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민 카이스트(KAIST) 산업공학, 스탠퍼드대 경영공학 석사, 전 소프트뱅크벤처스 투자심사역, 전 로켓오즈 공동창업가 겸 CEO, 전 구글 캠퍼스 서울총괄, 전 500 스타트업스 한국 대표파트너
임정민
카이스트(KAIST) 산업공학, 스탠퍼드대 경영공학 석사, 전 소프트뱅크벤처스 투자심사역, 전 로켓오즈 공동창업가 겸 CEO, 전 구글 캠퍼스 서울총괄, 전 500 스타트업스 한국 대표파트너

2020년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많은 기업이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었던 해였다. 산업 분야와 규모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드리워진 코로나19의 검은 그림자는 거의 1년 가까이 걷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런 위기 상황 속에서도 살아날 방법을 찾으며 성장 스토리를 쓰는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있다.


숙박 공유 업체 ‘에어비앤비’

세계 최대 숙박 공유 업체로 성장한 에어비앤비는 상장을 앞둔 2020년 봄 코로나19라는 위기를 맞았다. 그해 4월 전년 동월 대비 70% 넘게 예약이 취소됐고, 전 세계 임직원의 약 25% 수준인 1900명이 넘는 직원을 정리해고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런 진통을 겪은 후 여름,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와 조 게비아 그리고 에어비앤비 직원들은 고객들의 데이터를 유심히 살펴보던 중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28일 이상 장기투숙하는 비율이 급격히 늘어났는데, 이 장기투숙객들을 살펴보니 대부분 여행 목적이 아니라, 집에서 일하거나 공부하기 위해 에어비앤비를 이용한다는 사실이었다. 에어비앤비는 즉시 장기투숙객과 장기로 집을 빌려줄 수 있는 집주인에 대한 지원과 마케팅에 집중했다. 그 결과 에어비앤비는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거의 80% 수준으로 회복한 매출을 달성했고, 분기 이익을 냈다.

에어비앤비는 2020년 12월 나스닥에 100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으로 상장했다. 이는 대표적인 호텔 체인 메리어트와 힐튼그룹을 합친 것보다 많은 것이다. 또 상장 시 4조원이 넘는 금액을 공모하면서 미국 거래소 역사상 여섯 번째로 큰 테크기업 상장 사례가 됐다.


음식 배달 앱 ‘도어대시’

한국에 배달의민족이 있듯이 미국 사람들은 도어대시(DoorDash)라는 음식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쓴다. 이 스타트업은 2013년 창업한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고, 2020년 12월 나스닥에 40조원이 넘는 기업가치로 상장하는 데 성공했다. 대부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스토리가 그렇듯 도어대시의 창업자도 사업 초창기 무척 가난한 시절을 보냈다.

도어대시 창업주 토니 쉬는 중국 난징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온 전형적인 이민자 가정의 아들이다. 그는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MBA)에서 공부하던 2012년, 같이 공부하던 친구 4명과 함께 도어대시를 창업했다. 당시 학교가 있던 팰로앨토에는 마땅한 음식배달 앱이 없어서 불편함을 느끼던 차에, 친구들과 함께 불과 한 시간 만에 팰로앨토딜리버리닷컴(현 도어대시)이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론칭했다.

토니와 친구들은 창업 초기에 홍보용 전단을 프린트하기 위해 매일 밤 스탠퍼드대 교내 프린터를 찾아다니면서 학생증을 이용해 거의 공짜로 프린트했는데, 그렇게 인쇄한 전단이 무려 11만 장이 넘었다. 만약 이 정도 분량의 전단을 전문 인쇄소에 주문했다면 3300만원도 넘게 들었을 텐데, 당시 창업자 토니의 은행 계좌에 들어있던 돈은 약 2000만원에 불과했다.

서비스 첫날 주문이 겨우 몇 건 들어왔을 뿐이었지만, 공짜 전단 효과와 친구들의 입소문 덕에 주문이 꾸준히 늘었다. 문제는 배달이었는데, 아직 배달원을 고용할 만한 돈이 없었으므로 창업자 4명이 직접 배달을 다녔다. 그러면서 현장의 문제를 더 날카롭게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전통은 지금도 계속돼 도어대시 직원이면 누구나 최소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배달을 나가야 한다.

도어대시는 2013년 스타트업의 하버드라 불리는 와이콤비네이터에 선정되면서 약 1억3000만원의 시드 펀딩을 받은 이후 급속한 성장을 했고, 이듬해 18개 도시로 사업을 확장하며 660억원이 넘는 투자를 유치했다.

토니는 UC 버클리를 졸업하고 맥킨지, 이베이에서 경력을 쌓은 후 스탠퍼드대 MBA에 입학한 엘리트이기도 하다. 하지만 도어대시의 성공 배경에는 그의 어머니가 하는 식당에서 설거지와 서빙을 하며 배운 동네 식당의 현장 감각과 창업 초기부터 부자가 된 지금까지도 현장의 경험과 어려움을 소중히 여기는 겸손함과 성실함이 있다.


식자재 유통 스타트업 ‘치타’

치타(Cheetah)는 2015년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식자재 유통 스타트업이다. 식당 주인이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자정 이전에 식자재를 주문하면 다음 날 식당 문 앞까지 배달하는 서비스를 한다.

창업가 나마 모론은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유대인으로, 농장을 운영하는 가정에서 자랐다. 그는 코넬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이후에도 여전히 농업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실리콘밸리에 오면서 더 효율적으로 농장을 운영하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창업 기회를 찾고 있었다. 2015년 치타를 창업하면서 신선한 채소와 고기, 유제품 등을 생산하는 농장 주인과 좋은 품질의 식자재를 원하는 식당 주인 사이에서 여러 가지 기술을 활용해 농가 소득을 높여주면서도 식당 주인에게는 좋은 품질의 식자재를 가장 싼값에, 바로 다음 날 배송하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가 닥치자 거의 순식간에 일평균 주문 건수가 80% 넘게 떨어졌다. 록다운(봉쇄) 명령으로 인해 식당들이 문을 닫아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론과 창업팀은 자신들이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무엇인지 재빨리 파악하고 즉시 일반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치타가 가진 장점은 직접 운용하는 냉장 트럭 배송체계였는데, 이를 동네 곳곳에 배치하면서 냉장 창고로 활용했다. 소비자들이 모바일 앱으로 주문을 하고, 냉장 트럭이 정차해 있는 픽업 장소로 오면 차에서 내릴 필요 없이 직원이 고객 차의 트렁크에 구매 물건을 넣어주는 방식으로 전체 시스템을 비대면화했다. 또 배송기사가 직접 가정 방문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배달 비용을 아끼고, 고객은 더 싼 가격으로 식자재를 구매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상황은 대기업이나 스타트업 모두에 큰 도전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가진 장점은 더 빨리 움직일 수 있고, 더 가난하게 견딜 수 있으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 스타트업은 불과 한 달 만에 해외여행·단기투숙을 지역여행·장기투숙으로 바꾸고, 폐업으로 어려움을 겪는 식당 주인들에게 공유주방을 통한 재오픈 기회를 주고, 회사의 냉장 트럭을 냉장 창고로 활용하며 소비자 직접 판매방식(B2C)으로 사업 모델을 바꾸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변화를 불과 한 달 또는 며칠 만에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그 결과는 시가총액 100조원에 이르는 성공적인 상장과 가파른 성장 곡선이었다.

임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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