싱커피에서는 커피의 크기를 선택할 수 없다. 모든 커피가 기본(Tall)만 주문이 가능하다. 가격도 단순하다. 아메리카노가 21위안, 라테와 카푸치노는 24위안, 나머지 음료는 27위안이다. 수많은 음료를 팔고 크기와 가격도 다양한 스타벅스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루이싱커피는 매장 종류를 다양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사진 루이싱커피
루이싱커피는 매장 종류를 다양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사진 루이싱커피

음료의 종류와 가격, 크기를 단순화한 대신 루이싱커피는 매장의 종류를 다변화했다. 루이싱커피의 매장은 ‘엘리트’ ‘릴렉스’ ‘픽업’ ‘키친’ 등 네 종류로 나뉜다. 엘리트와 릴렉스 매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커피 전문점 매장과 비슷하다. 소파와 의자, 테이블에서 편안하게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했다.

반면 픽업 매장은 주문한 커피를 받아갈 수 있는 정도의 공간만 있다. 테이크아웃과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매장이다. 키친은 케이크를 비롯한 음식 판매에 특화된 매장이다. 

이런 식으로 매장의 종류가 나뉘어 있기 때문에 소비자는 앱에서 커피를 시킬 때 목적에 맞춰서 커피를 받을 매장도 고를 수 있다. 픽업 매장은 시내 중심가 곳곳에 있기 때문에 테이크아웃 커피를 사러 큰 매장까지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 중국 청두지부는 루이싱커피의 성장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루이싱커피가 베이징‧상하이를 넘어 선전·광저우·난징·청두·충칭 등 2선 도시까지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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